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라문황씨는 고향이 대만이다. 유학 온 한국남성을 만나 결혼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김동호 주주통신원으로부터 <한겨레:온>을 소개받아 한겨레 주주가 되었다. 남편 이은모씨는 한겨레 애독자다. 라문황씨는 한국에 살면서 한지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지 민속그림작가가 되었다. 대만과 한국에서 수차례 전시회도 가졌다. 7월 3일부터 8월 21일까지 종로에 있는 <문화공간 온>에서 한지 민속그림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래 글은 하단의 한문을 김동호 주주통신원이 한글로 번역한 글이다.

▲ 〈暮歸〉(모귀. 황혼의 귀가) 나문황 작 2012년 10월 서울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 작가가 메밀꽃 축제를 다녀와서 느낀 흥취를 작품화했습니다.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 일렁이는 해질녘, 소달구지 위에 앉아 마음도 덩달아 넘실댑니다.

만약 당신이 저에게 한국에서 28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사랑한 게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아리랑이냐고요?  노! 노! 노!

한국의 4계. 사시사철이 확연한 한국의 4계절입니다.

길고 긴 추운 겨울, 여기저기 벌거벗은 나무들과 구르는 낙엽. 마치 생명이 다한 듯 한줌의 생기도 느낄 수 없어, 마음도 덩달아 심연의 계곡 저 깊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 어느 날 문득 노란 개나리 몇 송이가 마른 가지를 뚫고 올라옴을 보노라면 저절로 솟아오르는 기쁨, 그리고 터져 나오는 ‘아! 봄이로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온 산과 들에 노란색의 개나리가 물결을 이루면, 대자연은 왕성한 생명력으로 충만해지고 우리도 삶의 기운을 얻지요.

조금 더 따듯한 기운이 돌면, 2월부터 꽃망울을 감싸고 대기하던 목련이 참지 못하고 꽃망울을 터뜨리고 맙니다. 목련은 흰색과 붉은 자주색 두 종류가 있습니다. 목련이 피기시작하면 겨우내 이중으로 꼭꼭 잠갔던 창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창밖을 통해 들어오는 이웃집 하얀 목련을 바라봅니다. 꽃들이 만발하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어서 벚꽃도 핍니다. 또 모란이 피고 진달래가 뒤를 이은 후에 아롱아롱 하얀 아카시아가 피게 되면 올해 꽃의 계절도 끄트머리에 이르고 있음을 알지요. 남쪽 지방에서는 차화, 매화, 복숭아꽃, 배꽃 등등 이루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거실에 앉아 맞은 편 산등성이를 바라보노라면 문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봄날의 걸음걸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가한 휴일을 이용하여 교외로 나가 산과 들에서 나물을 캐어 밥상에 각종 봄나물을 올리지요. 무침, 찌개, 국, 부침, 입맛에 맞게 식사를 하는 가족들 기분도 달라집니다. 모두가 봄의 활력을 섭취하여 몸도 정신도 새로워집니다.

꽃이 지고나면 가지마다 연초록 보송한 이파리가 빠르게 뚫고 나오기 시작하지요. 그러다 만산에 녹음이 울울창창해지면 바로 여름이랍니다.

7, 8월 여름 두 달이 가장 덥지만, 저희 집은 저녁에 해가 산을 넘어가면 산들산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제가 에어컨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선한 이른 아침, 매미소리 새소리 들으며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나길 좋아합니다. 하루의 시작이 유쾌하지요.

여름은 대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여름에 한국에 오겠다고 하면 저는 되묻지요. “와서 뭐할 건데?”

가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또한 땀 흘려 가꾼 곡식을 수확하는 풍성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추석 전에는 밤을 줍고, 추석이 지나면 은행과 도토리를 줍지요. 저는 밤 줍기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저 스스로 민첩한 판단력과 인내심을 시험하곤 하지요.

가을로 접어들면, 거리거리 골목마다 정원에 심어진 감나무에 매달려있는 황금색 감을 볼 수가 있습니다. 길을 걷던 연로한 할머니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다가 나직하게 탄식을 합니다. “내년에도 저 감이 익어가는 걸 볼 수 있으려나?” 세월을 한탄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또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감나무에서 잘 익은 홍시를 발견하면, 긴 장대를 들고 조심조심 잘 끼워서 따야합니다. 아차, 실수하여 떨어뜨리면 그냥 터져버리지요. 신경을 써서 말랑하고 보드라운 홍시를 무사히 손에 쥐게 되면 마치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 희열을 느낍니다. 먹을 때보다 더 기쁘지요. 감을 딸 때 사람들은 몇 개는 새들의 먹이로 남겨둡니다. ‘까치밥’이라고 새들과 함께 나누는 풍습입니다.

가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대자연의 천변만화, 아름다운 색의 조화. 그저 감탄! 또 감탄! 높은 하늘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거나 또는 자동차를 천천히 몰아 변두리 어딘가 길을 가게 되면 누구라도 저절로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라는 말이 쉬지 않고 튀어나옵니다.

겨울이 되어, 첫눈이 내리면 강아지마저도 신이 나서 날리는 눈발을 쫓아 뛰어다닙니다. 저도 강아지와 하나 되어 표표히 흩어져 날리는 눈꽃을 즐거이 바라보지요. 고요하고 기나긴 겨울이 되면 함박눈이 하얗게 내리길 기다립니다. 집 앞 맞은편 산등성이가 하얀 눈으로 뒤덮이면 이 또한 색다른 아름다움이지요. 하얀 설경을 바라보며, 커피 잔을 들고 있노라면 언제나 떠오르는 그 이름. 엄마~~.

愛上阿里郎(七)

如果您問我,28年來的韓國生活,最愛韓國什麽?~~阿里郎?

NO!NO!NO!~~是韓國的四季。四季分明的韓國。

在漫長的寒冬裡,到處枯枝腐葉,一片死寂,毫無生氣,在心情也蕩到谷底時,忽然看到了幾朵黄色的迎春花從乾枯的枝藤鑽冒出來時,心中的那股喜悦,會忍不住的說 ~啊!春天到了。

幾天後,满山遍野,開满了黄色的迎春花,大自然充满了蓬勃的生命力,您也會感到活下去的衝勁。

天氣再暖和些,從2月就含苞待放的木蓮花也忍不住綻放了,木蓮花就白色和红紫色两種,開满枝椏,打開我家整個寒冬都一直緊閉的雙層窗户,躺在床上,望着窗外隣家那棵白色的木蓮花,開的满满的,很美,真的很美。

接着樱花也開了, 牡丹花開後,輪到杜鹃花時,今年的花季就近尾聲了。南部還有茶花,梅花,桃花,梨花…………细數不盡。

從客廳望着對面山坡上,不出門也能知道春天的脚步走到哪兒了。

喜歡野菜的人,開始利用閒暇假日,到郊外山上摘野菜。餐桌上出现了春天的各種野菜,拌的,煮湯的,煎餅的,家人用餐的氣芬也不一樣了,大家把春天的活力吃進了身體,精神焕然一新。

花開後,翠綠的嫩葉才開始快速的鑽出,當您看到满山满野綠油油的一片時,就是夏天到了。

夏天七,八两個月最熱,我家晚上太陽下山後就會凉風徐徐吹着,這也是我不喜歡冷氣的原因。我喜歡涼快的清晨被蟬鳴聲,鳥聲叫醒,睁開眼睛,一天愉快的開始。

景色和台灣差不多,如果有人說夏天要來韓國,我會說:妳來做什麽?

秋天是個最美好的季節,農作物開始豐收,中秋前撿栗子,中秋後撿銀杏,橡實。撿栗子是我的最愛,可以考驗着我的敏锐判断力和耐性。

入秋,您會看到街頭巷尾有柿子樹的庭院,结满着金黄色的柿子,路過的老奶奶會抬頭看着,嘴里自言自語的說:明年我還可以看到這柿子熟嗎? 感嘆歲月一年又近尾聲了。

在柿子樹上尋找到一粒熟透的軟柿子時,用長桿小心,小心的夾下來,很怕一失手,軟柿子掉落下來,當柿子平安着手時,那種戰勝的喜悦,比吃它還開心。柿子採收時,人們習惯在樹上留下幾拾颗和鳥兒分享。

秋景如塊畫布,大自然的變化,颜色的美,除了感嘆!還是感嘆!天高氣爽,騎脚踏車或開車漫遊鄉間小路。您會不停的說着: 很美!很美啊!

入冬後,第一場初雪,連小狗都會開心的跳躍追逐雪花。我也是小狗,喜歡看那雪花飄飄。漫長沉寂的冬天,會期待着來一場大雪吧.把家對面的山覆蓋上,白茫茫的雪景又是另一種美景。望着雪景,冲杯咖啡喝着~想您~老媽。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라문황 주주통신원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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