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자에게 몇 배나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모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건강보험(건보)이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인해 힘없는 서민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크나큰 고통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보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에 다니면 직장가입자, 그렇지 않으면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 직장에 다닌다 해도 직장에서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또한 1인 개인사업자들은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가 된다.

직장에서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또한 1인 개인사업자들은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가 된다.

직장가입자는 자녀와 부모, 배우자 등 인원 수와 상관없이 모든 직계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것이 가능하며 가입자 한 사람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적용된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세대주나 세대원, 즉 부모와 자녀, 배우자까지 별도로 개별 산정되는 체계 때문에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소득조건이라 해도 몇 배나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대체로 수익이 안정적인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덜 내고 영세자영업자나 무직자들은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 소득역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월소득이 동일하게 17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몇 배나 많다.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1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상관없이 월소득 170만원에 보험료율 6.12%를 적용해 10만4000원인데 절반은 회사가 부담하므로 5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하지만 지역가입자가 월소득 170만원에 2억원짜리 집, 10년 된 2000㏄ 자동차가 있다면 계산방식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월 20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구조이다. 뿐만 아니라 보유한 집의 시세가 2억원이지만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있다고 해도 지역가입자의 부채는 보험부과체계에 전혀 감안되지 않는다.

더구나 생존율 16%에 불과한 영세자영업자들은 지속적인 내수경기 침체로 고용원을 둘 수 없어 2인 이상의 사업자였다가 1인 개인사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는 사업자의 소득에 따라 적용했던 보험체계를 1인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지역가입자로 변경시켜 모든 세대원의 소득을 측정해 건강보험료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가계부채로 힘든 영세자영업자에게 몇 배나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생계를 책임져야 할 50대 영세자영업자들의 50%는 월소득 100만원 이하로 생계가 어려워 생활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직장가입자에 비해 몇 배나 많은 보험료를 물어야 하는 제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5년 12월 통계자료를 보면 고용원이 없는 개인사업자는 504만명이며, 이 중 86%에 해당하는 1인 개인사업자 433만명은 4대 보험 가입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가 지난해 4분기에 9만6000명 늘었다. 이들은 모두 건보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면서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수백만원씩 연체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마련한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 ‘당사자 모임’에서 참여자들이 남긴 글. 정용일 기자<한겨레 21자료>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가난한 사람, 서민, 영세자영업자들의 아픔을 보살펴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손톱 밑의 가시인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를 바로잡아 줄 것으로 믿는다.

<정재안 남양주소상공자영업연합회 대표>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정재안 주주통신원  amostr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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