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만큼 허망한 것도 없지만 꿈처럼 이상야릇한 스토리를 현실에서 의도적으로 지어내기도 쉽지는 않다. 꿈은 현실을 초월하며 현재적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개꿈'의 경우만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예지몽'의 경우도 현실과는 들어맞지 않는다. 그런데 예지몽은 미래에 반드시 발생하고야 만다. 그래서 예지몽(豫知夢)이다. 예지몽은 개인의 미래에 대한 꿈도 있지만 국가적인 인물에 대한 꿈도 이에 해당된다.

얼마 전 김일성의 꿈을 꾸었다. 하지만 김일성의 꿈을 이야기하기 전에 작년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작년 삼사 월경이었다. 뜻밖에도 박근혜의 꿈을 꾸었다. 박근혜가 주위 측근들과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평안하고 화사로운 미소였다. 갑자기 뜬금없이 박근혜의 꿈을 꾸다니?!?  박근혜는 꿈속에서 나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가 엮여있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에 박근혜는 나의 관심 영역 밖이었다.

이 때만해도 박근혜가 최순실게이트로 탄핵에 이르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에 대한 꿈이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한 채로 꿈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런데 기어이 최순실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꿈속에서 본 박근혜의 미소는 현실에서 박근혜의 눈물로 나타났다. 꿈은 거꾸로 해석해야 맞는다는 말처럼 꿈속에서 본 박근혜의 모습이 정반대로 현실화된 것이다.

나는 전에도 국가 지도자에 대한 예지몽을 꾼 적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예지몽이었다. 아직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몇 개월 전에 꿈을 꾸었다. 사막에서 커다란 공룡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도망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룡의 발에 짓밟히며 모래 바람에 휩쓸려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 때는 꿈을 깨자마자 알았다. 그것이 이라크 후세인의 몰락임을, 그리고 그 공룡은 바로 후세인 당사자임을. 당시만 해도 미국이 이라크와 설전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대량살상무기가 있네, 없네' 하면서 외교전을 펼칠 때여서 꿈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또 예지몽을 꾼 것이다. 김일성이 측근들과 활달한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넸다. 나에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건네는 장면이었는데, 그 말이 내 귀에 소리로만 들릴 뿐 언어로 인식되지 않았다. 김일성이 건네는 말은 마치 기름에 감싸여 있는 듯했고, 나는 물에 감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름으로 둘러싸인 말은 물로 감싸여 있는 나에게 다가올 수 없었다. 김일성은 마치 그것을 다 알고나 있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으며 참모들과 담소를 계속 나누고 있었다. 꿈에서 깨고 보니 김일성의 쾌활하게 웃는 얼굴 표정이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꿈 내용의 전부다. 난생 처음이다. 김일성이 꿈속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작년에 꾼 박근혜의 미소가 생각이 났다. 아! 이 꿈은 혹시 김정은에 대한 예지몽일까? 꿈이 예지몽인지 아닌지는 결과가 말해준다. 예지몽이라 해도 꿈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대접받지 못한다. 그래서 꿈 이야기는 허망할 수밖에 없다.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만약 예지몽이 맞다면, 김일성이 저 세상에서 비통해할 일이 생길 거라는 조심스런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측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꿈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허망하게 여겨질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꿈 이야기를 글로 올리는 것은, 이 꿈을 나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니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쟁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오늘 올라온 한겨레 기사가 한편으로 위안을 준다.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밀 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 선제적 대북 군사행동이 어렵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아울러 맥매스터는, "북한이 핵탄두가 장착된 탄도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 점은 우려가 되는 점이다. 김정은은 바로 미국이 두려워하는 그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표지점에 거의 도달했는가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견해차가 있다.

그러나 맥매스터의 발언은, '핵탄두가 장착된 탄도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조지프 던포드 미합참의장의 발언과 상치된다. 김정은은 예리하게 미국내부의 불일치된 견해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위험한 줄타기이다. 후세인도 그런 줄타기를 했었다. 미국 내 온건파와 강건파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더불어 미국 내의 대표적인 합리적 전략가이다.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게 되는 시기에 대해 "3개월이 되든, 6개월이 되든, 18개월이 되든 곧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탑재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현재 북한이 그런 능력이 있고, 그런 능력을 사용할 의지도 있다고 추정해야 한다"고 상원 군사위원회의 재인준 청문회에서 밝혔다.

한편으로 맥매스터는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언급도 했다. 핵사찰 수용과 핵포기 선언, 이 두 가지가 협상의 전제조건임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핵사찰은 몰라도 김정은이 핵포기 선언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이다.

현실에서의 북핵 상황은 이렇게 무척이나 뒤틀려 있고,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고, 이해관계가 뒤엉켜있다. 그러나 미래는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의외의 사건이 현재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다. 꿈을 너무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꿈을 무시할 아무 근거나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침 강명구 선수의 남북평화통일기원 평화마라톤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9월 1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을 시작한 것이다. 1년 2개월에 걸친 평화마라톤이 끝나기 전에 한반도의 위기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허망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꿈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관련기사 : 미 안보보좌관 “정밀타격으로 북핵 못푼다”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12594.html#csidx3a87db9735daf239dc984722df1ac85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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