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음식은 육식 위주다. 돼지 앞다리를 바베큐한 ‘꼴레노(Kolono)’는 체코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립(돼지고기)도 유명하다. 육식을 즐기면 좋으련만 육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는 먹을 게 없다. 우리 식구 모두는 음식을 싱겁게 먹는 편이다. 그런데 체코 음식을 짰다. 가볍게 먹자고 들어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스파게티도 짰고 피자도 짰다.

왜 체코 음식은 짤까? 중세 체코에서는 용병들에게 소금을 월급으로 줄 정도로 소금은 아주 중요한 광물자원이었다. 귀족요리에나 소금을 넣을 수 있었다. 소금이 들어간 짭짤한 음식은 귀한 음식이었고 그 맛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우리에게 고추장의 매운 맛이 있다면 체코에는 소금의 짠 맛이 있는 것이다. 치즈, 햄 같은 저장음식은 젓갈처럼 짜기도 하다.

심지어 빵도 짰다. 체코의 빵은 다양한 곡물로 만든 단단하고 전혀 달지 않은 갈색 빵이 주를 이룬다. 슈퍼에서 산 빵도 3일만 지나면 곰팡이가 슬 정도로 방부제를 넣지 않은 건강빵이다. 그런데 어떤 빵은 간이 짭짤하게 되어 있다. 빵 위에 소금이 뿌려지기도 한다는데 거친 빵을 먹다 보면 목이 메고, 이 소금 덕에 침이 생기면서 목이 메지 않게 하라고 뿌려놓는다고 한다.

마렉이 안내한 식당은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지역 최고급식당이었다. 케이크를 포함한 빵부터 시작해서 소스, 맥주 등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 대부분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요리사는 그 지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요리사였다.

▲ 오늘의 특별요리 : 연어구이

과연 그 식당의 음식은 어땠을까? 나는 마침 연어요리가 있다고 해서 신이 나서 연어구이를 시켰다. 연어를 찍어 먹는 소스가 완두콩으로 만든 소스였는데 아주 독특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하지만 연어는 좀 짰다. 꼴레노를 시킨 일행은 아주 만족, 특히 꼴레노도 소스가 일품이었다. 오리를 시킨 일행은 짠 것이 흠이라고 했다.

▲ 연어구이와 완두콩 소스
▲ 꼴레노를 찍어 먹는 두 가지 소스

그런데 이집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맥주였다. 흑맥주와 일반 맥주의 중간 정도 되는 맥주로 처음 먹어보는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었다. 약간 짠  음식을 중화시키는 역할까지 해주었다. 한 잔 다 비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화장실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에드먼트 협곡으로 가는 길에 술에 다리가 풀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기고 나온 아쉬운 그 맥주 맛...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메즈나로 향했다. 메즈나로 향하는 길은, 양쪽 옆 멀리 산을 끼고 한적한 도로를 걸어가는 길이었다. 예전에 덴마크에 갔을 때 남편에게 덴마크 중 어디가 가장 좋은지 물었다. 남편은 엉뚱하게도 몽스 절벽에 가기 위해 2시간가량 하염없이 걸었던 시골길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었는데 그런 느낌이 나는 길이었다. 하늘빛과 구름이 정말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드디어 메즈나에 도착했다. 아래 지도에서와 같이 메즈나에서 구불구불한 초록 길로 내려가면 까메니체 강을 만난다. 까메니체(Kamenice) 강 왼편은 와일드 협곡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에드먼드 협곡(Edmund gorge)으로 가는 길이다.

▲ 메즈나 도착

까메니체 강을 만났다. 배가 다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물살이 세고 강폭이 아주 좁다.

 
 

에드먼드 협곡(Edmund gorge)으로 배를 타러 가는 길에 바위 동굴을 만났다. 대만의 타이루거 국립공원에서 본 길과 같다. 궁금해서 마렉에게 물어보았더니 1800년대 이탈리아 노동자 수십 명이 손으로 바위를 깨가며 만든 길이라고 했다. 그 당시 협곡에는 길이 없었다. '매의 둥지' 별장을 지은 귀족이 프라프치츠카 브라나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을 만든 것처럼 협곡 관광을 위해 만든 길이었다. 이탈리아는 산악 도로건설에 상당한 기술이 있었다. 귀족들은 이탈리아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10년 걸쳐 길을 완성했다고 한다. 아마 대만 장개석이 이 길을 보고 타이루거 공원길을 만들었나보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길은 죄수 등을 동원한 반강제 노동에 의한 길이었지만 이 길은 귀족이 돈을 주고 노동자를 고용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10년 간 이탈리아 노동자 수십 명을 고용한 귀족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것으로 짐작되니 부의 편중이 극심한 더 불공정한 사회였다고 생각해야하나?

▲ 타이루거 국립공원의 사카당길과 똑같다
▲ 역시 손으로 만든 바위 동굴을 지난다.
▲ 동굴을 지나면 또 이렇게 신비한 계곡과 바위

드디어 계곡의 물살이 좀 순해졌다. 이제 곧 배를 타는 곳을 만나게 될 듯싶다.

 

1km정도 되는 에드먼드 협곡도 ‘프라프치츠카 브라나’와 같이 사암으로 이루어졌다. 사암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 가파른 절벽과 침식된 바위들이 이런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 1890년 일반인들에게 처음 개방되었다. 그 전에는 프라프치츠카 브라나 앞의 별장, '매의 둥지'를 소유한 귀족과 그 지인들만 다닐 수 있었다.

 

에드먼드 협곡 보트 트레킹은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강이 얼기도 하거니와  이 지역의 동물들의 완전한 휴식을 위해 폐쇄한다. 2017년의 경우 4월 14일에서 10월 1일까지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는 1시간 단축하여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요금은 성인 80Kč으로 4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드디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배를 만났다. 

▲  여러 배들이 왔다 갔다 한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뱃사공이다. 

배를 타고 가면서 다양한 협곡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테라스,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 사랑에 빠진 원숭이들, 악어, 용 등의 바위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그렇게 다 보이지 않았다. 섬세하지 못한 시각을 탓할 수밖에...

▲ 배를 타고 출발. 우리 뱃사공. 열심히 설명해주셨지만 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테라스 바위
▲ 최신 일본 기술로 만들어진 원격자동 폭포라고 그럴 듯하게 설명을 하고는,,, 뱃사공이 직접 줄을 당기면 물이 쏟아지는 수동식 폭포.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 코끼리 바위
▲ 골짜기 협곡을 이용하여 활동하던 밀수꾼의 모습

▲ 바위 이름이 뭐더라

▲ 이티 바위
▲ 죽순을 들고 있는 판다 모습 같다.  

바위 구경에 정신을 놓다 보니 종착점에 왔다. 협곡과 이별해야할 시간이다.

▲ 배를 운행하기 위해 계곡 하류에 작은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어 놓았다. 

에드먼드 협곡 반대편의 와일드 협곡에 가보지 못해서 좀 아쉽지만 아쉬운 마음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정적인 가이드와 분위기 좋고 편안한 일행, 환한 햇살과 파란 하늘, 푸른 숲과 멋진 바위, 그리고 원시의 비밀스런 계곡.. 하루를 원 없이 즐겼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한다. 

* 이 글과 앞 선 글인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 1. 프라프치츠카 브라나(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10)'는 전문가이드 '마렉'을 연결해준 http://tastepraha.com/ 대표 오미정님께 검증받았다. 그녀의 자상한 수고에 감사를 보낸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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