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50회 목월백일장

5월 13일 토요일, 제50회 "목월백일장"이 50년 전의 그 장소에서 열렸다.

▲ 목월의 송아지 노래비에 헌화.
▲ 50년 간 한 해도 빠짐 없이 열리는 목월백일장. 그는 가고 없어도 고향은 그를 잊지 않는다.
▲ 목월의 생애와 그가 남긴 문학작품을 설명하는 최해암 경주문협부회장.
▲ 시제를 발표하는 김종섭 시인.
▲ 녹음처럼 싱그러운 청소년들의 웃음
▲ 컴퓨터 게임이 아무리 재미나도 샘솟는 문학의 열정을 꺾진 못한다.
▲ 이 아이들 중 언젠가 유명작가가 나오리라는 설레는 기대감

꼭 반세기가 되는 목월백일장은 긴 역사만큼 전국 문인들의 통과의례다. 특히 유명 시인들 중 다수가 청소년기에 목월백일장에서 입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노년에 막 접어드는 심사위원들 역시 이 백일장에서의 호명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여기서 입상한 학생들을 언젠가 문단에서 다시 보게 되리라는 기대치를 갖게 된다.

▲ 얼마나 빛나는 작품을 만날까, 심사위원들도 설렌다.
▲ 왼쪽의 박해정씨는 '너는 어느 지구에서 왔니?' 동시집(문학동네)출간과 동시에 등단한 아동문학가다. 한겨레경주포항모임 신입회원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 황성 옛 터인 황성공원은 경주시민의 휴식처다.
▲ 김형섭 경주문협 회장님과 이노미 사무국장이 심사에 앞서 유의사항 등을 설명한다.
▲ 심사는 늘 조심스럽다. 지나치게 우수한 작품은 인터넷 검색으로 표절을 골라낸다.
▲ 심사가 늘 평탄한 건 아니다. 때론 작품을 대하는 의식의 차이로 갑론을박 크게 다투기도 한다.
▲ 성명과 주소 등은 별지로 보관한 뒤 숫자표기만으로 심사에 임한다.

 

올해 목월 대상은 가장 많이 참석한 고등부에서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1반 서정진 군의 작품은 심사위원 9명의 만장일치를 받았다. 

▲ 왼쪽부터 김종섭 시인, 서정진 군의 어머니, 대상 수상자 서정진, 서정진 군의 아버지, 김형섭 경주문협회장.

고등부의 시제는 '나무'였으며 시 전문을 싣는다.

나무

       서정진 (경기도 고양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1반)

조용한 나무 안엔

먼지를 덮고 숨어버린 상처가 누워있고

동생이 펼쳐놓고 간 교과서가

구겨진 한 쪽 날개를 이파리 위에서

말리고 있을 즈음

 

목공소 앞마당에서

아버지가 매일 아침마다 깎아내는 것은

휘어진 것들의 *프로파간다

창문에서, 멈춰버린 나무의 틀에서

유리가 흐른다

 

가라앉는 아버지의 말 너머로

죽어가는 풍경이 있다

아버지의 딱딱한 그림자를 담는 창틀

끊임없이 아버지의 손가락을 긁는 유리조각들

뿌리에서 역류하는 눈물과

빳빳한 나무를 들고 선 등 굽은 아버지는

비틀비틀 지친 발걸음을 누르고

 

아버지의 손에는 싸구려 반창고가

흉터를 다 가리지 못한 채 웅크려있었다.

*프로파간다(propaganda): 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며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

   

편집 :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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