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고성, 비쉐흐라드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7.07.25l수정2017.07.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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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관광 도시답게 늘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한국관광객도 많아 어딜 가나 우리말이 들린다. 프라하성과 카를교, 화약탑과 시민회관, 구시청사와 '얀 후스' 동상이 있는 구시가지 광장 등 볼거리가 몰려있는 프라하 1지구 주변은 늘 사람들로 복잡하다. 이틀 정도 사람 많은 곳에 있다 보면 조용한 장소가 그립다.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슬슬 걷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비쉐흐라드(Vyšehrad))다.

비쉐흐라드가 프라하 중심가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졌느냐? 아니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비쉐흐라드역까지 세 정거장 밖에 되지 않는다. 두 정거장 전이 바츨라츠 광장이 있는 Meseum역이다. 두 정거장 차이로 인파의 차이를 엄청나게 느낄 수 있다. 비쉐흐라드역에서 도보로 5분 걸어가면 古城이 나온다.

비쉐흐라드란 말은 고지대의 城이란 뜻이다. 즉 高城이란 뜻인데 古城이기도 하다. 블타바 강 기슭 바위산 높은 절벽 위에 있는 高城이기도 하고, 프라하 탄생 신화에 나오는 체코 왕이 살았다는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古城이기도 하다. 11세기와 12세기에는 진짜 체코 왕들이 살기도 했고, 15세기에는 전쟁으로 파괴되었다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일부분만 재건되었다.

 ▲ 블타바 강 위로 보이는 비셰흐라드 (출처 : 다음 백과)

성 입구다. 바로크 양식의 레오폴드 게이트라고 한다.

성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보면 심상치 않은 고고한 건물을 하나 만날 수 있다. 성 마르틴성당의 로툰다(rotunda)다. 로툰다는 고대 건축에서 원형 또는 타원형 평면 위에 돔 지붕을 올린 둥근 건물이다. 이 성당 느낌이 나지 않는 로툰다 성당은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1100년 전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식 성당이라고 한다.

로툰다를 지나면 놀이터를 지닌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 지나면 바로 나오는 것이 비쉐흐라드의 랜드마크라고 하는 그 유명한 ‘성 페트르와 성 파블 성당’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성 비투스 성당(프라하 성내)’과 ‘틴 성당(구시청사 광장)’도 장엄하지만 ‘성 페트르와 성 파블 성당'의 장엄함도 그에 못지않다.

▲ 프라하 성에 있는 성 비투스 성당
▲ 성 비투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 성 비투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 틴 성당

성 페트르와 성 파블 성당’은 1080년 블라디슬라브 2세 때 처음 지어졌다. 1200년대 불이 나서 전소된 후 19세기 비투스 성당을 재건축한 요셉프 모커에 의해 신고딕 양식으로 다시 지어져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성 비투스 성당과 외관이 많이 닮았다.

그 내부를 들어가 보자. 돔형 천장부터 제대 뒤의 스테인드글라스, 각종 조각 등 성당을 꾸미는데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알 수 있다. 보통 화려한 궁전, 장엄한 성당 등을 보면 '얼마나 많은 노예들의 피땀이 들어갔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프라하 대부분 건축물은 돈많은 왕이나 귀족이 유급 노동자를 고용하여 건축하였다고 한다. 믿어도 되는진 모르겠다.

 

 

성 페트로와 성 파블 성당 옆에는 심상치 않은 아름다운 건물이 또 하나있다. 19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 국립묘지다.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네루다 등 600여 명의 체코 인사들과 그 가족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특히 스메타나는 ‘나의 조국’을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고 한다. ‘나의 조국’ 6악장 중 1악장은 ‘비셰흐라드’, 2악장은 '블티바’이니 스메타나가 자신이 묻힐 곳을 미리 알지 않았나 싶다.

 

성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왕이 살았다는 궁전은 없다. 단지 그 터만 남아 있을 뿐이다. 궁전이 없어서 인지 구경 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 산책하는 사람이 몇 없어서 그야말로 한적한 고성이다. 멀리 프라하 성까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경관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들과 둘이 성곽 벤치에 앉아 프라하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잠시 타지에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편안하다. 그 편안함에 속마음도 술술 나온다. 여행의 참 묘미는 집에서는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 속마음을 나누는 거다. 속마음을 한참 나누고 나니 우리가 더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서로 마음을 나눠 '마음 부자'가 된 흰머리 희끗희끗한 엄마와 청년이 된 아들은 잠시나마 인생의 친구로 또 다른 여정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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