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모시고 오랜만에 나들이를 갔다. 벚꽃이 한창인데 집에 있기 답답하실 듯해서다. 엄마는 2년 전 고관절을 다친 후 평지 200m도 단번에 걷기 힘들어 하신다. 나들이가 운동으로 이어지면 정말 좋으련만... 그저 차타고 눈구경 하는데 만족해야한다.

이번 나들이는 강릉바우5길로 정했다. 강릉바우길은 대관령에서 시작해서 바닷길로는 북쪽 주문진해변에서 남쪽 옥계해변까지, 산으로는 남쪽 석병산까지 아우르는 17개 구간과 눈꽃마을길,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 국민숲길까지 21개의 코스를 갖고 있는 트레킹 코스다.

▲ 강릉바우길(출처 :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http://www.baugil.org/index.html)

그중 강릉바우5길은 가장 쉬운 1급 초보길로 경포호수와 바닷가를 끼고 걸을 수 있어 바닷호수길이라고도 부른다. 사천진리 해변공원에서 바다를 따라 경포해변과 경포호수를 지나 송정해변을 거쳐 남항진해변까지 가는 해변길이다.

▲ 강릉바우5길((출처 :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http://www.baugil.org/index.html)

아침 일찍 떠나 먼저 강릉 경포호에 갔다. 경포호를 둘러싼 벚꽃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겠지만 우리는 3인승 자전거를 탔다. 가운데에 엄마를 태우고 비썩 마른 남편과 내가 영차영차 열심히 페달을 밟았는데도, 우리가 요령이 없는 건지 힘이 달린 건지 뒤에 오는 자전거가 "좀 갑시다." 그런다.

강릉바우5길 중 해변을 낀 숲길을 엄마를 모시고 걸었다. 운동 삼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띄엄띄엄 돌았는데... 좋으셨을라나? 아님 속으로 '니가 고관절 아파봐라 이렇게 걷게 하나?' 하고 섭하셨을라나. 사천항을 지나면 나오는 멋진 해송숲길도 조금만 더 걸으셨더라면...

잠시 사천 해변에서 파도를 감상하다 한 컷.

경포해변의 목책길도 걸었다. 건너편엔 인공폭포가 있다. 젊은이들이 환호한다. 인공인데도...

설악동 벚꽃도 유명하다 해서 잠시 들렀다. 벚꽃 축제를 하는 날이란다. 6시까지 차량을 통제했다. 기다렸다 통제가 풀린 다음 슈우욱~~~ 멋진 드라이브 벚꽃 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속초 영랑호에 갔다. 일방통행 찻길이 있어서 걷기 힘들어하는 엄마에겐 맞춤이다. 낮에는 차량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저녁 7시가 다 돼서인지 걷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덕분에 차로 가다서다 하면서 호젓한 벚꽃 길을 맘껏 누렸다. 엄마 덕에 우리도 원 없이 벚꽃 구경 했다.

 

 

저녁은 점봉산 산채정식. 설악산 인근에 가면 꼭 한 끼는 여기서 먹는다. 좋아하는 나물과 각종 뿌리까지 포함한 야채들이 색다르게 조리되어서 나온다. 10년 된 된장으로 끓인 시커먼 된장국도 독특한 맛이다. 꽃도 먹을 수 있는 꽃이다. 이런 식당이 살아남아 있어주어 고맙다.

혼자 사는 엄마를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주말에 뭣이 해야 할 일이 그리 많다고 막상 시간을 잘 내지 못한다. 나중에 '애고대고' 후회하지 말아야 할 텐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을 텐데....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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