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용서와 화해란 말이 많이 나온다. 3월 16일자 <한겨레> 성한용 칼럼의 제목은 이러하다.

“진실과 사죄 없이 용서와 화해 없다

칼럼의 결론은 이렇다.

“국가적 범죄나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설치되는 진실화해위원회라는 기구의 이름에 ‘진실’과 ‘화해’가 들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철저한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도 가능한 것이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6628.html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 보았던 영화 Malena가 생각났다. 1988년 <시네마 천국>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2001년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다. 73회 아카데미시상식(2001)에서 촬영상 후보에 올랐고 제58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01)에서는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음악은 <시네마천국>의 OST도 맡았던 '엔리코 모리코네'의 Malena다. 아깝게도 청소년관람불가다. 한국에선 2001년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눈을 통해 본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고통 받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무솔리니 시절 이탈리아 시골마을에 사는 소년 레나토(주세페 술파로)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말레나(모니카 벨루치)에 한눈에 홀딱 반한다. 말레나는 레나토의 라틴어 선생님(피에트로 노타리안니) 딸로 마을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특출하게 아름다운 여성이다. 전쟁에 나간 남편 스코르디아(가에타노 아로니카)를 기다리며 혼자 살던 말레나에게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이후 할아버지부터 젊은이들까지 마을 대부분 남자들은 끈적끈적한 눈으로 말레나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면 수작을 걸어볼까 추잡한 거짓 소문을 내며 말레나에게 모욕을 가한다. 남편들의 관심이 온통 말레나에게 가 있자 마을 여자들도 말레나를 괴롭힌다. 말레나를 따돌리고 일거리도 주지 않고 먹을거리도 팔지 않는다. 심지어 아버지마저 말레나를 오해하고 멀리 하다 숨을 거둔다. 레나토는 이런 말레나를 늘 멀리서 안타깝게 지켜만 본다.

먹고 살기 위해 말레나는 마음을 바꿔 먹는다. 음식을 위해 하룻밤 몸을 파는 것이다. 이후 독일군에게 몸을 맡기며 생계를 유지한다. 전쟁이 끝났다. 마을 여자들은 적군에게 몸을 팔았단 이유로 말레나를 광장으로 질질 끌어내 죽을 정도의 몰매를 가한다. 머리카락마저 잘린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며 남자들을 향해 울부짖지만 아무도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그녀는 깊은 상처를 안고 몰래 마을을 떠난다.

얼마 안 있어 말레나의 남편이 살아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 모두 안절부절 못하며 그를 외면한다. 죄 없는 말레나를 괴롭혔던 잘못 때문에 차마 그와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냉대해 떠나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레나토는 그에게 편지 한 장을 보낸다. 그가 없는 동안 말레나가 어떻게 지냈는지 어디로 떠났는지 알려준다. 몇년이 흘러 말레나와 남편이 마을로 돌아온다. 전쟁에서 한 팔을 잃은 남편은 당당했고 말레나는 그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남편 팔짱을 끼고 조용히 걸어온다. 마을 사람들도 먼저 용기를 낸 말레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말레나는 잔잔한 웃음으로 그들의 사죄를 받아들인다. 마을사람들과 말레나가 사죄와 용서를 통해 서로 화해하고 평화를 얻은 것이다. 레나토는 남편과 평범한 삶을 꾸리는 말레나를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그녀는 레나토에게 짧은 미소로 고맙다는 마음을 표한다.

이 영화의 맛 역시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Malena'다.

또 하나의 맛은 아름다운 여주인공, 모니카 벨루치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 시골 사람들이 정말 저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남자들은 여자의 미모에 저렇게 다 엉큼해지고, 여자들은 다 저렇게 무모하게 질투에 눈이 머는가? 그녀는 실제, 영화 내용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특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사람들이 대하는 방식이 영화와 비슷하게 잔인하고 삐뚤어진 것은 아닐까? 그것이 생존 본능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 한 가지 맛을 빼먹을 뻔 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시골마을의 풍광 또한 멋지다.

다시 ‘사죄와 용서’로 돌아와서 우리 국민들은 착한 국민들이다. 맘도 약하다. 검찰이 그 죄를 낱낱이 밝혀낸다면 그리고 박근혜와 일당이 그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착한 우리 국민들은 그간의 잘못을 용서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 성한용은 칼럼에서 ‘대통령 탄핵 직후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구속돼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본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도 수치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고 썼다. 가슴 아픈 일까지는 모르겠지만 수치스럽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진심어린 '사죄'가 우선이다. 사죄가 있어야 국민도 ’용서‘라는 단어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대한민국에는 ’사죄와 용서‘, ’화해와 평화‘보다는 ’진실규명‘과 ’단호한 처벌‘이란 단어가 대세를 이룰 것 같다. 국민 모두 그녀의 성정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마지막으로 보너스 한 곡 넣는다. 엔리코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미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버에'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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