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권한대행의 헤어롤은 공무원의 자세를 보여주는 징표였다

3월10일 오전 11시 21분 대한민국은 승리의 함성과 탄식의 소리가 안국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울리게 한 날이었다. 하긴 그곳에서만 탄식 소리가 있었을 뿐,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써야하는 진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이정미 헌번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10일 오전 11시 21분 대통령 탄핵 결정의 주문을 읽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의 헤어 롤이 온 국민의 관심을 샀었다.

▲ 헤어롤이 달린 것을 모른채 출근하는 이정미 권한대행 연속극이나 보고 머리 손질하느라 300여명 인명구조에 한 마디 지시도 없었던 대통령과 공무원의 자세가 극명하게 대치점에 서 있는 것...

헌재에 도착한 차의 문이 열리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차에서 내리기 위해 머리부터 차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나는 ''어어? 저게 뭐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오늘 가장 중요한 판결문을 읽어 온 나라에 각 방송은 물론, 온 세계에 타전이 될 중요한 일을 맡은 분이었다. 그런 그가 머리에 헤어 롤을 두 개나 꽂은 채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 헤어 롤을 보면서 바로 그 순간에 떠올리는 일이 있었다. 1995년 고양시 일산초등학교 교감 시절에 있었던 일이었다. 초등학교는 그 특성상 여교사가 많은 직장이다. 그러나 그 무렵만 하여도 시골에서는 여교사를 보기가 어려운 곳도 있었는데, 일산초등학교에는 3/4이 여교사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 중에 어느 여선생님이 맡은 일에 교육청으로부터 공문 독촉을 받았다. 사실을 알리고 수업이 끝나면 와서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었다. 그런데 수업 중에 만들어 가지고 와서 “죄송해요!”를 열 번도 더 하면서 “그 장학사님 엄청 성질 사나워서 교감 선생님께 마구 야단 했을 건데 욕은 안했어요. 정말 죄송해요.”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도리어 미안하였다. 그래서 “선생님 사람이 한두 번 실수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해주세요. 저는 여선생님들은 수퍼 우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몇 가지 역할을 해야 하고 직장생활까지 얼마나 힘들겠어요. 염려 마십시오.”하고 보내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날 아침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으면, 헤어 롤을 꽂아 놓은 줄도 모르고 출근길에 올랐으며, 차 안에서 조차 그걸 모르고 그냥 차에서 내렸을까? 아마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책임을 맡으면 그걸 잘 이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당연한 공무원의 자세이며 태도일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결정문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0여명의 고귀한 목숨들이 수장이 되는 순간에도 머리를 매만지노라고 처리를 어찌할지 명령조차 내리지 않았었다.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조적인 모습인가?

난 그 운명의 시간 <헌재에서 탄핵 인용의 판결문을 읽는 그 순간>에도 그 이정미 재판관의 머리에 꽂혀 있던 헤어 롤 2개가 자꾸만 머리에서 맴돌았다. 그 운명의 시간에 만나는 두 여인의 모습이 어찌 그리도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이미 30여년 전에 읽은 서울대 천문학과 학생으로 사형수 신분이 되었던 최영오(?) 라는 사람의 수기에서

[사형수를 사형장으로 안내를 할 때 사형수는 바닥의 물웅덩이를 피해서 가지만, 간수는 거기 물웅덩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덤벙 빠지면서 걸어간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만큼 공무원이라면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여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중요한 일을 맡아서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이정미 권한대행과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수장 되어 가는 순간에도 머리를 매만지노라고 어떻게 하라는 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있었던 대통령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어른거리면서

“대통령도 여자이고 여자로서 사생활이 있을 수 있다.”던 어느 변호사의 말이 생각이 난다. 맞는 말이고 사생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뭐랬나? 아무리 사생활이 있다지만,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지 그걸 안 해 놓고서 사생활을 요구한다면 공무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일이 아닌가? 그것도 직무시간에 직무를 보지 않고 사생활을 요구 할 수 있는가? 정식으로 휴가나 연가를 낸 시간도 아니고 직무에 근무하여야 할 시간에 정위치도 하지 않았고, 중대한 사고가 발생 하였는데도 처리를 하지 않는 등의 직무 태만이 증명되었는데도 사생활 운운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엉터리 같은 논리로 나서는 변호사가 어찌 변호를 하겠다고 맡았는가?

바로 이런 논리로 접근을 하니까, 공무원으로서 파면의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검사의 조사도 받고 국회에서 결정하여 준대로 직도 그만두겠다.“고, 해놓고서 검사도 아닌 특검의 검사들에게 조사를 안 받겠다고 버티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절하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러고서도 헌법을 수호하고 지켰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래서야 국민들에게 어찌 대통령으로 인정을 해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스스로 탄핵을 불러 낸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녀가 보인 모습은 이정미 권한대행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정말 누가 이런 그녀를 “천사”라고 까지 부르면서 칭송하고 모시자고 한단 말인가?

사람이 잘 못을 잘못이라고 알지 못하고, 그게 옳다고만 한다면 그거야 말로 인간 이하라고 말 할 것이다. 잘 못을 바로잡아 바른 세상을 만들자는 사람들을 “종북 좌빨”이라 몰아 부치고, “떄려 죽여도 좋다”라지 않는가? “국군들이여 일어서라.”고 쿠테타를 선동하지 않는가?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그 지긋지긋한 폭력의 역사를 되살리려 하지 않나 도무지 이들이 정말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민인가 싶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운 지난날의 독재시대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자기들만이 가장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시민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분열이라는 수렁으로 몰아넣으면서 그것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길이란다.

제발 이제 우리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바른 세상, 더 많은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세상,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나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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