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주통신원 김유경이 만난 사람들 1-2

- 세탁업을 근 30년 하는 동안 업종의 변화가 있었다면?
변화가 있다. 처음에는, 뭐라고 해야 하나, 고 울타리 안에서 놀던 게 범위가 넓다 보면. 세탁소를 하다보면 협회라는 데가 있다. 협회에 나가다 보면 발이 넓어져서 이것도 듣고 저것도 듣고, 교육도 받고, 그러다 보면 기계라든가 점점 산업화된다고 하나, 기계화된다고 하나. 그런 게 도움이 돼서 노하우가 다양해지는 거다. (아내) 처음에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없었는데, 없어도 했는데, 어떤 대통령 땐가부터 있어야 된다고, 그걸 따라 그래서 우리 아저씨가 저걸 몇 년도에 땄나? 저걸 땄다. (남편, 기술자격증을 가리키며) 저거 92년도에, 첫 해에 다 딴 거다.

▲ 92년도에 취득한 자격증 아래서 수선삼매경에 빠진 유호석씨.

- 실기도 보았는가?
(아내) 실기, 필기 다 했을 거다. (남편) 전기도 알아야 되고, 우리가 화공약품을 다루니까 그것도 다 알아야 되고, 소방시설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고, 아무튼 그때 몇 가지를 봤다. (아내) 변화라면 그런 것도 없던 게 생기는 거구, 기계도 다양해졌다. (남편) 옛날에는 사람이 일일이 약품을 쳐서 손으로다 수작업 하던 거를 이제는 자동으로다 (아내 끼어들어) 보일러두 우리가 처음에 할 적엔 연탄보일라 하다가, 석유 기름보일라 하다가, 지금은 전기보일라. 좋아졌다, 이것두. 그러니까 가정집하고 똑같다.

- 의류업이 발달하면서 세탁 드라이 기술도 변화가 있는가?
그 발전 따라서 흐름을 같이 한다. 그리고 옷이 옛날하고 지금하고 천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흐름에 따라서 같이 하는 거다.

- 드라이기를 돌릴 때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있다. 옷 천 따라서 타이머 하는 시간이 다르다. 천을 첫째로 잘 볼 줄 알아야 한다. 천이 많이 다양화 돼서 어느 건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나가는 천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까다롭다. (아내) 그래서 협회를 통해서 교육을 받고 기술을 전수받아야 한다. 전수가 있다. 가서 돈 내고 교육 받는다. (남편, 혼자말로) 교육받은 사진을 안 걸었네? 자리가 없어서……

- 천을 볼 줄 아는 데에 양복점 했던 일이 도움이 되겠다.
많이 도움이 된다. (아내) 양복점 안했으면 수선 같은 거 못했지. 요즘 수선 못하는 집이 많다.

- 수선 말고, 세탁업에 필요한 기능이나 능력은 또 뭐가 있는가.
노하우라 그래야 될까? 설명할 수 없는, 내 나름대로의, 그러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같은 엄마가 같은 손맛으로 같은 양념으로 해도 맛이 다르다는 식으로, 이건 이런 식으로 해야 되겠구나 하는, 딱딱 무 짜르듯 1+1=2가 나오는 게 아니고.

- 많이 쓰는 신체부위라면?
다리미질을 많이 하니까 팔을 가장 많이 쓴다. 우리 영업이 팔 아픈 사람이 많다. 또 운동량이 많이 부족하다.

- 누가 세탁업을 한다고 하면 선배로서 권유할만한가?
난 아직까지 권해본 적이 없다. 누가 인수를 해도 힘든 걸 왜 하냐고 그러는데. 옷 같은 거 잘못되면 손해배상 해줘야 하고, 그런 게 다 힘든 거다. 천을 볼 줄 알고 옷 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손님들 요구 조건을 충족해 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걸 못 해준다. 이론상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수선을 할 때도 여길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주세요 하면, 손님이 요구하는 사항을 하나를 말씀하면 우린 둘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된다. 처음에는 설명을, 어떻게 말을 못한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람이 입는 옷은 다 해봤다. 안 해본 게 없다. 가죽으로 해서, 남방으로 해서, 춘추복으로 해서, 정장 등등 누가 와서 얘기를 하면 앞서서 생각이 난다. 매장의 옷을 수선하는 것도 양복점을 해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내) 완성품을 역으로 수선을 해줘야 하니 쉬운 게 아니지

-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일이 가끔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경우인가?
(아내) 있기는 있다.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남편) 손님이 뭔가를 묻혀 왔는데, 하다 보면 오점을 못 빼고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아내) 옷이 뚫어졌다든지 올이 풀어졌다든지, 옷 상태를 파악을 못하고 열심히 그것만 하다보면 그 옷이 잘못될 수도 있다. (남편) 너무 잘 해줄려고 하다보면 사고가 난다. (아내) 잃어버리는 경우. 청바지 같은 거, 그 메이커 있는 거, 널어놨는데 없어졌다. 다행히 아들 것을 잃어버렸다. 생각을 못하고 그냥 내놨는데, (남편) 금방 없어졌다.
지금은 옷도둑은 없다. 잃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내) 그 보다는 손님이 그만 입겠다고 버려 놓고, 급하게 되니까, 버린 생각은 안하고, 입을 때가 돼서 없다고 찾다가 세탁소에 맡긴 걸로 생각해서 와서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 없으니까 집에 가서 찾아봐라 하는데…… (남편) 그전에 저쪽에서 할 때 앞에 옷수거함이 있었다. 거기에 버리는 것을 이 사람이 봤다. 이 사람이 기억력이 좋다. 나중에 와서 옷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때 버리지 않았냐고 그런 적도 있다.
(아내) 아저씨가 (수선한 것을) 찾으러 와서, 세탁해서 입으려니 세탁비가 아까운거지. 알딸딸했는지 가져가다가 버리는 것을 봤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세탁소에 온 것만 기억한 거야. 내가 된통 손님하고 싸운 거는, 근데 그때 그게 기억이 난 거야. (옆에서 남편이 추임새를 넣는다.) 기억이 났어? (아내) 바지를 네 갠가 줄이려고 가져왔는데, 내가 맡았고, 우리 아저씨가 볼일 있어 나 혼자 있는데, 웬만하면 자리를 안 비우는데, 아저씨가 찾으러 왔는데, 내주고 한 참 후(몇 달 후)에 다시 와서 찾아내라고 야단이 난거야. 그러구나서 또 한참 있다가 전화가 온 거야. 옷 내놓으라고. 욕을 하는 거야, 진짜. 나도 화가 나 욕을 했다. 나도 싸나울 땐 싸납거든.
(남편, 수긍하듯 껄껄 웃는다) (아내) 내가 왜 기억을 하냐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왜 밑으로 가지, 그런 생각도 했거든. 그 당시는 생각 안 나도, 나중에 생각이 나는 거야. 그런 말을 하니까 아저씨가 말을 못하더라구. 그래서 쌈은 했지만, 그렇게 마무리가 됐고,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 피해보상을 한 후나 싸운 경우에 경계하게 되는 옷이나 손님의 특성이 있다면?
(아내) 있다. 그 사람. 시비했던 사람, 내가 이 사람 성품이 좀 그렇지 하는 사람은 내가 앞서서 옷을 보고 먼저 얘기하고 그런다. 우리 집은 감사하게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런 사람들은 오다가도 안 온다. 희한하게.

- 현금을 주고받는 현금장사다. 얼마나 좋으냐,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현금장사, 좋다. 카드 구비를 못해서 (아내를 보며) 불법은 아니지? (아내) 불법은 아니다. 손님을 배려해서는 구비해야 하는데, 굳이 세탁소는…… 양복점을 할 때는 액수는 큰 거는 들어오는데 돈이 딱 떨어져 없을 때가 있었다. 세탁소 하면서는 돈이 떨어져본 적은 없다. 많이는 못 벌지만. (남편) 양복점 하면서는 담배 값이 없어서 담배를 못 사 필 때가 있는데, 세탁소 하면서 담배를 못 산적은 없다. (아내) 목돈은 못 만져도 쓰는 데는 쓴다.

- 대충 평균 월수입은?
(아내) 그건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한다. 우리 둘만 알고 있다. (웃으며, 남편) 먹고 사는 거다. 살 만하다. 애들이 중고생일 때는 내가 많이 뛰었다. 저 사람이 힘드니까. 이제 애들이 다 컸으니까, 이젠 그런 거 다 접고, 매상이라기보다 먹고 사는 거. 마음 편히.

- 일을 하다보면 산재가 있을 수 있는가?
그런 거 없다. (아내) 위험한 게 없으니까.

- 얼마 전 뉴스에, 건조하다가 화재가 났다, 요즘 잦다, 그러던데…
화재가 난건 회수기를 잘못 다루었을 때다. 그런데, 법적으로 그걸 달게끔 해놨었는데, 지금은 완화돼서 굳이 안달아도 된다. 저런 거 (회수기를 가리키며). (아내) 저 위에 있는 거 (남편) 우리는 완성된 상태를, 우리는 자연건조를 하는데, 건조 칠 때 건조 치면서 물은 물대로 기름은 기름대로 따로 나오니까 회수기라고 하는 거다. 위험하다 뭐하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하라고 했으니까 달아는 놨는데, 사용은 안한다. 이젠 건조기만 돌린다.
(아내) 그러니까 웃긴다. 세탁하는 사람들 돈도 많이 못 버는데, 돈 백만원이상 드니까, 세탁소에서 푼돈으로 저거 만들려면 힘 든다. 그런데 안하면 벌금을 물리네 어쩌네 하니까, 세탁소 돈도 못 버는데, 저걸 해봐서 쓰다보니까 화재 밖에 더 나요? (남편) 저거 쓰다가 화재가 많이 났다. (아내) 우리 아저씨가 찬찬하니까 위험요소를 알아서 자기가 조심스레 잘 다루니까 그렇지, 우리는 없다.

▲ 살림집 아래층에 세탁소가 있다. 출입문에 수선전문이라고 자부심을 밝혔다.

- 인근 세탁업소에 비해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면?
자랑할 것은 없고, 딱은 없다. 지금은 세탁 기술은 평준화 됐다. 수선하고 옷 만지는 거는 조금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서 교육을 받고 오고 하다보니까 기술은 평준화 됐다. (아내) 주안 8동에서는 수선하는 사람 중 기술을 인정받는 집은 두 집이다. (남편) 나는 재단까지 해봤기 때문에 옷 만지는 거만큼은 누구한테 뒤지지는 않는다. (아내) 수선을 다른 데 맡기는 집도 있다. 그런 면에서 그런 거 저런 거 다 합쳐 하니까 먹고살만하다고 하는 거고 달랑 세탁만 하는 사람은 힘들 거다. 우리가 하는 일(수선)은 (수입이) 적은 일은 아니다. 수선을 하니까 많이 보탬이 되는 거다. 달랑 세탁만 하는 사람은 어려울 거다.

- 작업시간은?
(아내) 문 여는 거는 보통 8시 30분이고 밤9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우리가 일하는 시간은, 우리 아저씨 기준이 12시까지 일하고, 12시부터 한 4시 될 때까지는 쉰다. 철저하게 쉬는 시간. 4시 지나 슬슬 저녁 일을 시작한다. 바쁘지 않으면 6시에 저녁 먹고 시작해서 문 닫을 때까지 하고. 우리 아저씨는 일할 때 딱하고, 쉴 때 쉬고.

- 쉬는 시간이 필요한가?
(남편, 난감해서 아내를 보며) 뭐라고 해야 돼? (아내) 사람이 계속 일을 하면 지치니까, 에너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좀 쉬어야 하고. 계속하는 사람은~(웃음), 우리는 기계를 저녁에 돌리니까 아침에 나오면 자연 건조가 되니까 그때부터 12시까지 열심히 하면 일을 많이 한다. 바쁠 때는 더 일찍 나와 하기도 하고, 근데 아침에 나와 문 열어서 그때 기계를 돌리면 오전 내내 일을 못하는 거다. 그건 자기가 일하면서 터득하는 노하우. 그런 가게는 계~속 일을 하는 거다. 그럼 얼마나 지치는데.
우리는 쉬면서, 우리 아저씨는 바둑, 복기, 나는 나대로 운동가고. 그렇게 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운동 종류 질문에 쑥스럽게 웃는 아내 대신 남편이) 동사무소에서 하는 운동, 스포츠댄스, 남들 보면 옛날에 춤 춘다 그러면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뭐…… 그걸 하고나서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산에 같이 가더라도 야산 같은데, 일요일에 틈나면 한 번씩 가는데, 이제는 나보다 앞서 간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보낸다. 안 갈 수가 없다. (아내, 많이 가벼워졌다고 인정)

- 일요일에 산에도 가고, 끊임없이 두 분이 함께하신다.
(아내) 어제 같은 경우는 같이 성당에 갔다가 서울에서 잔치가 있어서 우리 아저씨는 가는데, 내가 혼자 오는데, 왠지, 맨날 같이 있고 같이 다니다가, 왠지 좀 그렇더라. 혼자 집에 와서 우리 아저씨가 3시에 들어왔나 4시에 들어왔나, 그때까지 내가 혼자 있는데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구. (아저씨) 진짜! 양복점 할 때 우리 잉꼬부부상도 타구 그랬다. (남편, 웃으며 혼잣말처럼) 그거 갖구 있다 없어졌어. (아내) 내가 혼자 있다, 혼자 있으니까 무섭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클 났다. (웃으며)이담에 내가 먼저 가야지.

(3회에 계속)

 

 

 

 

 

살림집 아래층에 세탁소가 있다. 출입문에 수선전문이라고 자부심을 밝혔다.

92년도에 취득한 자격증 아래서 수선삼매경에 빠진 유호석씨.

김유경  newcritic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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