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밀려왔다. 바람의 진원지는 EBS의 ‘세계테마기행’. 이 녀석이 늘 나에게 바람을 잡는다. 2016년 11월 8일 방영된 EBS의 ‘세계테마기행’ 체코편에 나온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혹은 체스케 슈비차르스코 국립공원)의 비경은 내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Pravcicika Brana(사진출처 : 세계테마기행)
▲ 에드먼드 협곡 Edmundova soutezka (사진출처 : 세계테마기행)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고 빌면 이루어지는 건지... 지난 6월 초 드디어 가게 되었다.

동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하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뽑힌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 공원’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라고 하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할 수 없겠다.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은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촬영한 곳이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도 이곳에서 <눈의 여왕>의 일부를 집필했다고 한다. ‘플리트비체 공원’만은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공원은 체코에서 가장 최근에 지정되었으며 체코 북쪽에 있다. 독일과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독일 쪽 공원은 ‘작센 스위스 국립공원’이라고 불리고 체코 쪽은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스위스와 좀 떨어져 있는데 왜 스위스란 말이 공원 이름에 붙었을까? 이 공원은 스위스 화가 3명의 그림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화가들이 ‘우리 고향인 스위스만큼 아름답구나’라고 해서 스위스란 말이 붙었다고 한다.

여정은 프라하에서 시작했다. 프라하에서 아침 8시에 차로 출발하여 2시간 거리인 흐르넨스코 마을(25861)에 도착, ‘프라프치츠카 브라나’를 거쳐 정상 전망대까지 트레킹, 잠시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아래에서 휴식, 다시 공원 트레킹 후 메즈니 로우카에 있는 ‘U Frota ’에서 점심식사, 다시 메즈나까지 트레킹, 까메니체 강으로 내려가서 에드먼드 협곡에서 배를 타고 흐르넨스코 마을에 도착, 저녁 7시에 프라하로 돌아오는 총 11시간 걸리는 여정이다.

이 코스는 위 지도에서처럼 전체 공원 중 아주 일부분이지만 하루에 다녀오기엔 좀 길었다. 일행 8명이 트레킹 전문 가이드 ‘마렉’과 함께 했다. 가이드를 따라 다녔기 때문에 늘 지도를 보며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사진 찍어가며 트레킹을 즐겼다. 또한 그 지역에서 낳고 자란 '마렉'의 공원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여 하나라도 더 설명해주려고 애를 써주어, 다 알아듣지 못하는 내 귀가 한탄스러울 뿐... 지루할 틈이 없는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은 사암지대다. 사암은 물에 의해 쉽게 침식된다. 그래서 바위 모습이 아주 독특하다. 특히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원은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절경이다.

공원입구는 한적한 이런 길로 시작한다.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이런 바위가 나온다. 바위를 긴 나무작대기들이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또 가다보면 작은 나뭇가지로 바위를 받치고 있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재미로 한 것일까? 아니다. 일종의 풍습이다. 사암은 쉽게 부셔진다. 빗물에 의해 가장 많이 깎이고 빗물이 바위에 흡수되었다가 겨울에 얼면서 터져 바위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면서 또 무너진다. 그렇게 조금씩 사암은 자신을 허문다. 아름다운 공원이 오래오래 있기를 바라는 인간들의 염원이 저 나뭇가지들을 바위에 받쳐두는 풍습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인간의 손길이 덜 탄 탓에 희귀보호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아래 보호생물 중 상단 가운데 새는 농약 등 화학약품의 사용으로 거의 멸종위기에 있다가 최근 서서히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암에서 떨어져 나온 모래들이 조금씩 길을 덮는다. 바닷가 모래보다도 더 고운 모래들이라 폭신폭신 걷기가 편하다.

이 바위 밑동은 조금만 힘을 주어 긁기만 해도 모래가 떨어져 나온다.

대신 나무들 뿌리는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지탱할 힘을 잃어 쓰러지기도 한다.

그런 사암의 특성 덕에 이런 거대한 문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천국의 문’으로 알려진 그 유명한 ‘프라프치츠카 브라나(체코어 Pravcicika Brana / 영어 Pravcice Gate)다. '프라프치츠카'는 이곳에서 살던 산사람의 이름이다.

이 대문 건너편에는 멋진 사암을 뒤로 한 별장, '매의 둥지'가 있다. 1800년대 스위스 건축 양식으로 한 귀족이 지었다. 별장의 기둥도 약할 것 같은 이곳 사암으로 만들어졌다. 역시 수많은 없는 이들의 피눈물로 만들어졌을 거다. 별장 주인은 지인들을 이 별장에 초대하여 함께 경관을 즐겼다고 한다. 지금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산화로 인해 모진 고생을 했겠지만 공산화가 되지 않았다면 저 별장과 공원은 개인소유로 극히 일부분만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을까? 입장료도 원화로 4000원(체코 돈으로 75)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공산화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정상으로 가려면 대만의 타이루거 국립공원에서 걸었던 길과 비슷한 이런 길과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야한다.

힘들게 올라가면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과 기괴한 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말이 필요 없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프라프치츠카 브라나'의 모습이 더욱 멋지다.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바로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 후 약 70분을 걸어 메즈니 로우카로 갔다. 그 길은 사암지대의 특성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코스였다.

작은 바위가 떨어져나갈 것만 같다. 실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한다. 멀어서 보이진 않지만 바위와 바위 틈새를 재는 측정 장치를 아래 그림과 같이 달아 놓았다.

나무는 연한 사암에 뿌리를 내리고 바위를 엄마 삼아 양분을 먹고 자란다.

 

앞으로 이 공원은 얼마나 오랫동안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할까? 이 공원은 아래 그림과 같이 9500만 년 전 바다였다. 5000만 년 전에 물이 사라지면서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 모래 지대가 단단한 바위가 된 후 250만 년 전부터 침식이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학자들은 앞으로 1000만년 후에 모든 사암은 사라지고 평지만 남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살아서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1000만년 후에는 사라질 멋진 바위들을 보며 걷다보니 드디어 숲과 마을을 가르는 이정표가 나온다.

드디어 마을이 나왔다. 마렉이 안내하는 최고 식당에서 점심은 무얼 먹을까? 체코 음식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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