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자할머니 추도하는 수요집회 현장에서

때 : 2017년 7월26일 12시00분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평화소녀상 옆 평화로 일대

누가 : 전국공무원노조, 정대협 일반 시민, 학생

▲ 1293차 수요집회 시작 전 '김군자' 할머니를 위한 묵념

26일 정오 서울시 종로구 평화비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제129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 참석을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장애인 복지 일을 하시는 이한섭 대표님과 함께다. 약간 시간이 늦어져서 서둘러야 시작을 보겠다 싶었다. 한 분을 더 참여 시킨다는 생각에 기쁜 발걸음이었다.

▲ 메인무대가 보이는 소녀상 부근의 관중

우리가 막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에 나는

“오늘은 지난주보다 상당히 많이 참여해주셨네요. 김군자할머니 추모집회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였더니

“보통 때는 이 만큼도 안 되는 것인가요?” 하고 묻는다

“그때 그때 달라지지만 날씨가 너무 덥거나 비가 오면 아무래도 조금 줄곤 해요. 아마도 오늘 참여 인원이 1,000명은 넘을 것 같은데요.”하고 다가서는데 이미 연합뉴스 앞마당도 거의 차버리고 소녀상인근에서 연합뉴스 앞길 통행을 막을 만큼 가득 차 있었다.

▲ 평화로를 가득 채운 수요집회 참가자들

“이제부터 ‘제129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는 개막 선언이 있었다. 곧 이어서

“오늘은 끝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하신 김군자 할머니를 위한 묵념을 먼저 드리고 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묵념 해주실거죠. 그럼 다 같이 김군자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묵념”하자 모두 머리를 숙여 묵념을 드렸다.

▲ 소녀상 부근의 학생들

우리는 맨 끝 연합뉴스 앞에 서 있다가 조금 통행로가 뚫려서야 간신히 소녀상이 있는 부근까지 통로를 따라 접근할 수 있었다. 오늘은 새로 오신 이한섭 대표님이 이 집회를 잘 보실 수 있게 안내를 해드려야 하는 임무가 하나 더 주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집회는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많은 회원님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기 전에 노래 한 곡 함께 부르고 시작하겠습니다. 음악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함께 힘차게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하자 '바위처럼'이란 노래가 흘러 나왔다. 모두들 힘차게 그러나 약간 비장한 느낌이 드는 곡을 함께 불렀다.

”오늘 진행과 행사를 맡아주실 전국공무원노조 000님<정확히 듣지 못하고 말았음>을 모시겠습니다.” 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를 든 노조 책임자는 우선 전국공무원노조에서는 이 수요집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떻게 참여해 왔는지를 2,3분간 간단히 설명을 한 다음에

“일본이 사죄하는 날까지 늘 함께 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약속을 한 후 "이날까지 수요집회를 이끌어 오신 윤미향 정대협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시작하겠습니다.“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한·일합의에 대해 검증할 때까지 10억 엔을 받아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을 존속하겠다는 정부의 뜻은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며, 지금 당장 한국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한·일합의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화해·치유재단의 해산과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선언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이 노래 한 번 들어 보십시오. <잠시 아리랑을 들려주고 나서> 일본은 할머니들의 꿈을 짓밟았습니다. 이 노래는 돌아가신 김군자 할머니께서 소녀시절에 가수가 되시고 싶으셨던 꿈을 일본에게 짓밟혀서 이루지 못하셨다가 기어이 꿈을 이루시기 위해 지난 겨울에 녹음해 발표하신 노래입니다. 참 구슬프지요.” 하며 소개를 해주었다.

이어서 어느 교회에서 나온 분의 발언과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도 눈을 끌었다.

30도가 훨씬 넘은 이 무더위에 따가운 아스팔트 위에 신문지 한 장으로 열기를 막으면서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며 그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담아 퍼뜨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살피며 셔터를 눌러대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1000여명의 학생과 시민이 집회에 참석하였으니 그래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이 할머니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함께 해준다는 것이 고맙고 대단해 보였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그분들의 고통 그리고 일본의 만행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준 많은 학생들에게 더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그들이 있기에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어떤 여학생은 정말 정성껏 글자를 오려붙여서 만든 피켓을 들고 참여하였다. 그걸 누가 시켜서 했겠는가? 저런 마음을 가진 청소년이 많아지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자주와 스스로의 역사를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듬직한 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게만 보였다.

▲ 어린 학생이 정성껏 만든 피켓의 문구가 또렷하다

이 사진의 주인공 보시면 정말 고맙고 든든해 보이지 않습니까? [일본은 역사 앞에 반성하고 사과하라]라고 새겨 붙이고 노란나비 두 마리로 장식을 한 이 예쁜 소녀, 정말 예쁘고 고마운 소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학생들은 각자가 만든 피켓을 들고 있었다.

‘우리 손으로 해방을’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을 위해 노력하라’

‘수요 집회 그만하자’

‘할머니 사랑해요!!!’

‘일본위안부 문제 정의로운 해결을!’

‘역사 속으로 묻히지 않길’

‘12,28 한일 협정 무효!!’

등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에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할머니께 공식 사죄할 것을 주장했다.

‘저 어린 청소년들도 저런 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데, 지난 정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엉터리 같은 한일협정에 선뜻 응하고 말았을까? 10억 엔이란 돈에 눈이 멀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집회를 지켜보는데 이한섭 대표 역시 열심히 카메라로 집회 광경을 찍고 무비로도 찍어대었다.

‘그래, 오늘 또 한 사람의 동지가 생겼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 일정은 그분에게 맞춰드리기로 하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회에서 사용하는 나비 부채를 하나 받아서 사진도 찍고 들고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실은 이 부채가 욕심이 났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난겨울 광화문 집회에서도 그날그날 달라지는 피켓들을 모아보는 재미로 제법 많은 피켓을 모아 두었기 때문에 이 수요집회의 부채도 하나쯤은 수집해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열 번 가까이 참석하는 동안 처음으로 부채도 하나 가지게 되어서 기뻤다. 사실은 부채를 주면서

“꼭 반환하시고 가셔야 합니다. 다음번에도 써야 하니까요!” 했는데 다른 목적으로 수집을 하면서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집회가 한창 진행 되고 있는데, 사진을 어지간히 찍었는지 이대표가

“이제 우리 살짝 빠집시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 하시기에 부득이 함께 나오고 말았다.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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