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指導者)

-세세함은 차치하고 개관만 적습니다. 부족하지만 세설(世說)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가. 서입(序入)

왜 지도자(대통령)가 되려고 하는가?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권력을 잡기 위함인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함인가? 꿈과 희망을 펼치기 위함인가? 그렇다면 추해지고 망한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게 자신과 모두를 위해 좋다. 지도자는 무엇을 얻거나 하는 자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쓰고 바치는 자이다. 이제까지 쌓아온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고 희생하는 자이다. 사사로이 자신의 것을 챙기거나 갖출 게 없는 자이다. 왜 지도자가 되려는지 수시로 물어야 한다. 지도자의 길은 영광된 길이 아니라 고통고난의 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보니 참담하다 못해 멍해졌다. 무슨 말로도 형용하기 어려웠다. 지지여부를 떠나 모든 국민이 그랬을 것이다. 이차에 지도자란 어떤 자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한지를 깨달았다. 다 마찬가지겠지 하고 대충 선택한 지도자가, 국민과 국가에게 가하는 위해와 고통고난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똑똑히 보았다. 절감했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생각을 모았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고견이야 차고 넘치지만, 부족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이다. 최소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정도의 양식과 덕목을 갖춰야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키우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가? 훌륭한 지도자가 없어서일까? 아니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굴하지 못하고 찾지 못함이 아닐까? 왜 우리는 격에 맞는 지도자를 찾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는가? 국민들의 혜안이 필요하다. 국민이 국민다워야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고, 지도자가 지도자다우면 국가가 국가다워질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직자(장차관등 고위직)가 공직자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 선진편에 ‘이도사군(以道事君) 불가즉지(不可則止)’라 했다. ‘도(道)로서 군왕을 모시다가, 그게 불가능하게 되면 즉시 그만두고 떠나라’는 것이다.’ 지도자가 지도자다워지면, 국가는 국가다워지고, 국민은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다.

 

나. 국민관(國民觀)과 국가관(國家觀)

국가는 인위요 국민은 자연이다. 국민은 영원하지만 국가는 영원하지 않다. 지도자는 국가가 아닌 국민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들의 필요에 의해 만든 임의조직인 것이다. 인간이 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듯이, 국민도 국가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신도 국가도 인간이 인간으로 잘 살 때, 그 존재가 확인되고 인정되는 것이다.

생명만큼 고귀한 것은 없고, 생명에는 등급이 없다. 이를 부정하면 세상은 폭력과 살상이 난무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지도자는 희생해야 한다. 국가와 지도자를 위해 국민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지도자에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천지(天地)이고 신(神)이다. 지도자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세상을 바꾸도록 지도자는 돕고 지원해야 한다.

 

다. 사회관(社會觀)

질서와 법은 인위요 무질서와 혼란은 자연이다. 사회가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사람과 만물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질서정연하다면 어찌 이게 정상이겠는가? 사회의 질서는 필요하지만, 그를 규제하는 법은 최소에 그쳐야 한다. 너무 강제하면 생명을 헤치고 본질에서 벗어난다. 삶의 본래기능을 해치는 것이다. 법질서를 확립한다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위해 그리해야 하는가? 선도와 방지의 선에서 그쳐야 한다. 반면, 법질서를 위반한 지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리하면 국가와 사회는 바로 선다. 애국과 보국을 빌미로 지도자의 권익을 챙기지 마라. 이는 국가사회의 가장 큰 해악이요 혼란의 원인이다. 어떤 명목으로도 국민을 강요강박하지 마라. 국민의 안녕을 위해 국가와 자신을 강요하고 강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고, 지도자를 세웠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마라.

 

라. 덕목(德目)

지도자에게는 따뜻한 봄날과 풍성한 가을은 없다. 혹서(酷暑)와 혹한(酷寒)만이 있을 뿐이다. 지도자는 국민과 국가의 도구요 제물이다. 국민을 도구와 제물로 삼지 말아야 한다.

1)지도자는 이미 사적인 꿈과 희망을 실현한 자이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권좌에 올랐다. 권력과 재력과 명예를 다 얻은 것이다. 이제 지도자에게 사적욕망은 없다. 세속적인 것에 초연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재력과 명예를 다 바쳐,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봉사 해야 한다. 자신이 아니라 오직 공공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 것이다. 지도자가 사적욕망에 연연한다면 국민과 국가를 수렁과 불행에 빠뜨린다. 모두가 초라하고 추해진다.

아직 이루지 못한 사적욕망이 있는 자는 지도자에 오르려 하지마라. 혹 주변에서 추대해도 단호하게 사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만인과 만물, 국민과 국가에 재앙이 될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도록 돕고 지원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2) 지도자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국민이 뜻을 펼치도록 지원하고 돕는 자이다.

지도자는 초능력과 초권력을 갖고 진두지휘하는 자가 아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뜻을 결집하여, 국민들이 뜻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해야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마라. 국민은 천지이고 지도자의 스승이다. 국민을 훈육지도하거나 계몽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마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고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이루게 해야 한다.

3) 지도자는 자신의 영광과 영화는 국민에게 돌리고, 국민의 고통과 고난을 짊어진 자이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행복과 기쁨을 찾는 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과 계획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과 계획을 결집하여 실천하는 자이다. 지도자가 신바람 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신바람 나게 해야 한다. 지도자가 잘 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잘 살게 해야 한다. 국민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야 한다. 그리될 수 있다면 광대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4) 지도자는 위험하고 더러운 일에 앞장서고, 즐겁고 기쁜 일은 국민에게 돌려야 한다.

영광과 영예는 국민의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지도자는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해야 한다.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보다, 국민의 재산을 불려야 한다. 자신의 배가 아니라, 국민의 배를 채워야 한다. 지도자는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을 위해 선발된 자이다. 사적욕망에 급급한 유치한 자라면 즉시 그만두고 내려와라.

5) 지도자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이 바쳐, 국민과 국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재산과 능력을 국민행복과 국가안위에 바쳐야 한다. 자신과 가족 및 동일부류를 위해 잔꾀와 술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6) 지도자는 약자 편에 서야 한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 그러기에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법과 제도를 통해, 많이 가진 자들에게서 덜어, 덜 가진 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즉 가난한 자, 노인, 어린이, 병자, 여자, 소수자 그리고 소외된 자들이다. 지도자는 항상 그들 곁에 있어야 한다. 그들이 인간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도자의 권위는 낮출수록 높아진다. 낮은 곳이 지도자의 정위치이다.

7) 지도자는 시비가 명확하고 상벌이 정확해야 한다.

어설픈 국민통합은 국기문란과 국민도탄을 불러온다. 피아의 구분이 불분명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은 전후좌우가 없는 것이다. 지도자는 불의와 타협하거나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 고초를 당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도를 가야 한다.

국민들은 지도자의 언행을 다 듣고, 다 보고 있다. 함부로 언행하지 마라.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즉시 그만두고 물러나라. 국민이 주인임을 잠시도 잊지 마라.

8)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는 책임이다.

개인의 책임은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지도자는 실질적이고 도의적인 총괄책임자이다. 시정잡배도 책임지고 처벌받는다. 하물며 국가지도자라면 말해 무엇 하랴. 특히 잘못한 국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반하는 자라면 즉시 내려 와야 한다. 지도자는 시정잡배나 잡상인처럼 언행하지 말아야 한다. 고품격으로 국민을 모셔야 한다. 어설픈 지도자가 되어 국민과 국가는 물론 조상과 자자손손을 욕되게 하지마라.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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