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아들 세상 살아남기 37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7.08.17l수정2018.05.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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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에 간 지 1년 지나 상병이 되었다. 상병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상병은 졸병에서 선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아들도 드디어 선임이 된 거다. 선임이 된 아들은 청소는 후임에게 넘기길 바라지만 특수임무반 지원 후임이 적어 아직도 청소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병진급캠프를 통해서 리더십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선임들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그 모습 그대로 아들도 후임을 따뜻하게 대하는 선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병 되기 전 아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들 : 엄마,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군대생활 잘하고 있지만, 어떤 때는 짜증이 날라고 해.
나 : 어떤 때?
아들 : 그냥 집이 아니라는 것에 짜증 나!

유난히 집과 집밥을 좋아하는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장소인 집을 떠나 있는 것이 이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단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배부른 말이다.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이런 말을 덧붙인다.

아들 :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

아들이 군에 바라는 것들은 시간에 따라 이렇게 변했다.

1. 입대를 앞두고는 때리지만 않으면 좋겠다 -> 특수임무반 전지훈련에서 몇 대 맞은 것 외에 자대에서는 한 대도 맞지 않았고 욕도 듣지 않았다
2. 밥만 제대로 주면 좋겠다 -> 훈련소에서는 배를 좀 곯았지만 자대배치 후에는 먹는 타령이 거의 없어졌다.
3. 특수임무반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 소원대로 들어갔다.
4.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운동도 시간나는 대로 할 수 있다
5. 청소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
6. 후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

군대에 바라는 것들이 하나하나 해결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들인데 그저 집이 아니라서 짜증난다는 아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아들, 마음이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철이 든다.’는 말, 별로 좋아하는 말 아닌데... 자신을 돌아보는 아들을 보니 조금은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아들이 상병을 달고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아주 끔찍하고 슬픈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에서도 “이것은 꿈이야. 진짜가 아니야!” 되뇔 정도로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꿈이었다. 보통 꿈을 꾸면 깨어나서 바로 잊어버리는데 이 꿈은 생생하게 떠올라서 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했다. 견디다 못해 오후에 아들에게 비상전화를 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하라고 했는데 꿈 때문에 전화를 했으니 아들이 좀 황당했을 거다.

꿈 내용은 이렇다.

빙하가 녹아 악어계곡이 무너졌다. 악어는 열대 지역에 사는 동물인데 모든 꿈이 그렇듯이 합리성을 따질 수 없다. 악어계곡은 협곡이었는데 산꼭대기 빙하가 녹아 산사태가 나면서 악어들이 계곡을 빠져나와 물을 따라 인가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는 놀라서 그나마 좀 높은 바위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아들이 올라오질 않았다. 아들은 초등학생 정도로 어렸는데 마치 악어를 잘 다룰 수 있다는 듯이 새끼악어들 틈에서 뭔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면서 빨리 이리 오라고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들은 계속 새끼악어들 여러 마리에 틈에서 악어들을 툭툭 치면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들이 “엄마.. 엄마..” 하고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큰일 났구나’ 생각하고 한달음에 뛰어 내려갈 때만 해도 아들이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는 희미하지만 들렸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아들 목소리도, 흔적도 사라져버렸다. 여기저기 새끼악어들을 막 휘저어 봤지만 아들은 없었다.

새끼악어 한마리가 아들을 먹어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새끼악어들 중 한 마리의 꼬리를 붙잡고 끌고 오기 시작했다. 꼭 그 새끼악어 속에 아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새끼악어를 질질 끌고 오는데. 어미악어가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쫓아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렸지만 새끼악어를 놓을 수는 없었다. 무거운 새끼악어를 끌고 급하게 바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어미악어는 쫓아오고 몸은 빨리 움직여지지 않고 애를 태우다 깼다.

비몽사몽간에 깨어났지만 빨리 다시 자야한다고... 빨리 다른 꿈을 꾸어야 한다고... 이 꿈은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시 잠이 들었고 다른 꿈을 꾸었다. 깨어보니 새 꿈은 생각나지 않고 아들 꿈만 생생했다.

무슨 의미일까? 왜 그런 섬뜩한 꿈을 꾸었을까?

아들은 대테러진압 목적의 특수임무반이다. 위험수당을 받는 곳이고, 간혹 부상으로 의병 제대하는 사병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을 반대했지만, 평범한 군 생활보다는 색다른 군 생활을 해보겠다는 아들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그동안 특수임무반들이 모여 훈련받는 진주훈련소도 두 번이나 갔다 와서 아들은 특임훈련을 어느 정도 소화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늘 아들은 훈련이 힘들지 않다고 했다. 어떤 때는 재미있다고도 했다. 익숙해진 훈련에 아들이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오만해져서 훈련을 만만히 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이 돼서 이런 꿈을 꾸게 했을까?

아들과 비상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신신당부했다. 조심해서 훈련하라고... 안전에 주의하라고.. 잘한다고 사소한 것 하나 소홀하지 말라고... 유망주 되려고 기를 쓰고 잘하려 하지 말라고... 

처음으로 손이 다 떨리도록 아들 걱정이 되었던 날, 자식이 죽는 꿈은 길몽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미치도록 슬퍼 울부짖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밤까지 흔들리는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았다. 좋은 일이 생기는 꿈이라는 말처럼, 아무 일 없겠지? 잘하다 오겠지? 내가 괜한 꿈을 꾼 거겠지? 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다. 얼른 11개월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들처럼 나도 제대하는 그 날을 손꼽아 보게 된다. 

▲ 엄마와 귀신놀이 1

▲ 엄마와 귀신놀이 2

 

▲ 엄마와 귀신놀이 3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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