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옥의'고전산책' 3화- 백성의 부모

이규옥 주주통신원l승인2017.07.17l수정2017.09.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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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의 부모-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民飢卽予飢 民飽卽予飽

민기즉여기 민포즉여포

- 정조(正祖, 1752~1800) 『홍재전서(弘齋全書)』권166

 「일득록(日得錄) 6」

▲ 출처 : 다음 이미지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했던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너의 고통을 내가 진정으로 공감하고 함께 아파했기에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조선시대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정조(正祖)도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백성들을 자식처럼 생각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

정조는 숙빈 최씨(淑嬪崔氏, 영조의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소령원(昭寧園) 부근 논에서 추수한 벼를 대궐 뜰에 가져다가 말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곡식을 만져보고는 “이 벼를 심은 땅은 토질이 좋고 인력이 많이 들어갔는데도 쭉정이가 반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보다 못한 곳은 어떨지 알 만하다. 앞으로 닥칠 백성들의 일이 실로 아득하다.” 그리고 벼를 말리다가 낟알이 자리 밖에 떨어져 있으면 내시를 꾸짖으며 하나하나 주워 올리게 하고는 “하찮아 보이는 낟알 하나도 농부들이 갖은 고생을 하며 키운 것이니,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 물에 말아 남긴 것을 내시들이 먹기 싫어 땅에 버릴까 봐 배가 불러도 매번 다 먹는다.” 하였다.

직접 농사짓는 현장을 가지는 않더라도 올해 농사 지은 벼를 손 위에 올려놓고 살피면서 팔도 백성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을까 헤아리는 정조의 모습이 그려진다. 곡식 한 톨 버려지는 것을 볼 때마다 굶주려 죽어가는 백성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나라 다스리는 위정자를 왜 ‘백성의 부모’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아마 모든 부모가 자식을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기 때문에 그리 표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치인들도 국민을 자식처럼 보고 있을까? 만일 정치인들이 ‘백성의 부모’라는 자세를 가지고 정치를 했다면 젊은이들이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절망적인 사태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궐 뜰에서 벼를 꼼꼼히 살펴보고, 곡식 한 톨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한 애민 군주(愛民君主) 정조의 자세를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주로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글에서 소재를 뽑아 대중이 읽기 쉽게 바꾸어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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