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끝자락, 길상사에서

양성숙 부에디터l승인2017.06.14l수정2017.06.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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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하면 나는 법정스님 보다 김영한 여사가 먼저 떠오른다. 백석 시인을 사랑했고 '저세상으로 떠날 때 백석 시인의 시 한 수면 족하다'는 말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김영한여사는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법정스님께 자신이 운영하던 대원각을 기증하고 싶어 했다 몇 번의 사양 끝에 수락하신 스님은 요정이었던 대원각에 절을 세우셨다 그 절이 '길상사'다.

길상사가 세워지고 그해였는지 이듬해였는지  알 수 없으나 가을이 무르익어갈 무렵 그곳에 첫 나들이를 하였다. 그해 가을은 유난히 단풍 빛깔이 고왔던 걸로 기억한다. 길상사 가던 날은 햇볕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내리쬐고 물들어가는 풍경은 맑고 청아했다. 같이 갔던 우리 일행은 경내를 서서히 돌며 고요함에 젖어들었다. 목소리를 낮추고 절에서 풍겨오는 향취를 느끼며 걷다가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 파묻힌 듯 자리한 자그마한 토방을 발견하였다. 투박해서 자연미가 느껴지는 흙집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는 그곳을 향해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비밀의 문을 열듯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2평 남짓한 정방형 토방은 한 면은 문이고 세 면에는 창문이 나있었다. 문들은 창호지로 발라 정갈했고 방안은 아늑했다. 방 한 가운데 자그마한 목상이 놓여있는 절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휴식 공간이었다. 문을 등지고 앉아 마주한 창은 눈높이에 위치해 창밖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쌓이고 쌓인 낙엽 위로 가랑비 오듯 노란 은행잎들이 폴폴 흩어져 내리던 창틀 속 풍경이 꿈결인 듯 펼쳐지고 있었다. 난 그 토방에서 본 가을 정경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다음 길상사를 찾았을 때 마음 한켠에 그리던 토방은 사라지고 없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안타까웠다.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토방을 그리워하며 첫 길상사에서의 느낌을 꺼내보았다.

그 후로 초파일 행사가 있을 때 두서너 번, 지인과 한두 번 간 것을 제외하고 오래도록 발걸음한 일이 없었다. 그러다 2015년 10월 17일 한겨레 주주통신원 월례회를 성북동 사랑방에서 가졌던 날 몇몇 주주통신원들과 길상사에 갔었다. 그때도 가을이었다.

▲ 2015년 가을에

 

▲ 두 주주통신원이 가을 속을 걷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가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캐나다로 돌아갈 날을 이틀 앞두고 길상사에 같이 가보았다. 길상사 첫 나들이에 함께했던 일행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친구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싶어 했으나 일정이 여의치 않아 신록이 깊은 5월의 끝자락을 마음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초록공기로 숨 쉴 수 있었던 길상사에서...

▲ 친구의 뒷모습

 

 

▲ 돌아가 추억할 순간들을 태블릿pc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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