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50회 목월백일장
5월 13일 토요일, 제50회 "목월백일장"이 50년 전의 그 장소에서 열렸다.
꼭 반세기가 되는 목월백일장은 긴 역사만큼 전국 문인들의 통과의례다. 특히 유명 시인들 중 다수가 청소년기에 목월백일장에서 입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노년에 막 접어드는 심사위원들 역시 이 백일장에서의 호명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여기서 입상한 학생들을 언젠가 문단에서 다시 보게 되리라는 기대치를 갖게 된다.
올해 목월 대상은 가장 많이 참석한 고등부에서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1반 서정진 군의 작품은 심사위원 9명의 만장일치를 받았다.
고등부의 시제는 '나무'였으며 시 전문을 싣는다.
나무
서정진 (경기도 고양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1반)
조용한 나무 안엔
먼지를 덮고 숨어버린 상처가 누워있고
동생이 펼쳐놓고 간 교과서가
구겨진 한 쪽 날개를 이파리 위에서
말리고 있을 즈음
목공소 앞마당에서
아버지가 매일 아침마다 깎아내는 것은
휘어진 것들의 *프로파간다
창문에서, 멈춰버린 나무의 틀에서
유리가 흐른다
가라앉는 아버지의 말 너머로
죽어가는 풍경이 있다
아버지의 딱딱한 그림자를 담는 창틀
끊임없이 아버지의 손가락을 긁는 유리조각들
뿌리에서 역류하는 눈물과
빳빳한 나무를 들고 선 등 굽은 아버지는
비틀비틀 지친 발걸음을 누르고
아버지의 손에는 싸구려 반창고가
흉터를 다 가리지 못한 채 웅크려있었다.
*프로파간다(propaganda):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며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
편집 :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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