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후 태극기 집회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태극기 집회의 배후에는 여러 갈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사모를 비롯하여 전경련과 국정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각종 단체들은 물론이고, 대선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하는 극우 보수 세력과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춧불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진보진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반발하여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보수진영의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박근혜와 태극기 집회의 동향을 지켜보면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별 호응을 얻지 못하던 태극기 집회가 작년말경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 세를 불리고 극렬한 집회로 변질되어갔다. 그 과정이 몹시 수상쩍다. 그 때부터 박근혜는 반성하는 자세에서 돌변하여 국민 앞에 뻔뻔한 변명과 후안무치한 자세로 일관했으며, 국민과 특검을 우롱하는 작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국민들이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탐문되는 바로는 몇몇 기독교연합회 지도자들이 박근혜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교회가 당신을 지지할 테니 죄를 인정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라. 태극기 집회에 교회신도들이 대거 참석하여 당신을 탄핵에서 구할 것이다." 라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잖아도 기독교는 박근혜 게이트 초반부터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다. 아예 모른척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일부 지방 교회들이 탄핵 지지 성명을 발표했으나 대형교회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이럴 수는 없다.

그런데 모르쇠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에게 종교적 면죄부를 주고 태극기 집회에 대거 참석하여 사회를 분열시키는데 일조했다면 그런 교회를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중세 시대에 면죄부를 팔던 가톨릭 못지않은 만행이다.

보수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정의와 불의를 구별하지 못하고 정의 편에 선 자들을 정죄하며 불의를 조장하고 있다면, 이는 어떤 사회적 병리현상보다 더 심각한 근원적 병폐다. 이는 한국 교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교회는 진리와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교회는 진보의 손을 들어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교회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한국 교회가 몰락하는 징후이다. 한국 개신교는 세계 선교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그 성장은 양적인 성장이었고, 외형적인 교회건물의 대형화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대형화와 고속 성장이 막을 내리던 참이다.

'民心은 天心이다'는 말은 정치인들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니다. 종교인들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데, 하늘의 뜻을 받들지 않는 교회가 무슨 교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의와 불의를 분별하지 못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교회들로 인해 교회의 몰락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불의와 타협하고, 사회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면 그 때부터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초대교회 이후 교회의 역사가 그를 말해주고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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