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날은 한겨레 주주들이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 <문화공간 온>이 추진하는 한양도성해설 행사를 하는 날이다. 해설가는 나고, 참가 대상은 한겨레 주주 및 독자들이다. 2년 전부터 일 년에 한두 번씩 실시했던 이 행사는 1차 낙산구간, 2차 남산구간, 3차 중구 정동구간에 이어 이번에는 인왕산구간이었다. 인왕산구간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작하여 우리 동네 무악동 뒤 인왕산과 그 너머 수성동계곡이 주무대다.

한겨레신문에 4월 초순부터 말경까지 <문화공간 온> 문화행사 일환으로 한양도성해설 광고가 세 차례나 나왔을 때 나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짐을 질 사람처럼 두려움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광고를 본 한겨레 독자들이 잇달아 나에게 전화를 하여 도성 행사에 참여하려는데 준비물은 무엇이냐? 참가비는 없느냐? 여정은 몇 시간이나 소요되느냐? 등등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기는 번거로운 일이었으나 대답 끝에 한결같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큰 부담을 느끼지 마시고, 다만 야외행사가 끝나고 <문화공간 온>에서 가질 중식 겸 뒤풀이행사에 참가하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당부는 잊지 않았다.

처음 광고가 나오고 3~4일쯤 지났을 때, 이 일의 실무를 총괄하는 심창식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에게도 수십 명의 독자로부터 전화가 쇄도한단다. 참가자들 신청과 문의를 한 사람이 전담하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동안 나에게 문의한 참가자 명단을 심이사에게 건네며 앞으로 참가자 신청을 부탁했다.

두 번째, 세 번째 광고가 나간 후에도 참가하겠다는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심이사는 대략 4~50명 정도 참가하리라 예상했는데 벌써 100여 명을 넘어 150명에 육박한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구청 담당 주무관의 부탁을 받고 해설을 할 때 20명을 기준으로 배당받는다. 그런데 나 홀로 150명을 상대하여 도성해설을 진행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심이사도 이 점에 공감했다. 그는 휴대용 마이크를 충전하여 가져올 것, 가능하면 우수한 도성 해설가 한 사람을 데려올 것 등을 나에게 주문했다. 동료 해설가 중 누구에게 부탁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음날 그는 다시 다른 해설가는 데려오지 말라고 했다.

“데려오는 해설가가 보나마나 선배님보다 못 하는 사람일 텐데, 잘 못하면 한겨레 주주 독자들을 실망시켜 차후 이 행사를 계속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주저하면서도 일면 그의 의견이 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동료 해설사의 해설 관점이 나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진행상 어려움이 발생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해설에 관한한은 오로지 내가 책임질 문제였다.

5월 1일에는 한겨레 주주센터 서기철부장이 전화를 해서 회사의 성능 좋은 마이크를 여벌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2년 전 경영관리부장으로 전출되었다가 다시 주주센터로 복귀한 그의 선한 얼굴이 떠올랐다. <문화공간 온>을 전담하는 이팀장이 행사 당일 지방에 갈 것이어서 그가 대신 참석한다는 것이다.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는데 관계자들이 다들 도와주겠다니 나는 고무되었다. 심이사, 김진표 한주회전국위원장 등 우리들의 친절하고 사려깊은 동료들 덕분에 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당일의 어려움은 당일에 돌파하면 될 일이다.

5월 3일 드디어 행사일이다. 내가 10분 전에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➄번 출구에 당도하니 벌써 소나무 밑 벤치며 공원 입구 공터에 수많은 인원이 버글거렸다. 예상은 했으면서도 그 많은 인파를 보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출발시간 9시 5분 전이어서 나는 좀 떨어진 구석 벤치에 앉아 마이크를 시험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어제 밤 충전한 마이크가 먹통이다. 순간 당황했다.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보니 본체 구멍에 연결하는 선의 접속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하얘졌던 머리가 다시 맑아졌다. 이미 도착하여 나를 찾고 있던 심이사와 김위원장을 만났다. 반가웠다.

▲ 예비 운동을 하고 있다

9시 정각이 되었으나 아직 오고 있는 참가자들이 있어 다소 늦어졌다. 기다리는 동안 김위원장의 시범으로 예비 운동을 했다.

 

편집 : 양성숙 부에디터  사진 : 권용동 주주통신원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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