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1박 2일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일정 중에 러시아인으로 살아가는 고려인 동포들과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초청하여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는 사할린 동포 단체(러시아 국적의 일제 강점기 징용후손들, 이하 사할린 동포로 칭함)임원들과 몇몇 징용 후손들이 초청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잘한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작 이 자리에 대한민국 국민인 사할린 한국교민(사할린 한국한인회, 이하 교민으로 칭함)들은 단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

사할린 거주 교민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우리 단체가 사할린 동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14년, 유주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역에 참배하러 갔을 때 그곳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그 어떠한 추모 시설이나 참배 시설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세운 일본인 합동추모비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는 일본인 묘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별도로 참배할 시설이 없다는 것은 사실 매우 의아한 일이다. 현지 사할린 동포 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로 이런 것을 만들어 놨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와 살아온 길이 다르고 정서가 다른데 딱히 나무랄 일도 못되는 것 같았다. 이에 우리는 그곳에 합동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동포 단체에 뜻을 전했다. 그러나 우리의 뜻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용이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 단체는 2015년, 일제 강점기 당시 징용 후손들이 가장 많이 묻힌 그곳 유주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역 입구에 합동추모비를 자체적으로 세웠고, 현재는 당시 징용자들 중에서 무연고 희생자들을 별도로 안치할 추모관을 짓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일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는 징용 후손 단체가 아닌 사할린 현지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우리 교민회(회장 현덕수)가 협력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을 하면 한국 단체들은 뭐랄까, 역사적 소명의식 같은 것을 갖고 사할린 동포 사업을 한다고 하면, 정작 현지에 있는 징용 후손 단체들은 그런 의식에서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사람들은 동포회를 이끌고 있는 몇몇 임원들의 문제이지, 나머지 대다수 징용 후손들은 그렇지 않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우리 단체가 사할린 동포 사업을 목적하는 대로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한민국 국적의 사할린 교민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현지 대한민국 외교부 공관은 우리 사업에 단 한 번의 도움도 준 적이 없고 오히려 ‘그런 일’을 하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외교부는 지난 9월 6일 사할린 거주 우리 교민들을 문재인 대통령 초청 행사에 단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우리가 최근에 확인한 외교부의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초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외교부는 자국 대통령의 방문에 왜 사할린 거주 자국민들을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진상을 규명하여 관련 공무원들의 잘못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다면 있는 대로 그에 따른 엄중한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끝)

2017. 9. 11.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 2015년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 초청받아 참석했던 현덕수 회장(뒤쪽 왼편 첫번째)

[편집자주]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러시아 사할린에, 일제 강점기 사할린 징용 희생자 추모관을 건립하고 있다. 리인수 통신원은 이 단체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리인수 주주통신원  least-people@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