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백범기념관 청암홀에서 열린 한겨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미심쩍게하는 수상한 의결이 있었다. 재무제표 승인에 대한 의안심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겨레는 2016회계년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인덕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았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자회사 롤링스토리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였으나 "매각후 회수가능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고, 따라서 손상차손으로 수정이 필요한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정의견을 받은 것이다.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자회사 롤링스토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것인가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이재훈 한겨레 우리사주조합장은 재무제표에 대한 의안심의에서 한정의견을 적정의견으로 변경가능할 수 있도록 수정안을 제안했다. 주총에 참가한 주주들도 대체로 수정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표결결과, 어처구니 없이 부결이 되었다.

정영무 전 대표가 국민주주로부터 위임받은 40여 만주와 정연순 민변회장이 위임받은 18만여 주가 수정안을 거부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 30만주와 주총회장에 참가한 주주들 7만주가 수정안에 동의했지만 정영무 전 대표와 정연순 민변회장이 위임받은 58만주와의 표대결에서 진 것이다.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이 반발했지만 수정안은 부결되고 재무제표에 대한 의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이로인해 한정의견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한정의견은 한겨레 창립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한겨레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기업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여  한겨레의 기업 이미지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인한 주주들과 독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왜 전 경영진은 수정안을 거부한 걸까?

이에 대해 송우달 전 경영총괄전무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다보니 플랫폼 구축이나 번역비용 등의 문제로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나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영을 지속하자는 것이 현 경영진의 의견이고 따라서 손실로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외부감사의 한정의견은 3월 2일에 확정되었고 주주총회는 3월 18일에 열렸다. 그 16일 동안 전 경영진이 외부감사의 한정의견을 수정하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한정의견을 적정의견으로 변경가능하게 하려면 두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제3의 회계법인에게 의뢰하고, 매각관련 자료 일체를 그 회계법인에 넘겨야 한다. 전 경영진은 그 전제조건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매각관련 자료를 넘긴다는 것은 롤링스토리의 대규모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함을 의미한다.

자본금 전액을 잠식해야 손실로 반영하는 한겨레의 회계 관행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롤링스토리의 대규모 적자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았고 매도가능증권으로 자산으로 분류되어 있다. 매각관련 자료를 넘기게 되면 손실이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 경영진이 수정안에 동의했다면?

전 경영진이 수정안에 동의했다면 적정의견으로의 변경이 가능하겠지만 그 대신 대규모 적자를 내고 물러나는 무능한 경영진이었다는 꼬리표가 두고두고 뒤따를 것이다. 전 경영진은 이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전 경영진도 할 말은 있다. 2월의 대표 선거에서 전 경영진이 당선되었다면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롤링스토리를 좀더 지원하여 흑자전환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고, 외부감사의 한정의견 제시도 없었을 것이다.

향후 롤링스토리의 처리 방향은?

롤링스토리는 2014년에 전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웹툰 에니메이션 영상물 제작 공급업체이다. 액면가의 15배수로 자본 참여할 정도로 미래가치를 높게 본 회사이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 비용이 예상외로 컸고 번역비용과 개발비가 만만치 않아 2015회계년도 11억 적자에 이어 2016회계년도에도 13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송우달 전임 전무에 따르면 올해만 지원하면 이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차기 경영진이 그 부담을 안고 10억 이상의 신규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기 경영진은 롤링 스토리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매각하여 손실을 확정하려 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계속 끌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정의견에 대한 책임 공방과 한겨레에 미치는 영향

경영진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마찰치고는 그 파괴력이 크다. 그로 인해 회사는 4월 2일자로 한정의견을 공시해야 하고, 금년도 영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전 경영진은 자신들이 대표로 재선되었으면 일관성있게 롤링스토리를 지원하여 흑자로 전환될 거라고 항변하였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지만 주주로서 여간 석연찮고 수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정영무 전 대표 등이 주주들로부터 58만주를 위임받을 때 한정의견과 관련된 중대한 의결이 있을 거라는 사전 고지가 없는 상태에서 자기들 뜻대로 표결했다는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출범하는 차기 경영진이 어려움을 딛고, 롤링스토리 외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자회사들에 대한 현명하고 전략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 및 편집: 이동구 에디터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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