과거는 인간의 적이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친구이기도 하다.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 세월호(7시간)에 갇힌 박근혜

마르셀 푸르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은 마르셀 푸르스트에게만 있었던 건 아니다. 푸르스트에게 '잃어버린 시간'이 있었다면, 청와대의 박근혜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다. 바로 세월호 당일의 7시간이다.

아직도 세월호에 갇혀 있는 학생들이 9명이나 있다. 그러나 세월호에 갇혀 있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세월호에 갇혀 있기는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을 은폐하고 자기기만 속에 자신을 가둔 채 버티기로 일관한다.

박근혜를 어둠과 기만 속에 가두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끝없는 거짓과 위계를 꾸미면서 촛불의 빛을 외면하게 하는 실체는 무엇일까?

푸르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과거를 여행하지만, 박근혜는 '잊고 싶은 시간을  지우기' 위해 온갖 잔꾀를 동원하고 간계를 꾸민다.

이것은 단순히 그 7시간동안 박근혜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궁금증이나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 7시간의 행적을 통하여 박근혜가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사적인 생활과 대통령으로서의 공적인 생활을 어떻게 구별하고 있었는지, 더 나아가 국가와 국민 앞에 떳떳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 2017.1.11일자 한겨레 그림판 : 권범철 kartoon@hani.co.kr )

2. 박근혜의 '존재의 흐름'과 '행위의 흐름'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소설의 문을 연 작품으로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그동안의 소설과는 다르게 이른바 '의식의 흐름'을 좇아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 작품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맞이하여 박근혜의 '존재의 흐름'과 '행위의 흐름'을 쫓고 있다.

세월호 7시간동안의 행적을 헌법재판소에서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박근혜의 직무유기를 '확인사살'(?)하는 조치에 불과할 뿐이고 직무유기는 기정 사실이다.

세월호 사건은 외침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고유의 역할을 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군경을 포함한 국가 수뇌부가 온갖 지혜를 짜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 상황을 총괄 지휘할 사람이 바로 박근혜였다.

당시 박근혜가 세월호 침몰 보고서를 읽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에게 보고서가 아무리 많이 올라갔다고 해도 박근혜가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거나 인지하지 못할 상황에 있었다면 그런 보고서가 수백 번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청와대에서 밝힌 박근혜의 '행위의 흐름'으로 미루어 볼 때 당일 오전에 박근혜의 의식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박근혜는 뒤늦게 미용사를 불러들여 부랴부랴 머리를 손질하고 나섰는데 그것이 언론 앞에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이기 위한 어설픈 쇼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 2016.12.15일자 한겨레 그림판 : 권범철 kartoon@hani.co.kr )

3. 푸르스트의 마들렌 과자와 박근혜의 '올림머리'

푸르스트는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먹으며 어린 시절 즐거웠던 동심의 추억을 불현듯 떠올린다. "잃어버린 시간'은 마들렌 과자를 통해 과거의 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박근혜는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를 통해 과거 유신말기에 박정희가 잠겼을법한 제왕적 대통령의 의식에 사로잡힌 채 과거로 회귀한다.

여기서 박근혜를 가둔 실체가 드러난다. 박근혜를 거짓과 자기기만에 가둔 어둠의 실체는 다름 아닌 박정희 프레임이다. 박근혜의 올림머리는 박근혜가 박정희 프레임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인 상징적 행위이다. 올림머리는 권위와 군림의 상징이다. 박근혜는 박정희 프레임이라는 틀 속에 머리를 쳐박고 있으면 면죄부를 받을 거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를 통해 박근혜는 과거로 돌아가 철부지처럼 땡강을 부리고 있다. 박정희에게 최태민의 죄를 용서하라고 땡강을 썼듯이 지금도 국민 앞에 땡강을 부리고 억지를 쓰고 있다. 박근혜의 땡강을 받아준 박정희는 박정희 프레임의 원조이자 상징적 존재로 군림한다.

박근혜는 그 박정희 프레임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한 발짝도 나서지 않고 있다. 어둠을 빛이라 여기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굳게 다짐하며, 박사모와 태극기 집회를 선동하여 끝까지 국민을 호도하려 한다. 

      ( 2016.12.19일자 한겨레 그림판 : 권범철 kartoon@hani.co.kr )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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