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30주년 기념행사>

민주, 30년만의 화려한 외출

지난 6월10일 서울 광장에서는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신명나는 난장을 펼쳤다.

▲ 서울광장 입장

1987년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은 6.10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는 매년 있어왔지만 30주년이 되는 올해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신나게 놀아 본 적은 없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 고천제
▲ 동학혁명군, 수운회관 출발 전

근대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고 민중을 이끌어 온 사건이 여섯 갈래로 나누어 흐르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퍼포먼스가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다. 오후 2시 수은회관을 출발한 '동학혁명군', 탑골 공원을 출발한 '3.1만세군',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출발한 '4.19혁명군', 서울역을 출발한 '5월광주군', 명동성당을 출발한 '6.10항쟁군', 그리고 청운동 주민센터를 출발한 '촛불시민혁명군', 이 여섯 무리는 서울광장에 모여 대통합굿을 벌렸고, 100인의 '북, 소리, 무예 행사'가 펼쳐졌다.

▲ '사람이 하늘이다'
▲ '동학에서 오월로, 통일로'

필자는 '사람이 하늘이다', '동학에서 오월로 통일로'를 기치로 수운회관에서 출발한 '동학혁명군'의 행렬에 끼어 만장을 들고 행진을 같이 했다.

출발 전 발표자료를 통하여 고천문 낭독과 대통령께 드리는 제안서 7가지를 공표하였다.

 

고 천 문

2017년 6월 10일. 맑고 푸른 날에

하늘에 고하나이다!

수운 최제우님께 고하나이다!

해월 최시형님께 고하나이다!

선배 동학도들에게 고하나이다!

150여년 전 수운 선생은 한울님과 문답하고 사람이 하늘임을 깨달으셨습니다. 남자와 여자, 양반과 상민, 노인과 아이간에 위아래 없이 존귀하다는 것을 널리 펼치셨습니다. 당신들은 더러운 차별을 거부했습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잔인한 수탈에 저항했습니다. 탐욕스러운 외세에 맞섰습니다.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떨쳐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기득권을 움켜쥔 지배세력 손에 스러지고, 치명적인 외래무기 앞에 스러져갔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언땅 위에 맨발로 피를 흘리며 스러져갔습니다.

21세기, 당신들의 자랑스러운 후예인 우리는 지난 겨울 내내 촛불을 들고 그릇된 정권에 저항했습니다. 사악한 정권은 끌어내렸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몽니부리는 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분단의 기나긴 철조망을 걷어내야 합니다. 길들여진 증오나 조작된 오해를 풀어내야 합니다. 다름은 덜어내고 같음에 벅차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합니다.

하늘이시어, 우리의 뜻을 굽어살피사,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가 이루게 하소서! 선배들이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했던 그 길을 우리 동학실천시민행동이 갈 수 있게 하소서. 쉼 없이 가다가 마침내 개벽된 세상에서 너와 내가, 앞서간 자와 뒤따르는 자들이 얼싸안고 에헤라디여~ 대동 춤을 출 수 있게 하소서.

2017년 6월 10일

동학실천시민행동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

동학 정신의 실현을 위한 7가지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이며, 촛불 시민들의 요구와 열망을 반드시 실현시키라는 역사적 사명을 짊어진 정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혁명의 성공적인 완성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펼치는 개혁 정책들에 큰 박수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하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에 추호도 흔들림이 없이, 촛불시민들이 꿈꾸어 온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해묵은 적폐의 완전한 청산'이요, ∆'과감하고도 단호한 개혁 정책의 실천'이며, ∆'모든 사람이 존중 받으며 잘 사는 새로운 나라의 건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시대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진행 중인 촛불시민혁명이, 1894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거세게 일어났다가 짓밟힌 동학혁명의 정신이 되살아나고, 동학인들이 꿈꾸었던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촛불시민혁명 정신의 뿌리가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라'는 동학 정신, 부패한 탐관오리를 과감하게 징치하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했던 동학혁명군들의 꿈과 맞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1860년, ‘모든 사람 안에 하늘이 있다’고 설파한 최제우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동학의 정신은 1894년 동학혁명, 1919년 3.1운동,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민중항쟁, 1987년 6.10항쟁에 이어 2017년 촛불시민혁명에 이르기까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면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민혁명은 동학정신을 되살리는 일이자, 미완의 동학혁명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자’는 동학정신과 동학혁명의 역사가 촛불시민혁명으로 완성되고, 완전히 새로운 나라의 건설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문재인 대통령께 아래와 같은 7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123년 전 안타깝게 스러져 간 동학혁명군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그들의 꿈과 위대한 정신이 오늘이 되살아 날 수 있도록 적극 실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제안]

1.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며 동학의 정신과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 것

주변 강대국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물리치고,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배격하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자주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모든 사람들이 어떤 차별도 없이 존중 받고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민주 평화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

2. 2018년 개정 헌법 전문에 동학혁명 정신 계승을 명시할 것

2018년으로 예정된 헌법 개정 과정에,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는 평등세상을 요구했던 자랑스런 동학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

3. 동학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이었던 근현대사를 복원하고 재정립할 것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동학의 역사를 새로이 복원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 동학 기념일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고, 숭고한 동학 정신과 동학혁명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강화할 것.

4. 전국적으로 동학의 역사를 발굴하고 '동학 올레길'을 조성할 것

전국 각 지역에 있는 동학의 흔적, 동학혁명의 유적을 발굴하고, 동학의 현장을 걸을 수 있는 '동학 올레길'을 만들고, 북녘에 있는 동학 유적지를 찾아서 교류 왕래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

5. 정부 주도로 동학 희생자 명부를 작성하고 위령제를 개최할 것

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패한 집권세력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목숨을 바치신 동학혁명군들의 명부를 작성하고 순국한 영령들을 위로하는 동학 위령제를 개최할 것.

6. 국립 동학기념관을 건립하고, 동학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것

최제우 최시형 선생과 동학인들이 주창하고 신봉했던 인내천 정신, 동학혁명의 역사 등을 전시하고 선양하는 동학혁명 기념관을 건립하고 동학혁명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

7. 동학의 역사 발굴 및 학술 연구, 다양한 컨텐츠 개발을 지원할 것

동학 이전의 실학운동, 동학 창도와 포덕, 동학혁명, 의병투쟁, 독립투쟁 등에 이르는 역사와 인물 발굴 연구를 특별히 지원하고 동학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다양한 컨텐츠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

2017년 6월 10일

6.10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며

동학실천시민행동 드림

100여 명의 '동학실천시민행동(동행) 회원들과 시민들 그리고 풍물들이 참가한 행렬은 인사동을 거쳐 광화문 그리고 서울광장에 이르는 동안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 인사동에서 풍물놀이

가장 먼저 서울광장에 입장한 '동학혁명군'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참가자들은 오늘날 촛불시민혁명의 이름으로 되살아난 민주주의의 완성을 기뻐하며 행사 내내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다.

▲ '사람이 하늘이다' , '동학에서 오월로, 통일로'
▲ 백성 민

 

124년 전 동학혁명에서부터 3.1만세, 4.19혁명, 5.18광주, 6.10항쟁, 그리고 시민촛불혁명까지..

지난 겨울 1700만이 모인 시민촛불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 민중들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던 정의감, 분노 그리고 변혁의 에너지가 한 순간에 용출한 것이었다.

▲ 촛불로 되살아나다
▲ 기념사진

동학에서 시작된 그 물줄기는 오늘날 촛불시민혁명으로 도도히 흘러왔던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에서 6.10항쟁 이 후 '민주'의 이름으로 화려하게 환생한 민중 의식의 근원인 동학정신은 오늘날에도 시민의식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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