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라문황씨는 고향이 대만이다. 유학 온 한국남성을 만나 결혼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김동호 주주통신원으로부터 <한겨레:온>을 소개받아 한겨레 주주가 되었다. 남편 이은모씨는 한겨레 애독자다. 라문황씨는 한국에 살면서 한지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지 민속그림작가가 되었다. 대만과 한국에서 수차례 전시회도 가졌다. 7월 3일부터 8월 21일까지 종로에 있는 <문화공간 온>에서 한지 민속그림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래 글은 하단의 한문을 김동호 주주통신원이 한글로 번역한 글이다

▲ 白鵝(거위) 대만에서는 오리와 더불어 거위를 많이 기릅니다. 어렸을 때 보고 자란 고향의 한 기억.

1983년 8월 한국인 유학생 ‘아리랑‘이 대만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습니다. 아름다운 아열대의 보물섬인 대만을 체험하게 되었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가 넘치도록 참으로 많았습니다!

학교 교정 안 기숙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씨 따뜻한 기숙사 동료가 껍질을 벗기고 손질을 한 사탕수수 토막을 내밀며, 한 입 베어 먹으면서 어떻게 먹는지 방법을 가르쳐주었지만, 사탕수수를 꼭꼭 씹으며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서 입안에 남아있는 부스러기는 뱉어내라는 말은 안 했지요. 아리랑은 한참을 씹고 또 씹다가 동료에게 물었답니다. 나는 왜 안 삼켜지지? 그러자 동료가 부스러기를 뱉어내더랍니다. 하하 하하하!

어느 날 기숙사 벽에 삐후(壁虎,벽호. 역주: 동남아에 서식하는 도마뱀의 일종. 벽이나 천장에도 기어 다니며 벌레를 잡아먹는 익충)를 보고 질겁한 아리랑. 새끼 악어로 오해한 아리랑은 책에서 동남아에 악어가 살고 있다는 글은 봤어도, 악어새끼가 벽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닐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거지요. 기숙사 침대가 2층 구조였고, 그는 위층에서 잠을 잤는데, 매번 침대에 오르기 전 천장에 악어새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후 없으면 겨우 잠자리로 올라가 잠을 청했답니다. 하하 하하하!

아리랑이 대만에 와서 처음으로 제석(除夕. 역주: 제야. 설 전날 밤)을 맞이했습니다. 기숙사의 모든 대만동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설을 지내고, 혼자서 기숙사에 남았지요.

설 전날 밤 대만사람들은 밤 12시까지 수세(守歲, 역주: 대만의 자녀들은 설 전날 자정까지 부모님이 나이를 먹지 못하게 지키고 있다가, 12시가 넘어서 잠을 자야 부모님이 장수를 한다고 믿음)를 하다가 설날-정월 초하루가 되자마자 집집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기쁘게 맞이합니다.

아리랑은 전쟁이 터진 줄 알고 구석에 숨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날을 샜습니다. 동이 트자마자 한달음에 먼저 와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 선배 집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폭죽을 터뜨렸다는 것을. 하하 하하하!

올해 설날에 아는 한국 교수님이 타이뻬이(臺北)에 가셨는데, Line으로 제게 소식을 주었습니다.

‘지금 밖에 나와 있는데, 마구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감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마치 공비를 소탕하는 것 같다. 몹시 공포를 느낌.’

보자마자 눈물이 나도록 웃었습니다. 우리 집 아리랑도 처음 대만에 와서 줄줄이 묶인 폭죽이 연이어 터지는 소리에 혼백이 나갔겠지요.

아래 시는 1980년 대만에서 유학을 했던 정범진교수(성균관대학교 전 총장)가 쓴 한시로서, 역시 대만의 설 전날 폭죽에 놀란 심정을 쓴 내용입니다.

제가 처음 이 시를 접하고, 특히나 좋아했던 구절은, ‘삼경 지난 심야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랐네.’ 이었습니다.

臺灣除夕 대만의 섣달 그믐날

風雨紛紛窓外鳴 바람 비 부슬부슬 창밖에 울부짖는데

街燈樹樹夜還明 총총한 가로등 어두운 밤 밝히고 있네.

獨留南國思鄕客 대만에 홀로 떨어져 고향 그리는 나그네

驚倒三更爆竹聲 삼경 지난 심야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랐네.

 

대만에 유학을 온 아리랑 입장에서 본다면, 아마도 최고의 행운은 1984년에 대만 꾸냥(역주: 아가씨의 고어)인 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그에게, 결혼을 한 둘째 언니 집에서 함께 살고 있고, 언니는 아들이 3명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러자 아리랑이 형부네 가족을 초청하여 동해대학교에서 함께 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는 교정 안에서 언니네 가족과 첫 대면을 하였는데, 그는 손에 식빵 봉지를 들고 있다가, 세 명의 꼬마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아그들아 나를 따라와바라! 손 쫌 봐야겄다!” 꼬마들이 놀라서 엄마 옆으로 도망을 가더니, “엄마! 엄마! 저 한국 아저씨가 우리들 손 좀 봐줘야겠다고 말했어.”

아리랑의 말뜻은, 어린애들을 데리고 물고기가 있는 동해호수로 가서 식빵을 부스러뜨려 먹이를 던져주면서 놀자는 의사를 중국어가 서툴러 혼을 내주겠다고 말을 하게 된 것이지요. 하하 하하하!

둘째 언니네 아이들이 지금은 모두 40이 넘었는데, 자주 농담처럼 지금도 그럽니다. 이제 우리가 이모부 손 좀 봐야겠다고.

둘째 언니와 형부는 손님이 집에 오는 걸 좋아해서 아리랑을 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벨소리를 듣고 나가서 대문을 열었더니, 그는 분말 세제 한 봉지를 검지와 중지에 끼우고 문 앞에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맙소사!

바라보는 제 마음이 난감했습니다. 사귄지 얼마 안 되어 처음으로 여자 친구 집을 방문하는데, 학생이라 돈이 없으면 그냥 오던가, 아니면 과일이나 조금 사들고 오면 좋을 걸! 왜 하필 저렴하고 생뚱맞은 분말세제를 들고 왔담?(창피하게!)

나중에 서울로 시집을 가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 의류용 세제나, 주방용 세제를 선물로 들고 간다는 사실을. 왜냐면 세제는 거품이 일어나는데, 집안에 거품이 마구 일어나듯 행운과 복을 받아서 잘 살라는 길한 의미로 건네는 집들이 선물입니다. 하하 하하하!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 어머니를 잠시라도 웃게 하려고 제가 어머니께 들려드렸던 이야기들입니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듣고는 웃으면서 그랬지요. ‘저 둔한 우리 사위!’

愛上阿里郎(四)

1983年8月這位阿里郎剛到台灣,對於台灣這塊美麗的亞熱带寶岛的初體驗,趣事真是一籮筐啊!

入住學校宿舍不久,熱心的室友给他一根削好皮的红甘蔗,有教他咬一口嚼碎吃,但没有告訴他要把甘蔗渣吐出来,他就這樣嚼着,好一會兒,他問室友,我為什麽吞不下去? 室友才吐甘蔗渣給他看。哈哈哈哈哈哈!

有天看到宿舍牆上有壁虎爬着,阿里郎嚇壞了,在書本上讀過東南亞有鳄魚,可是没想到鳄魚的孩子會在牆上到處爬,他睡上鋪(宿舍床是上下鋪),每次上床睡覺前,都要先看看天花板上有没有鳄魚的孩子,没有,才敢上床去睡覺。 哈哈哈哈哈哈!

阿里郎第一次在台灣過年,宿舍的台灣人都回家過年去了,就剩他自己一個人在宿舍。除夕夜,台灣人守歲到12點一過,家家户户就開始放鞭炮贺新年了。阿里郎以為戰争了,躲在被窝裡,不知道如何是好,好不容易等到天亮了,阿里郎趕快跑去居住台灣多年的韓國學長家, 問明白了,才知道原來是放鞭炮啦。哈哈哈哈哈哈哈!

今年過年,有位韓國教授去台北,他line给我說~ 现在外面正在放鞭炮,我不敢出去,好像在掃蕩共匪?很可怕!! 我看了,笑到淚流,想起我家阿里郎初到台灣聽到串串爆竹聲也是驚魂失魄。

下面這首詩是1980年留學台灣的丁範鎭教授(前成均馆校長)寫的漢詩,也是形容台灣除夕爆竹的驚嚇。我看到這首詩時,特别喜愛這句 ~驚倒三更爆竹聲

<台灣除夕>丁範鎭

風雨纷纷窗外鳴

街灯樹樹夜還明

獨留南國思鄉客

驚倒三更爆竹聲

留學台灣對這位阿里郎來說,最幸運的事應該是1984年認識了我這台灣姑娘吧! 我告訴他,我住二姐家,二姐有三個兒子。阿里郎讓我邀請姐夫們一家人去東海大學玩。我們在校園裡見面了,他手上拿着一袋土司,他看到了三個小朋友說:小朋友跟我來,我给你們好看。小朋友們嚇着跑到媽媽身邊跟媽媽說: 媽媽,那個韓國叔叔說要给我們好看。阿里郎的意思是要带小朋友去東海湖看魚,用土司喂魚,中文不好,說成~我给你們好看。哈哈哈哈哈哈哈!

二姐那三個孩子现在都40歲了,他們常開玩笑說:换我們给姨丈好看。二姐,姐夫很好客,也邀請阿里郎來家裡吃飯。門鈴響時,我大門一開,看到他用中指和食指勾着一包白蘭洗衣粉站在門口。天啊!我看着,很難為情,心想,留學生没錢,買一小袋水果就好啊!為什麽買白蘭洗衣粉來啊!之後嫁到首爾才知道,韓國人第一次去别人家裡時,都會買洗衣粉或洗碗精等清潔劑當伴手禮。因為清潔劑會冒泡泡,有發發發的吉祥意思。哈哈哈哈哈哈!

媽媽躺在病床上時,為讓媽媽笑笑,我把這些事告訴了媽媽,媽媽聽了笑說:我這欸憨子婿!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라문황 주주통신원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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