깩살각시(자고, 紫姑)놀이

 

우리의 놀이문화에 깩살각시 놀이가 있다.

깩살이란 풀의 이름으로 풀의 생김새가 흡사 머리카락 같이 아주 가늘다. 풀의 길이는 약 10여cm 정도인데 이 풀을 잘라서 수수깡에 묶어서 거꾸로 뒤집으면 긴 머리를 뒤로 넘기는 것처럼 되는데 이러한 모양이 되면 머리를 땋는 것처럼 풀을 땋아서 머리처럼하고 댕기도 같이 묶어 처녀의 모양을 만들고 각시놀이를 하였는데 지금은 그 풀조차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농약 비를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찾아보아도 불 수가 없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여 찾아보려고 나이 많으신 분들에게 물어도 보았으나 모두가 헛수고였다.

당시에는 모두가 깩살 풀로 이 놀이를 하였는데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5권 논사2 풍속의 기록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계집아이들이 보리 잎[麥葉]을 따서 고량(高粱)의 개[䕸]에 붙이고 (고량이란 우리나라의 이름으로는 수수[蜀黍], 방언(方言)으로는 수수쌀[糖米]이라 하는데, 개는 수수의 고갱이[稭]다.) 두 갈래로 갈라서 가로 세로 땋아 낭자를 올린 다음 조그만 의상(衣裳)을 만들어 입히고 경대[粧籢]와 침구(寢具)까지 갖추는가 하면, 상수리의 껍질[橡殼]로 기부(錡釜 세 발 가마솥과 발 없는 가마솥) 같은 도구를 만들어 어른들의 살림살이를 흉내 내는데, 이를 각씨(閣氏)놀이라 한다. (각씨는 방언(方言)으로 젊은 부인을 말한다.) 상고하건대, 중국에도 이 같은 풍속이 있어 이름을 자고놀이라고 한다. 청나라 포송령 유선(蒲松齡留仙)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 그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의 자고에 대한 출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유경숙(劉敬叔)의 이원(異苑)에, 자고는 본시 어느 집의 첩(妾)으로 큰 부인에게 쫓겨났다가 정월 상원일(上元日)에 충격을 받고 죽은 것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이날에 자고의 모형을 만들어 두었다가 밤이 되면 변소에서 그 신(神)을 맞이한다.

또 유서(類書) 오속상원잡시(吳俗上元雜詩)에서 '빗자루 점은 치마를 걸쳐 증험하네(추복타군험[箒卜拖裙驗])'라고 하였고, 한 주(注)는 '해진 빗자루(폐추,敝箒)를 치마에 매어서 점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름은 소추(掃箒)이다.'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서 소추는 곧 자고이다. 소동파집(蘇東坡集) 자고신기(子姑神記)에, "황주(黃州) 곽(郭)씨의 집에 자고의 신이 내렸다고 하기에 내가 찾아가 보았더니, 초목(草木)으로 된 허수아비에 의복을 입혀서 부인의 모형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자고(紫姑)의 신이 부인의 모형을 흉내낸다 하여 이를 본떠서 이 같은 놀이가 생겨났고, 우리나라에 와서는 이를 더욱 효빈(效嚬)하여 각씨 놀이까지 생겨나게 되었으니, 자고는 본시 중국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그 전해진 것도 각기 다르다.

세시기(歲時記)에, 한 상인(商人)이 청호(淸湖)를 지나다가 청호군(淸湖君)을 만났다. 청호군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 묻자, 다른 한 사람이 그 상인에게 그저 소원대로(여원,如願)만 해달라고 사정하라. 일러주어 그대로 말하니, 청호군이 그리하겠다고 허락하였다.

뒤에 그 상인이 한 비녀(婢女)를 데려왔는데 그 이름이 바로 여원(如願)이었고 무엇이든 요구만 하면 여원이 낱낱이 가져오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 정월 초하루에 여원이 늦게 일어났다. 이에 그 상인이 여원에게 매질을 가하였는데, 그만 분양(糞壤) 속으로 들어가 없어져버렸다.

지금 세속에서도 이를 본떠서 정월 초하루면 가는 노끈으로 허수아비를 매어 분양 속에 던지면서 소원대로 해달라고 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처음에는 자고(紫姑)로 되었다가 다시 자고(子姑)로 달라졌으니, 고금을 막론하고 오류(誤謬)에서 오류로 전해지는 예가 으레 이와 같다.

우리나라는 밤이 되면 창틈으로 미세한 다듬이소리와 방망이소리가 서로 어울려 나는데, 가을철에는 그 소리가 더욱 청초(淸楚)하여 완연히, 다듬이질하는 방망이 소리 마음 절로 상하건만/ 먼 데 간 님 위해 가을밤에 옷감 두들기네/ 한 고시(古詩)의 의미가 들어 있다. 세속에서 이를 고색각씨(古色閣氏)의 다듬이소리라 하는데, 어디서 근거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석(李石)의 속박물지(續博物志)에는 사람의 집에 서식하는 작은 벌레 하나가 있는데, 몸뚱이는 몹시 작으나 소리는 매우 청초하고 사람이 찾아내려 하면 금세 사라져버리므로 이름을 절충(窃蟲)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크기는 호마(胡麻) 반쪽만하고 모양은 쥐며느리[鼠婦]와 비슷하며, 두 개의 뿔에 빛깔이 하얗고 머리를 움직이면 소리가 난다. 하였고, 맹광조(孟匡朝)의 절충부(窃蟲賦)에는 '귀마(鬼魔)에 비한다' 하였는데, 지금 내가 말한 침충(砧蟲)이 바로 이것이다. 이 벌레를 향충(響蟲)이라 한다면 물리상감지(物理相感志)에 보이는 향충(響蟲)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어찌되었건 놀이의 방식은 다 같은데 여기에서는 보리 잎(맥엽, 麥葉)을 이용한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리 잎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으나 이곳 완도에서는 마치 머리카락 같이 아주 가느다란 풀이 있는데 이 풀을 깩살풀이라 하며 깩살각시 놀이라고 하였다.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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