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추석은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서 쌓여 있던 여러 가지 소식들도 주고 받는 등 어느 때보다도 가족들의 정을 돈독히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거의 추석에 즈음하여 추진해 온 것이 관례였는데,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첫 번째 맞이하는 이번 추석에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잘 몰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남북 당국 간의 물밑 대화가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의 물꼬조차 트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같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2016년 4월에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기획탈북’ 사건으로 국내에 들어온, 사실상 피해자들인 북쪽 여성들을 송환하는 문제로 북쪽 당국에 대화를 제의해 보자는 것이다. 어차피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정치군사적 문제로 남측이 먼저 대화를 제기하기가 껄끄럽다면 이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집단 탈출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탈북자’ 김련희씨 문제다. 김씨는 2011년 중국의 친척 집에 갔다가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입국을 했고, 국정원에서 조사받을 당시부터 자신은 속아서 왔으니 당장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하며 단식까지 벌였지만 끝내 거부당한 이후 지금까지도 딸과 가족들이 있는 북쪽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시위’하고 있다. 국정원은 김씨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도 막고 있다.

▲ 김련희님(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지난 이명박근혜정부는 걸핏하면 북의 인권 탄압 운운하면서 탈북자 문제를 북측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해 왔다. 이들이 진정으로 북의 인권문제를 걱정했던 정권이라면 기획탈북 따위를 꾸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한 결과 멀쩡한 가족들이 남과 북에서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작 북쪽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이들 두 정권도 포함되는 게 아니겠는가.

지난 정권, 국정원의 기획 탈북 피해자들인 북한 해외식당 근무 여성들과 김련희씨를 북으로 송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이다. 뻔히 북쪽에 부모형제가 있는 사람들을 남측정부가 계속 억류하고 생이별 상태로 내버려 둔다면 이는 천륜을 짓밟는 행위이다. 그들의 부모나 가족들이 얼마나 애타게 찾고, 보고 싶어 하겠는가. 남쪽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아마도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전부 다 돌려보내는 것이 인권보호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는 일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통치권 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서 꽉 막혀 있는 남북 대화의 통로도 열어보자.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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