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부부처 중 일반인에게는 잘 띄지 않지만 국민의 나라에 대한 헌신과 애국애족 정신을 함양. 계승시킨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가보훈처이다. 그래서 국가보훈처의 설립목적은 “국가 보훈 대상자 예우와 보상, 제대군인 보상 및 지원, 국민 애국심 함양”이다.

한마디로 일제강점기부터 독립운동 유공자나 독재시절의 민주인사부터 순직 군인과 경찰 등 나라를 위해 희생, 공헌한 분들과 그 유족들을 제대로 모시고 그들의 정신과 행위가 면면이 이어져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훈처의 수장은 1961년 설립당시부터 지난 50여 년간 군 출신 인사들이 도맡아오다시피 함으로써 국가 보훈업무가 원래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른 측면이 있다.

특히 지난 6년을 넘게 역대 최장수 처장으로 있으면서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종북활동으로 왜곡한 동영상을 배포하고, 보훈처 본연의 업무인 국가유공자 예우·보상보다 한·미동맹 강화 등 정치적 사안에 몰두하였으며, 임기 내내 극우보수세력 편들기에 앞장선 박승춘이 남긴 적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 적폐는 하루빨리 씻어내야 할 오점으로 남아있다.

그 기간 동안의 보훈처는 국론분열과 이념대결의 중심에 서있었다. 보훈처에서 실시한 ‘나라사랑’ 교육은 극우보수 편향의 체제안보, 국민 편가르기 교육이었다.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일부 산하단체는 지난 박근혜 탄핵사태 때 보여줬던 행태에서 볼 수 있듯이, 부정한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담당한 어용 정치단체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럼으로써 보훈처는 국가보훈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지위, 그리고 도덕성에 심대한 흠결이 생겼다.

보훈처에는 그 외에도 독립유공자 심사제도 개선, 보훈적폐 청산 관련 법률개정, 효창원의 국립묘지화 추진, 광복회의 민주화와 위상제고,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 확대 등의 난제가 산적해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이 엄청난 과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보훈처장의 자리가 군 출신 인사들만이 그저 다녀가는 자리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긴 적폐의 시대를 끝내고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는 문민통제의 새 시대를 여는 정부여야 한다.

그리고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라 민간에서 수장이 된다면 이번에는 보훈업무에 밝고 올곧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보훈업무의 특성상으로도,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항일운동사 장례식'을 열었다.

(출처 한겨레 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14344.html)

오랫동안 군 출신 인사들만이 수장을 맡음으로써 가장 소중한 보훈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홀대받아온 측면이 크다는 것을 감안할 때도 되었다. 이제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디 보훈처 내의 적폐와 흐트러진 질서 그리고 부조리는 이번 정권의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어려우며, 그렇게 됐을 때 나라를 지탱하는 국민의 애국애족 정신과 나라에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량과 강단을 갖춘 독립운동가 후손을 보훈처장에 임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2017. 5. 17
여인철
장준하부활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전)

※ 17일 오후에 이글을 거의 완성했지만 (가칭)'평화협정 국민연대' 준비모임 준비하느라 미처 올리지 못했는데, 피우진 보훈처장이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상관없이 시대상황에 맞추어 ‘보훈처장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임명’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널리 펼치기 위해 한발 늦었지만 글을 올린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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