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과 분재>

어느 날 사람들이 우리 화초들 곁에 왔다. 맘에 들었는지 우리들의 꽃과 잎을 만지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억센 삽과 곡괭이를 가져와서 우리를 뿌리째 뽑았다. 다행히 그들이 보기에 별로 멋없는 친구들은 남게 되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은 우리를 자동차에 싣고 한참을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우리를 꺼내들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상한 곳으로 가져갔다.

인간들이 사는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조금 특이했다. 그곳에다 우리를 심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그곳은 비닐하우스 또는 온실이라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이색적인 모양과 환경이 생소했지만, 신선한 면도 있어서 싫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있을 만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내 몸이 이상해진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들을 보니, 그들도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몸이 맘대로 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잎과 가지가 나왔다. 성장속도가 엄청 빨랐고, 잎과 가지의 크기도 달랐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그리되었다. 환경이 달라졌다. 바람은 없고 햇빛강도와 열이 높아 무척 더웠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데 소나기가 자주 왔다. 무엇을 머리 위에 덮더니 다시 벗겨내기도 하고, 가지를 자르고 잎도 따냈다. 도무지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뿌리를 박고 있는 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온실의 화초들이 점차 본래의 제 모습을 잃어갔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정을 말하고 싶었으나. 그들은 우리들의 이런 변화와 고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난 훌쩍 커버렸다.

우연히 옆을 바라보니 다양하게 생긴 그릇에 심어진 나무들이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들은 나보다 훨씬 혹독했다. 그릇이 작아 뿌리를 거의 자른 후에 심었다. 가지들로 거의 다 자르고 몽둥이가 되었다. 그나마 남은 가지들도 철사로 이리저리 묶었다. 중죄를 지은 죄수들을 다루는 느낌이었다. 저들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구나 하고 위로를 삼았다. 웃기는 얘기지만 말이다.

한 인간이라도 나의 외침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힘껏 소리쳤다.

<인간들아 좀 들어라!>

온실 속에 날 가두지 마라!

너희는 온실 속에 갇히고 싶은가?

화분에 날 심지 마라!

너희는 화분에 심어지길 바라는가?

 

날 분재로 만들지 마라!

너희들은 분재로 만들어 지고 싶은가?

너희들 멋대로 날 키우지 마라!

너희는 내 멋대로 키워지길 바라는가?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은

나도 하고 싶고!

너희가 하기 싫은 것은

나도 하기 싫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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