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이상직 주주통신원

양띠 해를 맞아 온 나라에 양(羊)자가 들어가는 땅이름을 조사해보니 양과 관련된 곳이 40곳이나 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0만개 땅이름 가운데 40곳이 양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마을이 23곳, 섬 7곳, 산 6곳으로 백양동, 양장, 양도, 양각산, 양동 따위로 전남이 15곳, 경남이 8곳이며, 경기, 경북에도 있습니다.

땅이름 말고 절 이름 가운데 백양사도 양자가 들어가는 곳이지요. 전북 순창과 정읍, 전남 장성에 걸쳐 있는 백암산의 '백양사'는 창건 당시에는 백암사로 불렀습니다. 그 뒤 '정토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훗날 조선 선조 7년 환양선사가 금강경을 설법할 때 하늘에서 흰 양이 설법을 듣고 갔다고 해서 백양사(白羊寺)라 이름을 고쳐 불렸다지요.

양은 속죄양(贖罪羊)이란 말이 있듯이 언제나 희생의 상징입니다. 서양에서 사람을 벌하는 대신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인 것이지요. 양은 또한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함이 있다 하여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양띠들이 양처럼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하여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양(羊)은 글자형태로 보면 상서로울 ‘상(祥)’과 통하고, 소리로는 밝을 ‘양(陽)’과 서로 통하여 길상의 의미로 일찍부터 등장해왔습니다.

이상직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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