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하여 산에는 못 갈 거라 생각하고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지 않는다. 하늘을 바라보니 비가 곧 올 것 같지도 않다. 가끔 햇살도 비친다. 마음이 급해진다. 부랴부랴 준비하기 시작한다. 대충 챙겨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찾은 관악산이다. 전에 꽃봉오리를 맺고 있던 병아리난초가 꽃을 피웠다.
신경 안 쓰고 가다보면 병아리난초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신경 쓰고 걸어도 잘 안 보인다. 그만큼 작다.
병아리란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다. 꽃은 정말 작다. 앙증맞다. 그래서 귀엽다.
관악산에 병아리난초 보려고 일부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도 정다운 노부부가 큰 사진기 들고 오셔서 열심히 찍고 있었다.
간만에 병아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랑 통화를 했다. 병아리난초를 보았다고, 병아리도 보고 싶다고…….
나나벌이난초도 예쁘게 꽃을 피워 나나니벌을 유혹하고 있었다.
나나벌이난초는 나나니벌 암꽃을 닮아 나나니벌 수컷을 불러들여 번식을 한다.
나나니벌은 땅굴을 파고 배추벌레나 나방애벌레를 잡아서 마취시켜 굴 안에 저장한 후 그 굴에 알을 낳고 입구를 막아버린다. 나나니벌 애벌레가 부화하여 나방애벌레를 먹고 성장하여 나나니벌이 되어 나온다. 옛사람들은 다른 애벌레를 잡아서 집에다 넣고 흙으로 밀봉한 뒤 나나니벌이 나를 닮으라고 “나나나나…” 하면서 기원하고 나면 일주일 뒤에는 다른 애벌레가 변하여 나나니벌 새끼가 집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소나무 아래 원추리가 예쁜 꽃을 피웠다.
비에 젖은 원추리가 더욱 아름답다.
바위틈에 자라는 돌양지꽃도 귀엽게 피었다.
오늘은 구름 속을 거닐다 내려왔다.
전번에 왔을 때 물이 없어 모판만 있더니 이제 모내기가 가지런히 되어 있었다.
구름과 어우러진 벼랑 위 소나무가 한 폭의 동양화다.
구름나라로 들어간다.
연주대밑 쉼터에 오니 비가 오려 한다. 빗속에서 점심도 먹고 한참을 쉬다 내려왔다.
구름 속에 연주대가 조금 보인다.
암반계곡이 모처럼 물소리로 우렁차다.
쌍용폭포도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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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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