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세월호 참사 3주기 촛불집회에 갔다. 일주일이 지나가버렸지만 기록 차원에서 글을 올려본다.

지난 3월 10일 헌재의 박근혜 탄핵 선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 것이 바로 ‘대통령 성실’ 언급이었다. 대통령 취임 때 선서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은 확실하지만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그 위반으로는 파면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에서도 세월초 참사 당일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관한 파악과 대처 과정에서 자신의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지만, 그 사유만으로는 파면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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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수의 성실은, 상식 차원에서 다루는 개인의 성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 의 ‘성실 없음’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고 우리 가족과 일터를 불편하게 할 따름이다. 하지만 국가원수의 ‘성실 없음’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민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한다. 나에게 주어진 책무는 보잘 것 없지만 국가원수에게 주어진 책무는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대통령 선서에 '성실의무'를 집어 넣은 것 아닌가?

누구나 다 알 듯이, 2014년 4월 16일 그날 박근혜, 그녀에겐 성실이 없었다. 성실한 행동도, 성실한 생각도, 성실한 마음도 없었다.

그날은 근무하는 수요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해가 중천에 뜨도록, 점심이 지나서도 일하는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오전 내내 무엇을 했는지 증빙서류를 갖추어 제출하지도 못했다. ‘성실 없음’에서 온 근무태만이다.

그녀 생각에도 성실이 없었다. 큰 변고가 났음에도 무엇을 먼저 해야 할 지 성실히 생각할 줄 몰랐다. 올림머리를 먼저 할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올림머리를 하고도 빨리 달려가 수습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성실 없음’에서 온 업무수행능력 부족이다.

그녀 마음에도 성실이 없었다. 300명 넘는 사람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못해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시각에도 혼자서 저녁밥을 먹었으니 말이다. 그 밥이 어찌 목으로 넘어갔을까? 국민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성실 없음’에서 온 공감능력 부족이다.

그녀의 ‘성실 없음’은 앞으로도 계속 그리 할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엔 자신의 ‘성실 없음’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성실이 없으며, 마음속엔 '성실 없음'을 부끄러워하는 성실이 없으며, 그녀의 주변엔 성실히 행동하도록 조언하는 성실한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성실 없음’으로 인해 그녀는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남은 생도 성실 없는 원망을 늘어놓고 복수를 꾀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감옥에서 쭉 살게 된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녀의 ‘성실 없음’으로 인한 피곤함은 있을지언정 더 이상 국민 피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도 좋은 일이다. 더 이상 '성실 없음'의 비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을까? 아직 그 모든 진실이 규명되진 못했지만 그녀의 ‘성실 없음’이 한 원인이라는 데는 틀림없다. 하지만 최순실 농단이 없었다면 이 ‘성실 없음’에도 그녀는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거다. 헌재에서 대통령의 ‘성실 없음’은 탄핵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최순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엄마는 세월호 참사를 무척 가슴 아프게 생각하셔서 월요일 7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세월호 미사를 자주 참석하셨다. 세월호 리본을 얻어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눠주셨다. 그간 엄마는 박근혜 퇴진집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함께 하길 굉장히 바라셨지만 스스로 포기하셨다. 오래된 지병으로 화장실에 자주 가셔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3주기 촛불집회와 세월호 광장에서 열리는 부활성야미사에는 20만 이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지팡이를 짚고 발걸음 하셨다.

광화문 지하철을 나오니 작은 분향소가 있다. 7년간 수용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이 309명이란다. 세상은 힘없는 약자들에게 늘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 그것에 더해 잔인하고 매몰차다. 인정없는 그런 세상이 언제나 바뀔 수 있을까?

그냥 지나치시지 못하는 엄마. 늘 힘없는 약자가 있다고 하면 기도하신다.

세월호 모형과 리본을 유가족 어머니들이 떴다. 세월호를 희망의 나비 리본이 인양하고 있다. 부디 뜨게질하는 시간만큼은 고통에서 벗어나셨기를 하고 바라본다.

 

집회현장의 이런 저런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본 집회 첫 마이크를 잡았다. 박 시장은 아직 나오지 못한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했다. ‘박근혜 퇴진 집회’서부터 이번 세월호 참사 3주기 촛불집회까지 서울시 지원은 박시장의 분명한 결단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에 박시장에게 정말 감사한다. 가까이 있으면 악수 한번 청하고 싶다.

그렇게 나오고 싶었던 촛불집회에 나온 엄마. 소원 푸셨다.

이번엔 10만이 나왔다고 한다.

세월호에 탔다가 살아남은 김성묵씨는 “세월호 악몽으로 인해 2년 동안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했다. “한 유가족의 어머님이 연락을 주셔서 2년 지나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며 "세월호 안에는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이 있는데 선체가 제대로 인양되어 그분들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에서 국민의 힘을 강조했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피해자와 국민이 하는 것이며 국민에게 힘이 있을 때 진상규명이 가능하다“ 말했다. 또한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법적 책임을 져야할 책임자로서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으라“고 일갈했다.

가수 이승환은 “지난해 2주기 때 많이 춥고 쓸쓸했는데 2주기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주어 따뜻함이 느껴져 뭉클하다”고 했다. 또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주문했다.

우연히 우리 앞을 지나가던 천주교 동지 어르신을 만났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아마 빠지지 않고 매번 집회에 나오셨을 거다.

아름다운 10만 시민들이 노란 촛불을 들었다. '잊지 않을게, 함께 할게'라고 다짐하면서...

촛불 집회가 끝나고 9시 40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부활성야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에서는 세월호 참사 후 바로 매주 월요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미사'를 3년째 열고 있다. 처음에는 '천주교남자장상협의회'에서 주관했으나 현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주관하고 있다. 월요일은 신부님들이 유일하게 쉬는 날이다. 쉬는 날에도 빠지지 않고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신부님들께 고맙다.

▲ 부활 성야 미사

미사를 기다리고 있는 신자들이다. 용산참사희생자, 쌍차해고노동자, 사대강사업반대, 세월호 참사, 백남기농부 미사까지... 늘 아프고, 슬프고, 배고프고, 힘 없는 이들을 위한 미사에 함께 하는 신자들이 자랑스럽다.

20여분의 신부님과 함께 미사가 시작되었다. 미사는 11시 넘어 끝났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처럼 아직 세월호에 있는 아홉 분과 함께 모든 희생자들도 다 부활하여 하늘나라에서 안식을 누렸으면 한다. 또 그 유가족들 모두에게도 평온한 일상이 선물로 주어지기를 바래본다.

4월 29일, 23번째 촛불집회가 열린다. 왜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게 되었을까?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였다. 하지만 촛불 대선은 그 쟁점이 흐려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선정국에 더 이상 국정농단 세력이 활개치는 것을 볼 수 없다. 국정농단 세력이 얹혀가는 것도 볼 수 없다. 4월 29일 많은 시민들이 모여, 다시 한 번 정치권에 국민의 바람을 외쳤으면 좋겠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세월호와 그 세월호 주변을 밝히는 국민들이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시급히 원하고 있는지... 대선에 나선 주자들은 꼭 새겨들었으면 한다.

김성묵님 발언 일부 동영상 : ttp://tvpot.daum.net/v/v44fcKQWzF0FCQeWNMKAzMQ

유경근님 발언 일부 동영상 : http://tvpot.daum.net/v/v05d36V3LgLSgnoRVv6oRYS

가수 권진원 ‘아름다운 사람’ 일부 : http://tvpot.daum.net/v/v288aMIPUMPG7c7PTUIjjH7

가수 한영애 ‘조율’ 일부 : http://tvpot.daum.net/v/va343b9blIloapFbsvlFBGp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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