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를 부축하여 참석한 방생법회의 낯선 풍경들

난생 처음 참여한 죽도암 용왕제, 방생법회

 

때 : 2017년 9월08일 10:00~12:00

장소 : 강원도 양양군 죽도암

누가 : 해인사 미타원 신도들 100명

무엇 : 죽도암 용왕제 및 방생 법회

10시 조금 전에 죽도암이라는 암자의 입구에 버스를 대었다. 죽도암을 향해 가는 길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정말 거울 같은, 아니 투명유리 같은 맑은 바닷물이 마음을 더욱 맑게 만들어 주었다. 얼마나 맑은지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로 어른거리는 물그림자가 더욱 맑음을 확인하라는 듯 물밑 바닥에 어른거리는 물그림자까지 비쳐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런 바다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모두들 죽도암으로 가는 길을 따라 들어가고 있어서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을 아내의 손을 잡고 끌어주면서 죽도암을 향해 들어갔다. 약간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이번엔 왼쪽으로 구부러진 길이 다시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이 되었다. 훤히 트인 동해 바다가 푸르다 못해 수평선 부분은 검은 색으로 보이는 바다쪽 언덕 위에 작은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이내 죽도암에 왔다는 표시인 셈이다. 내려가는 길 건넌편의 언덕 위에 자그마한(등신대 정도) 해수관음상도 보였다. 그리고 구비진 산비탈에 의지하여 죽도암이라는 암자의 주 건물로 보이는 관음전이란 전각이 언덕 위에 있다.

그 아래에 새로 지은 듯한 콘크리트 2층 건물이 바다를 향해 서 있었는데, 이곳이 요사체 겸 암자에서 하는 행사 같은 주 활동공간이었다.

이곳의 마당에는 바다를 향하여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돌 제단에는 돌로 되어 있는 촛대도 있었으며, 제단 아래에는 촛불을 켜는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이곳에 용왕제를 지내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대부분이 여자분들이라서 스님과 도우미로 온 젊은이 한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나도 나가서 조금 손을 거들어 드리기도 하였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겨우 탱화를 거는 가림막을 세우는데 잡아매는 것이며 탱화를 거는 것을 거들어 주는 정도뿐이어서 미안하다. 마이크 때문에 한참으로 기다리게 하다가 겨우 전기를 연결하고 나서야 마이크가 작동을 하여서 방생법회를 실행하였다.

[용왕제는 전국에 일반적으로 분포하던 제의였지만 현재는 중부지방을 비롯한 일부 지역과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는 어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 가정에서 주관하던 용왕제를 절에서 방생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방생을 용왕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용왕제 [龍王祭] (한국민속신앙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오늘 참여한 세분의 스님은 앞에 자리를 잡고 징을 두들기면서 법문을 낭송하였다. 염불이 끝나고 나서 스님이 대중을 향해 방생법회의 순서를 안내하여 주었고, 인쇄물도 돌렸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인쇄물을 보면서 모두 같이 읽기도 하고 스님이 법문을 낭송하기도 하면서 진행이 되었다. 반야심경을 독송할 때에는 모든 신도들이 합창으로 하는데 나는 아직 외우지 못하였으니, 멍하니 있을 수도 없고 사진이나 찍는 척하면서 이리 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 어느 순간에 각자의 소원을 비는 발원의 시간이 주어지자 모든 사람들에게 여기에 와서 방생을 하면서 바라는 것을 빌게 하였다. 모든 이가 자신만의 발원문을 낭송하니 온통 웅성웅성하는 소리로 뒤덮였다. 용왕제는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되어서 한 동안 엄숙함 속에서 독경과 암송, 그리고 절하기 등이 이어지고 있었다.

용왕제가 거의 끝날 무렵에 방생용 물고기를 실은 화물트럭이 도착 되었고, 언덕 위에 차를 대어 놓고서 양동이에 물고기를 10여 마리 이상씩이나 담긴 듯한 것을 줄줄이 가져다 늘어놓고서 방생법회를 시작하였다. 이미 법문이 쓰인 다섯 장 정도의 인쇄물을 들고서 스님과 함께 읽기도 하고 낭송도 하면서 모두 마쳤으니, 이제는 모두 일어서서 스님을 따라 바다를 향해 고개 숙여 목례를 하였다. 물고기가 들어 있는 양동이는 스님과 도우미들의 손을 거쳐 바닷가로 옮겨졌고, 마지막을 맡은 스님의 손에 들려져 양동이채 쏟아 부어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졌다. 물고기들은 한 동안 멍해졌는지 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곧바로 물에 떨어지자마자 ‘날 잡아라’는 듯이 재빨리 물속으로 달아나는 놈도 있었다. 법회에 참여한 신도들은 손에 향불을 들고 스님을 따라서 넓지 않은 마당을 꼬불꼬불 줄을 지어서 불경을 낭송하면서 탑돌이 하듯이 마당을 지그재그로 돌았다. 차례차례 줄로 들어서 걸어가는데 아직 순서가 되지 않은 신도들은 자기 차례가 올때까지 제자리에서 줄을 기다리다가 걸어 나와서 합류를 하면 그 때서야 향불을 받게 된다. 이렇게 향불을 든 신도들로 온 마당이 덮이는 것이었다. 넓지 않은 마당에 겹치고 또 겹친 줄은 여섯 줄이 되고서야 간신히 모두 다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제서야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법회가 끝나고 잠시 정리를 하고나서 점심 공양을 하였다. 나는 정리를 하는 동안 사진을 찍기 위해 둘레길로 조성된 관음상 옆길을 갔다. 거기에서 오늘 행사를 주관하시는 스님인 도안스님의 제자라는 젊은이를 만나서 잠시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 오늘 주관을 하시는 스님의 법명이 무엇이라고 부르시나요?” “도안스님이신데요?”

“아! 도안 스님이시라구요? 그러면 한자로는?”

“글쎄요. 한자로는 어떻게 쓰시는지 잊었는대요?”

“혹시 법도 도[度]자에 피안이라는 언덕 안[岸]자 [度岸]으로 쓰시는 건가?” “글쎄요.“

이런 이야기와 나의 활동이야기, 그리고 젊은이가 하는 일을 듣다가 가보니 이미 아내가 내 점심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얼른 받아서 밥을 비비고 정리를 한 다음에 아내가 다시 받아온 자신의 밥그릇을 받아서 내가 먹기로 하고, 비벼둔 것을 아내를 주었다.

곁에서 어느 보살님이

“아유 밥을 비벼서 주네요?”하고 부러움인지 장난인지 말씀을 하셔서

“사실은 몸이 안 좋아서 제가 밥을 타다주어야 하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받아왔으니 비벼서라도 주어야지요.”하고 웃고 말았다.

나는 미안하여서 밥을 받아서 잘 비벼 두고 있다가 아내가 가져온 밥을 받아서 내가 먹고 먼저 비빈 밥을 아내에게 주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온 방생법회 그러니까 용왕제에서 점심공양까지 먹었으니 이제 오늘은 불자가 다된 셈이었다.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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