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감독의 [미스프리지던트] 시사회를 보고--

때 : 2017년 9월19일 10시30분 ~ 12시

장소 : 서울시 중구 서울극장 인디극장<4관>

누가 : 노년유니온 회원과 종로시니어클럽 활동 회원 200여명

무엇 : 김재환 감독의 [미스프리지던트] 시사회

지난달 중순도 전에 나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하였다. 김재환 감독의 영화 미스프리지던트 시사회를 노년유니온의 어르신들만을 모시고 단독 상영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르신들께 영화를 보여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고, 노인들의 정신세계를 볼 수 있는 영화라니까 한번 추진하자고 사무처장에게 이메일을 전달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하여 영화감독과 상의가 되었고, 드디어 시사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서울극장 앞에는 노년유니온 회원과 종로시니어클럽에서 활동 하시는 어르신들이 9시 40분쯤부터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 미스프리지던트 시틸 컷 2 박저으히 선서

10시가 되어 입장을 하고 곧이어 김재환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며 특별히 노년유니온, 종로시니어클럽 회원님들을 모시고 시사회를 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였다.

“제가 전에 만든 영화 때문에 이 미스프리지던트도 그런 영화일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직 시사회도 열리기 전인데도 ‘종북, 죄빨’의 영화일거라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박정희 세대를 비난하는 영화일거다‘고 비난을 하고 어떤 분들은 ’우리 더러 박정희 세대가 되라는 거냐?‘고 비난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결코 어떤 편향된 시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영화를 보시고 어르신들께서 정확하게 이 영화를 보신 소감을 이야기하여 다른 어르신들께도 전하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서울극장을 비롯한 종로3가 지역은 다른 곳보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시고 밀집도가 높은 곳입니다. 어르신들께서 많이 소개하여 10월26일 개봉을 하면 많은 관람을 하시도록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내용의 인사를 하고나서 영화가 시작이 되었다.

영화 화면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소세하고 의복을 갖춰 입고 관까지 쓰신 다음에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여러 가지 사진들이 붙어 있는 벽을 향해 정식으로 4배의 인사를 드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분을 비롯하여 거의 박정희 교의 맹신도와 같은 믿음을 가진 몇 분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 되었다.

이야기 군데군데에 바로 이 믿음의 중심이 된 박정희 대통령의 지난날들이 삽입 되었고, 그런 영상이 이분들의 생각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5.16쿠데타이후 민간에게 이양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장충체육관에서의 대통령 취임식, 새마을운동, 통일벼로 대표되는 식량자급의 노력 등등의 업적은 그들의 마음속에 우리나라를 구한 구세주로 각인이 되어 있었고, 그런 믿음은 신앙의 경지까지 이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하여 그들의 믿음은 미스프리지던트를 만드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그의 따님이신 박근혜씨가 대통령의 곁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틀림없이 잘 해줄 것이다.‘, ‘누구의 피를 받은 분인데 이분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분이다.’라는 믿음이 되었고, 그들의 지지는 결국 미스프리지던트를 모시는 영광으로 기쁨에 젖게 만들었다.

이러한 믿음은 촛불집회에서의 비난과 ‘탄핵’ ‘하야’라는 말이 엄청난 충격이었고,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고 나라를 망치는 나쁜 놈들의 짓거리로 보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나라를 구한다는 뜻으로 태극기를 들고 나서서 촛불집회에 맞서는 대응집회를 열기 시작하였다.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들에게 많은 액수의 돈이 지급되었다는 소리도 그들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소리일 뿐이었고, 자신의 충정과 신뢰를 짓밟는 못된 언론과 저 광화문집회꾼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멀리 지방에서부터 의관 갖춰 입고 태극기를 들고 열차나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광장으로, 서울역 광장으로 달려가야만 하였다. 누가 감히 이분들에게 일당벌이꾼이라고 비난을 하며, 재벌들의 장난에 놀아난다고 할 것인가? 이들의 움직임이 어찌 관제데모이며, 누군가의 조정을 받고나온 허수아비들이라고 한단 말인가?

▲ 미스프리지던트 시틸 컷 1 선서

그리하여 그들은 충정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구국의 일념으로 태극기를 들었으며, 촛불집회에 맞서 맞불집회를 여는 자리에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부언론의 보도행태에 분노하였고, 그들만 보면 적으로 간주하고 마구 욕하고 짓밟아 버리고 싶은 심정을 참을 수 없어 시위 현장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곤 하였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시위 현장의 소동들은 그런 마음의 발로 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분들의 과격한 행동이나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막말이 난무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바로 이런 분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고, 진정으로 박정희 신드롬에 젖은 분들은 그런 모습에 오히려 마뜩찮다는 심정으로 바라보기도 하였으니 언제 어디에서나 이런 튀는 행동으로 전체의 생각을 잘 못 나타내게 만드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일 뿐이었던 것이다.

국회의 탄핵 결정에 실망하고 낙담하다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마지막 결정을 기다리며 한 줄기 희망을 걸었던 그들에게 내려진 탄핵 결정은 피끓는 절규를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절망을 안겨준 국가 기관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이런 결정까지 몰고간 촛불이 원망스러운 그들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지워진 이름 박사모는 누구의 지시나 부추김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꼭둑각시가 아니라 진정으로 믿음에서 나온 충정이라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한숨 섞인 호소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결코 박정희 세대를 찬양한 영화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박정희 세대를 지탄하고 매도하는 영화 또한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직 박정희 숭모사상의 정신적 흐름과 그 흠모하는 정신이 깃들어 가던 과정이며, 그들의 믿음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헤쳐보고 싶은 노력이라고 감히 결론짓고 싶다.

 

# <미스 프레지던트> 줄거리

“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하며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 여긴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는, 6.25 직후 동네마다 굶어죽는 사람이 흔하던 시절에 배고픔이란 원초적 공포를 해결해준 박정희 대통령만 생각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주었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박정희 육영수의 딸 박근혜의 탄핵이란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이들은 세상이 뒤집힌 듯한 혼란을 느끼는데...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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