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대만을 강압통치 했다. 1937년 일본은 대만에 있는 ‘아리샨(아리산) 국립공원’, ‘따둔샨(대둔산) 국립공원‘, ’타이루거(태로각) 국립공원’을 대만에 있는 3대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숨겨져 있던 타이루거 계곡은 세상에 드러났다.

▲ 대만 지도(출처 : 구글 지도)

일본이 선정한 3대 대만 공원 중 ‘아리샨 국립공원’은 지도에서처럼 대만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대만 지도를 보면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산맥이 있다. 3,000m급 높은 봉우리가 133개나 이어지는 종양샨마이(중앙산맥)이다. 종양산마이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3,952m 위샨(옥산)이다. 위샨도 유명한 국립공원 중 하나인데 이 위샨 서쪽 옆에 있는 붙어 있는 공원이 '아리샨 국립공원'이다. 아리샨 최고봉인 ‘주산(祝山)’까지는 유명한 고산열차가 운행한다. 일본 점령시절 나무를 베어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열차라고 한다. 주산에서 옥산 너머 올라오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데 대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라고 한다. 운해도 유명하다.

▲ 양밍산 공원, 타이루거 공원, 아리산 공원(출처 : 구글 지도)

따둔샨 국립공원’은 지금은 '양밍샨(양명산) 국립공원'이라고 부르는데 따둔샨은 양밍산의 한 봉우리다. 타이베이 북쪽에 있는 '양밍산 국립공원'은 타이베이에서 전철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다. 따둔산 주봉은 1092m로 이 주봉에서 남쪽으로 타이베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날이 좋으면 북쪽으로 바다까지 볼 수 있다. 따둔산에서 보는 타이베이 야경은 타이베이 최고 경관 중 하나라고 한다. 온천도 많아 타이베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타이루거(태로각) 국립공원’은 화롄(花蓮縣)에서 약 25km 떨어진 해발고도 2,000m, 면적 920㎢, 길이 20km의 거대한 공원이다. 종양샨마이(중앙산맥)의 험준한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리유강을 중심으로 많은 협곡들이 어우러진 공원이다. 해저 석회질이 단단한 대리석이 된 후 융기하여 만들어진 협곡이라 굉장히 가파르고 골이 깊다. 대만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이라고 할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롭다. 공원은 걷기 쉬운 산책길부터 고산지대의 고난도 등산로까지 다양하다.

타이루거(太魯閣, Taroko)란 말은 한 원주민족 이름이기도 하다. 17세기~19세기에 대만에 한족이 이주하면서 일부 원주민들은 한족화 되었고 일부 원주민들은 한족화 되지 않았다. 주로 고산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 한족화 되지 않았다. 그들만의 농업이나 사냥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독자적인 문화와 제도로 고립되어 살았기 때문이다. 20세기 대만에 들어온 일본은 원주민들에게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상당한 핍박도 가했다. 일본이 물러간 후에도 대만 사회는 원주민 차별을 지속했지만 아직도 고산지대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대만 100악 가운데 27악이 있을 정도로 타이루거 지역은 산도 높고 골도 깊다 현재도 해발고도 3,000m이상의 산속에는 타이루거족(太魯閣族, Taroko족)과 더불어 다른 소수 원주민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가는 길

EBS 세계테마기행을 즐겨보는 우리 가족은 대만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국립고궁박물원’과 ‘타이루거 국립공원’을 골랐다. 하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루거 국립공원’ 가는 길은 멀었다. 타이난에 사는 친구도 공원에서 1박을 해야 여유 있게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반대했기에 ‘양밍산 국립공원’에 가려했다. 하지만 딸은 ‘타이루거 국립공원’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계속 하루일정을 알아보았다. 딸이 알아본 방법은 3가지였다.

1. 타이베이에서 아침 7시 20분 기차로 화렌 도착, 화렌에서 공원까지 택시나 버스 이동, 공원 안에서는 택시나 공원버스나 걸어서 이동(비용 : 버스 이동시 3인 TWD(대만 달러) 4,000원 정도, 택시는 TWD 6500원 정도)

2. 타이베이부터 택시대절해서 관광(아침 7시부터 밤 24시까지 하루 종일 대절비 TWD 10,000원)

3. 타이베이에서 비행기로 가는 관광패키지 상품 이용(3인 TWD 15,000원)

하지만 1번 방법은 택할 수 없었다. 이미 화렌 가는 기차표가 매진되었기 때문이다. 3번 비행기로 가는 비용은 너무 비쌌다. 할 수없이 택시대절로 결정했지만 이도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대절해서 다닐 일이 있겠냐 싶어서 시간을 12시간으로 줄이고 대절비용을 깎으려 했다. 12시간 대절에 TWD 8,000원으로 제안이 왔지만, 딸은 비싸다고 투덜거리며 더 알아본다고 했다.

고궁박물관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근처 어떤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정성껏 닦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딸을 다짜고짜 영어로 말을 걸었다. 영어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딸은 느낌이 좋다며 신이 나서 ‘타이루거 공원’에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기사아저씨는 이 택시는 회사택시가 아니고 개인택시이기 때문에 아주 저렴하게 해주겠다며 12시간 TWD 5000원을 제안했다. 이게 무슨 횡재냐 싶어 몇 번을 확인한 다음 바로 약속을 했다. 그분은 우리를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고 다음 날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인상 좋은 기사아저씨가 말을 바꿨다. 어제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고 최소 TWD 7000원은 받아야 간다고 했다. 어쩐지 너무 싸다 싶었다. 서로  1000원씩 양보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TWD 6000원에 갔다. 그런데 아뿔싸... 타이베이에서 20년 운전했다는 이 아저씨, 택시로 화렌길은 초행이었다. ‘타이루거 국립공원’은 10년 전에 기차로 한번 왔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솔직히 말씀하시는데...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났다. 중간에 잘못된 길로 가다가 도로 돌아오기도 하고, 내비도 없이 가다보니 수차례 내려서 묻기도 했다. 나중에는 우리가 구글 검색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줄 정도였으니...

9번 국도를 따라 달린 화렌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특히 이란현을 지나서는 해변을 따라 도로가 만들어졌는데 해변과 육지가 절벽으로 만나는 곳들이 많았다. 완만한 절벽 경사면은 깎아서 길을 내고 급경사 절벽은 터널을 뚫어 길을 만들었다. 수많은 커브 길과 터널 길을 달린 끝에 3시간 30분 후 드디어 공원에 도착했다.

▲ 타이루거 도착 전 화렌 가는 길에서 오른쪽은 이런 산이요, 왼쪽은 바다다

함께 점심을 먹고 탐방에 나섰는데 아저씨가 더 신이 나셨다. 보통 택시기사들은 주차장에 차를 대어 놓고 손님이 갔다 오기를 기다리는데 아저씨는 우리와 함께 이동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갔는데 경관이 너무 멋지다고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하루 가족이다 생각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그냥 마음 터놓고 다니기로 작정했다.

아래 지도에서와 같이 리유강을 중심으로 산책길은 15코스가 있지만 욕심 내지 않고 3코스만 골랐다. 사카당 산책길, 옌즈커우 산책길, 뤼세이 산책길이다.

▲ 타이루거 공원 관리소에 가면 한글 지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지도가 있다.

 

사카당 산책길

▲ 사카당 도보길 입구

사카당 산책길은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길이다. 사카당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이 길은 원래 원주민들이 사냥하러 다니던 좁은 길이었다. 일본이 점령하면서 광물 수송을 위해 바위를 깎아 길을 넓혔다고 한다. 공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달프게 죽어나갔을까? 그들 고난 덕분에 대리석 바위 길을 따라 이런 아름다운 계곡을 구경할 수 있는 거다.

▲ 사카당 계곡 초입에서

 

▲ 바위를 깎아서 길을 낸 반동굴 길.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진다

 

▲ 바위 위에서 원주민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

 

▲ 멋진 대리석 자연 무늬와 어우러진 투명한 에메랄드 빛의 계곡물. 바위와 물빛이 잘 어우리진다. 
▲ 들어가 볼 수는 없다. 내려가는 길이 없어서....

 

 

 

▲ 기사 아저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길. 역시 인디언 바위가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참고 자료 : 위키백과, EBS 세계테마여행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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