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한 지역을 다스릴 때는

관직의 높고 낮음, 지역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반드시 인재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爲政, 無論官之高卑地之大小, 必以人才爲先也.

위정 무론관지고비지지대소 필이인재위선야

- 윤선도(尹善道, 1587~1671)『고산유고(孤山遺稿)』 권5

「제주목사 이회를 전송하는 서[送李濟州序]」

 

▲ <고산유고> : 1791년(정조 15) 전라감사 서유린이 왕의 명을 받고 간행하였다 (출처 : 다음 이미지)

병자호란 당시 소현세자(昭顯世子)를 따라 청나라에 갔다온 이회(李禬)는 효종(孝宗) 때 제주목사에 제수되었습니다. 목사가 되고 나서 윤선도(尹善道) 선생을 찾아가 한 말씀 해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보통 ‘수령은 세금과 부역을 고르게 하고 송사(訟事)를 분명하게 처리하며 아전을 통솔할 때는 모범을 보이고 백성들이 진솔하게 자신의 사정을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무는 수령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입니다. 실천이 안 되어서가 문제지요.

하지만 윤선도 선생은 <논어> 속 공자(孔子)와 자유(子游 공자 제자)가 나눈 대화를 거론합니다. 자유가 무성(武城)의 수령이 되었을 때 공자가 자유에게 “인재를 얻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유는 담대멸명(澹臺滅明)이라는 사람을 얻었다며, '그는 지름길로 다니지 않고 공사(公事)가 아니면 절대로 자신의 집에 찾아오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융통성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공자와 자유는 그를 바르고 곧은 사람으로 보았고, 이런 사람이야말로 백성 다스리는 일을 맡기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데 생각이 일치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선생은 고을 유향소(留鄕所)의 책임자를 바르고 곧은 사람으로 선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유향소는 민간 자치기구이고 좌수(座首)는 백성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직책이기 때문입니다. 수령은 1, 2년 있다가 떠나므로 부임한 지역의 세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니 그곳 사정을 잘 알면서도 품성이 바르고 곧은 인재를 찾아 위임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오리(梧里) 정승으로 알려진 이원익(李元翼)도 평안도 수령으로 있을 때 고을을 잘 다스려서 관찰사로 승진하였는데, 그 이유가 ‘적임자를 구해 좌수로 삼았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작년 말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어수선하고 이어진 대통령 탄핵으로 올 초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각종 언론들은 대선후보들을 검증하기에 바빴습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선 정치 지도자를 뽑을 때 민주적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즉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각종 토론회를 열곤 하는데, 대부분 그 사람의 정책이 무엇이고 식견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데 열중합니다. 그런데 선생의 말씀대로라면 나라를 이끌 지도자는 정책이나 식견보다 ‘바르고 곧은 품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바르고 곧은 품성을 지닌 인재를 선발할 능력을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선출된 후 어떤 사람을 발탁하여 요직에 앉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늦습니다. 잘못되어도 돌이킬 수 없음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바입니다. 그렇다면 바르고 곧은 품성을 지닌 사람을 미리 알아볼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자기 자신부터 바르고 곧게 살아왔어야 하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주로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글에서 소재를 뽑아 대중이 읽기 쉽게 바꾸어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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