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1일이 하지네요. 이미 24절기에 대해 소개한 바는 있지요(연재물 34회). 4계절 24절기는 지축이 기울어져서 생기는 천체의 현상이라지요.

여름이 지극한 것을 하지라 하고, 겨울이 지극한 것을 동지(冬至)라 하지요. 아래 도표에서 주역 괘를 참고해 보시면 하지 때는 여섯 개 효爻 중에서 음⚋이 밑에서 하나 생기지요. 양이 가득찬 한여름인데 이미 지구에는 음의 기운이 하나 생겨나는 것이지요. 겨울은 그 반대로 음이 가득찬 한겨울인 동지에 따뜻한 양⚊의 기운이 하나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태극☯이 되지요.

그래서, 이 음이 불어나고 양이 줄고(변變), 또한 그 반대로 양이 불어나고 음이 줄어드는 것(화化)을 ‘변화’라고 한다지요. 태극 그림에서 보면 백권(白卷)이라하는 흰 부분이 가득 찬 곳에서 검은 점의 음 기운이 싹트고, 흑권(黑卷)이라하는 검은 부분이 가득 찬 곳에서 흰 점의 양 기운이 움터오는 것이지요. 이 모양이 물고기 눈과 같다고 하여 어안도(魚眼圖)라고도 하지요.

달이 차면 기울고 다시 기울면 차오르는 것과 같이 음양운동을 말하지요. 이것이 지구에 4계절 24절기로 나타나고 우리들의 몸과 마음도 이 리듬에 따라 작용하는 것이지요. 우주 천지자연의 이치인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태극 원리이지요. 우리나라 태극기에 주역의 태극 원리가 담겨 있는 것이지요(연재물 22회).

아래 사진표를 보아도 12달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지요.

이 우주 기운은 모두가 일월성신(日月星辰) 곧 별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이미 소개한 바 있지요. 그에 따라 5운 6기, 10천간 12지지가 형성된다는 것이지요(연재물 30회). 우주는 기(氣)로 가득 차 있고 우주 운동이 모두 기의 작용이라지요. 그래서 역학(易學)을 기학(氣學), 기상학(氣象學)이라고도 하지요. 이 기(氣)라는 것은 에너지(Energy)와 파워(Power)를 합해도 온전히 표현하기가 부족한 용어이지요.

여러 사전에 나오는 하지의 설명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하지는 24절기의 열 번째. 음력으로는 5월 중, 양력 6월 21일경이 시작되는 날이며,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있다. 해가 황도의 하지점을 통과하는 날.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게 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부에서는 일년 중 가장 낮이 길며 남중고도라고 하여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고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로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가장 길다. 

옛 사람들은 하지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눠서, ①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②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③ 반하(半夏)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夏至(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나며,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기우제 -하지가 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이장(里長)이 제관이 되어 용소(龍沼)에 가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 제물로는 개나 돼지 또는 소를 잡아 그 머리만 물속에 넣는다. 그러면 용신(龍神)이 그 부정함을 노하여 비를 내려 씻어 내린다고 믿는다. 나머지 몸통 고기는 기우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함께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 지난 2일 오전 홍성지역 최악의 가뭄으로 홍성 구항면 거북이마을 주민들이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 및 사진글 출처 : 오마이뉴스 ⓒ 김석환 제공)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서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하지요. 그만큼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까지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하여 생긴 말이라네요.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하네요. 이 날 ‘감자 천신(薦新)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지요.

 

24절기와 卦

 

하지 때 우리 나라에서는 별 다른 민속 행사는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에 축제들이 있어 왔네요.

1) 영국의 에브벨리 지역에 거석주(巨石柱)라고 하는 스톤서클(環狀列石)의 유구(遺構)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석조구축물의 주축이라고 할 동북부에는 바깔 도랑이 잘리어 4각형의 광장이 부설되었고, 그 중간에 힐스톤이라고 불리는 한 개의 돌이 있다.

이 구축물들은 건조시기가 각각 다른데 바깥 도랑과 제방 그리고 힐스톤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로 BC 1848±275년에 건조되었고, 입석류는 BC 1700∼BC 1600년, 중앙의 석조물은 BC 1500∼BC 1400년 건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스톤헨지가 고대의 태양신앙과 결부되고, 하지(夏至)의 태양이 힐스톤 위에서 떠올라 중앙제단을 비추었던 시기가 천문학적으로 BC 1840±200년이라고 계산됨으로써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의 결과와 일치하는 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6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되었다.

2) 서구에서는 태양신 숭배가 게르만인 사이에 있었다는 것은 시저의 기술에서도 알 수 있다는데, 그리스도교 공인 후에는 일찍이 하지는 성 요한제, 동지는 크리스마스로 대신되었다.

그러나 성 요한제의 풍습은 오래된 전통을 수없이 남기고 있다. 하지에는 신성한 태양이 하늘의 정점에 이르러, 정지해서 농경지에 은혜를 베푼 후에 되돌아간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성대한 하지의 축하의 불을 피워 태양에 가세하여, 농경지와 가축의 번영을 기도하고, 악령을 쫓았다. 이 풍습은 19세기 중반까지 유럽 전역에서 행하여지고, 특히 남독일에서 성행하였고, 성 요한의 날의 전야에 산 위나 들판, 때로는 십자로나 광장에서 축하의 불이 피워진다.

3) 스웨덴의 하지 축제(Midsommar)는 매년 6월 19일에서 26일 사이의 주말에 열리는 스웨덴의 전통 축제다. 하지 축제(Midsummer Day)는 세계 전역에서 오래전부터 행해진 대표적인 여름 행사로, 특히 스웨덴의 하지 축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스웨덴의 2대 축제로 꼽힐 정도로 중요하고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에서 하지는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이후 세례요한(John the Baptist)과 결부되어 주로 세례 요한의 축일로 알려져 있는데, 학자들은 고대 농경 사회의 축제가 그리스도교에 흡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 하지 축제. 겨울을 지나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를 맞이한 스웨덴 사람들은 ‘5월의 기둥’ 미드솜마르스통 둘레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긴다.

흔히 ‘메이폴’(Maypole)이라 불리는 이 ‘5월의 기둥’을 세우고 오월제(May Day)를 치르는 것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습으로, 겨울이 지나 부활한 수목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겨울이 비교적 더 긴 스웨덴에서는 같은 행사를 6월에 치렀으나 ‘5월의 기둥’이라는 명칭은 그대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와서는 보통 ‘하지 기둥’이라는 뜻에서 ‘미드솜마르스통’(midsommarstång)이라고 부른다.

미드솜마르스통(Midsommarstång) 스웨덴 하지 축제의 상징은 15미터 정도의 기둥을 잔가지와 나뭇잎 등으로 장식한 미드솜마르스통으로, ‘하지 기둥’이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하지 전야인 미드솜마라프톤(Midsommarafton)과 하지인 미드솜마르다엔(Midsommardagen)을 기념했으나, 1953년 이후로는 6월 19일과 26일 사이의 금요일과 토요일 혹은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이삼일간을 하지 축제일로 삼고 있다.

4) ‘하지 불 축제(The summer solstice fire festivals)’는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하지(夏至) 날 밤에 피레네 산맥에서 해마다 열린다. 어스름이 내리면 여러 산골 마을의 주민들이 횃불을 들고 산에서부터 내려와 저마다의 전통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쌓아올린 장작더미에 불을 놓는다.

이 때, 산을 내려오는 행위는 청소년에서 어엿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는 특별한 순간이 된다. 인기 있는 민속과 공동 식사와 같은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는 하지 불 축제는 사회적 유대를 재확인하고 소속감, 정체성, 연속성을 강화하는 시간으로 인식된다.

5) 그리고 마야 잉카 문명에서도 하지 축제와 관련된 행사가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6) 참고로 우리나라 첨성대는 한자 그대로 ‘첨성(瞻星)하는 대(臺)’라는 의미이며, '별(星)을 바라보는(瞻) 시설(臺)'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첨성대에 대한 기능에 대해 천문 관측대, 제단 등의 논란이 있지만,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첨성대는 별을 보는 곳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첨성대는 천문학적으로 볼 때 당시 천문학 부문에서 지배하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바르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설에 따라 위는 둥근 몸체에 기초에는 네모난 기단석을 놓았다. 그 기단석 위로 돌을 한단 한단씩 모두 28개단을 쌓아 천체의 별자리 28수를 나타내었다. 몸체는 27단이나 맨 위의 정자석을 합치면 28단이고 기단석을 합치면 29단이며, 기단석과 정자석을 제외한 원주부(圓柱部)에 사용된 석재 수(石材數)는 하층부터 27단까지 3백62매이다.의미를 부여하자면 27단은 신라 선덕여왕의 27대, 28단은 기본 별자리 28수, 29단은 한 달 29일을 의미하고, 3백62개는 1년의 일수(日數)를 상징한다.그리고 중간에 있는 네모난 출입구를 중심으로 창문 아래와 창문 위로 각기 12개의 단으로 쌓았다. 이것은 1년 12개월과 24절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석(臺石)으로부터 높이 약 4.16m 되는 곳에 정남(正南)을 향하여 1변의 길이가 약 1m인 네모난 출입구를 배치하고, 이를 통하여 햇빛이 그 안벽에 비추는 그림자의 위치와 그 길이에 따라 시간과 절기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하였다.춘분과 추분에는 태양 광선이 첨성대 밑바닥까지 비추게 돼 있고, 하지와 동지에는 아랫부분에서 광선이 완전히 사라져 춘하추동의 분점(分点)과 지점(至点)을 측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네이버 자료 참조)

이상과 같이 서양 지역에서는 동지보다는 하지 쪽으로 더 다양한 행사가 있어온 것 같네요. 서양은 양의 문화 - 여름. 동적. 아폴론적 - 이고, 동양은 음의 문화 - 겨울. 정적. 디오니소스적 - 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네요. 이것은 그 지역의 생활양식, 문화로서 풍토 지리 기후적 영향에 따른 것이겠지요.

아래 사진을 보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만물의 구성 원리인 1년 12달, 1일 12시간, 자연의 <3합 원리>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신앙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 행위가 3위 일체로 정립되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지요. 그것이 정기신혈(精氣神血)의 인체 작동 원리인 것이고요.

 

[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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