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통신] 고순계 주주통신원

창덕궁과 창경궁 사이에 북촌이 있다. 내가 사는 마을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는 이곳을 정말 사랑한다. 그런데 담 너머 한글을 만든 집현전과 세종대왕의 혼백이 서린 경복궁 주변을 보며 마음이 쓰라리다. 사방을 둘러보면 외래어투성이다. 순우리말 한글 간판을 찾기가 어렵다. 외국어를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한 이상한 모양새에 마음이 거북하다.

나는 국방대학교 부설 국방정신교육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망연히 늙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날로 달라지고 있다. 세는나이 칠십은 이제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가 되었다. 아직 건강한 나는 어떤 일에든 열정이 있다. 서울 천지가 다 외래어 일색이 되는 지경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한글간판 달기 운동을 펼쳤다.

내가 사는 곳, 우리 북촌부터 바뀌길 희망하며 각 사업장에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한글간판만으로 된 상가 소식지인 <상가로> 창간호를 발행했다. 지인 이재복씨와 허천성씨가 성금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우리 마을 북촌이 아름다운 상가간판과 윤리적 상도를 실천에 옮기기를 갈망하는 이가 나 하나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내일을 염려해야 한다. 북촌에 사는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 노력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단순히 상가소식지만으로는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북촌의 주민이 다 함께 어울릴 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1일 <북촌신문> 창간준비호를 발행했고, 올해 3월15일 창간호를 내보냈다. 막상 창간은 했으나 여러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현재는 더 충실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기획 중이다.

한글간판 운동 이외에도 ‘두눈뜨기 운동’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세상을 제대로 보자는 의미다. 적확한 현실을 외면하여 왜곡하는 언론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 잘못을 반면교사 삼으려고 굳이 망국적 행태의 신문만을 읽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신문을 읽는 이들이 정론지를 동시에 본다면 바른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늘 격변하는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편협한 세상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운동이 ‘두눈뜨기 운동’이다.

 

고순계  sangdo1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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