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의식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

인간의 삶에 대해, 그 허상과 실체를 꿰뚫고 있는 이들은 어디서 온 걸까? 그것을 알아야 한밤중에 벌어지는 이 기이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른 것들은 다 이해하겠소. 다만 이제 당신들을 알고 싶소. 당신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거요? 검시소에서 나온 직원들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겠소."

그들이 껄껄 웃기 시작한다.

"참 빨리도 묻는군요. 당신이 아까 밤거리에서 본 장면들을 기억해보면 될 것이오."

나는 밤거리에서 먼저 시체를 봤고 시체를 둘러싼 사람들을 봤으며, 그 다음에 이들이 시체를 운반하다가 시체가 사라지는 장면을 봤다. 시간적인 순서로는 그랬다.

"시체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당신들을 봤소. 그리고 어둠 속에서 시체가 사라졌소."

"우리는 그 어둠을 통해 온 것이오. 시체가 사라진 그 어둠."

"당신들이 어둠의 세계에서 왔단 말이오?"

"그렇소. 그것도 그냥 어둠이 아니라 짙은 어둠의 세계에서."

아뿔싸! 그렇다면 이들은 필시 악의 세력에 속한 자들일 것이다. 당황스럽다.

"그럼 당신들은 사탄이란 말이오? 아니면 악마이거나?"

나의 질문에 중년의 사내가 정색을 하며 힐책하듯이 말한다.

"인간들은 왜 어둠을 악이라고 여기는지 모르겠소. 우리는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의식 저 편에서 왔을 뿐 사탄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오."

맞는 말이다. 어둠은 악을 상징할 뿐 그 자체로 악은 아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고요한 밤의 정적 앞에서 한없는 평안을 느끼곤 하지 않는가?

"짙은 어둠은 인간 의식세계에서는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둡게 보일 뿐이요."

'의식의 어둠'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어둡게 보인 것이라는 말이 의미 있게 들린다. 그런데 그냥 어둠이 아니고 짙은 어둠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짙은 어둠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 설명해줄 수 있겠소?"

"짙은 어둠은 의식 세계에서 무의식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요."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의식 세계에 속한 자들이다. 인간 무의식 세계를 관장하는 영적 존재들이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미지의 세계가 두려워서만은 아니다. 불현듯 카프카가 한 말이 떠올라서다.

"너의 범위를 점점 좁혀라. 그리고 너의 영역 밖 어디엔가 네가 숨어 있지 않은지 계속해서 살펴라. 이것이 인생에 주어진 두 과제이다."

나의 영역 밖에 있는 세계, 짙은 어둠 속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본다. 저 세계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숨어있는 걸까? 긴장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계속>

대표사진 출처 :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382.html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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