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글과 만날 때, 한 편의 시가 된다.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은 한나의 시다. 한때 문학을 공부했고, 미카엘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무너져가던 한나의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감정들을 풀어낸 잿빛으로 가득한 장편의 시.

▲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

 

한나는 대학교 계단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도와준 미카엘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형성된 남성관, 친구로 지내던 쌍둥이 형제를 통해 느낀 정복감으로 성장한 한나는 미카엘과의 결혼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나가 평소 가지고 있던 남성성은 또 다른 남성성을 만날 때 발현, 해소, 성취되었으나, 착하고 묵묵한 심성의 미카엘은 이런 한나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한나의 예민함, 비이성적인 행동, 무분별한 소비에도 유지되는 미카엘의 평정심은 오히려 그녀를 뒤흔들뿐이다.

'나는 반항하는 꼬마처럼 저항했다. 그가 너무나 미워서 목에서 무엇인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그를 뒤흔들어 평정을 잃게 하고 싶었다.'

 

유명한 지질학자의 아내로서 살고 싶은 한나의 이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많았다. 포기해야 했던 공부, 미카엘의 가족들로부터의 은연중에 강요받은 내조, 예기치 않게 생겨버린 아이.

'예루살렘에는 끝이 없다.'

그녀를 감싸는 상념들은 전쟁이 반복되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잿빛 도시, 예루살렘 아래에서 더욱 깊어지고, 반복되는 악몽으로 나타난다.

 

한나는 미카엘과의 결혼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들은 마치 장거리 기차여행에서 운명적으로 옆자리에 앉게 된 여행자들 같았다.'

 

이렇게 공허로 가득 찬 결혼 생활은 어느덧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시간으로 그녀를 데려다 놓는다. 가족과 이웃들의 죽음.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아마 한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이미 죽어버린, 사랑하던 사람들을 회고하고, 사랑하는 힘을 잃어 버린 자신을 위로하며 버티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미카엘의 말대로 만족하며 할 일이 없어진 사람에게 감정은 악성종양일뿐이니까.

아모스 오즈는 말한다.

"나는 창가에 서서 항상 도달할 수 없는 창공을 올려다 보고 말한다. 한나, 넌 어디든 있어. 일본에도 한국에도 중국에도 불가리아에도 핀란드에도 브라질에도. 그래 좀 나아졌니? 여행 잘 해. 난 그녀에게 말한다."

<나의 미카엘>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또 다른 한나에게 위로의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려 하고, 책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마주할 때, 위로 받기도 하니까.

 

편집: 이다혜 객원 편집위원

한주해 대학생 기자  wngog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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