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목숨을 거둔 19명의 서울대생을 추모하는 '민주화의 길'이 있습니다. '두레문예관‘ 앞 4ㆍ19기념탑에서 시작해 인문대와 자연대를 지나 농생대에 위치한 이동수 추모비에 이르는 약 1.2㎞의 길을 가리킵니다.

2년 전 서울대 민교협교수들이 진행하는 ‘한국현대사와 민주주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 주제는 정용욱교수가, ‘냉전의 관점에서 보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박태균교수, ‘유신체제와 민주화운동’은 한인섭교수, ‘지역개발과 토건국가’는 박배균교수, ‘5.18민주화운동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근식과 김종률교수, ’1987년 6월항쟁: 그때와 오늘‘로는 김명환교수의 강의가 이어진 후 한인섭교수와 함께 서울대 민주화의 길을 탐방할 때였지요.

법대 앞의 ‘이준열사’ 기념비 앞에서 한인섭교수가 일행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의사와 열사의 차이를 아십니까?”

한인섭교수의 설명을 따라가 봅니다.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에게는 ‘의사’의 칭호를, 이준에게는 ‘열사’의 칭호를 붙이는 차이가 무엇일까요?

열사는 분노를 안고 자신이 스스로 죽은 것이고, 의사는 밖을 향해서 공격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중근은 의사이고, 윤봉길도 의사이고, 이준은 열사입니다. 여기 민주화의 길에 있는 19사람들도 모두 열사입니다. 김재규같은 사람은 살인범이지만, 만일 그의 행위를 민주화를 위한 행위로 인정한다면 그를 의사로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열사로 불러야 할까요? 의사가 될 것입니다. 남을 향해, 불의의 상징을 공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사는 그것을 자신이 안고 죽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민주화의 길 19분은 모두 열사입니다. 의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강의 시간에 질문도 있었지만, 학생운동이 폭력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열사였습니다. 폭력적이라는 화염병도 던져서 누군가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대개는 시위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기준에서 한국의 학생운동은 가장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이었습니다.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를 물리칠 때에도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을 통해 촉발된 것이지 총칼을 쥐고 적을 거꾸러뜨려서 혁명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민주화로의 전환 또한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진 편이라고 저는 해석을 합니다."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에 들어갔다 나와 군부가 시민들을 살상한 사건을 세계에 알린 위르켄 힌즈페터씨와 택시운전사 김만복씨 이야기가 지금 상영 중입니다.

다들 보셨지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민주열사와 의사들이 흘린 피 위에 서 있다는 것을.

* 참고문헌 : 한국 현대사와 민주주의(경인문화사,정용욱 외 4인 공저)

교육연구소 배움 갈등전환지원센터 서진희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서진희 주주통신원  sjhkn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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