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항문

상사화는 잎과 꽃이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처지가 그러한 양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상사화는 근본이 그러하다. 잎이 먼저 나오고 진 후에 꽃이 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게 상사화인데, 안타까움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진정 만날 수 없는 우리 몸의 기관이 있다. 입과 항문이다. 그들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작과 끝에 있다. 생명의 양식을 처리하는 시종(始終)인 것이다. 어찌 보면 입과 항문은 우리 몸을 지탱·지원하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연히 꿈속에서 그들이 만났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 출처 : pixabay, 음식을 섭취하는 입

입: 야! 네가 항문이냐? 항문이 그렇게 생겼구나!

항문: 어~ 너? 내가 어떻다는 거야? 네가 입이냐? 너도 나와 비슷한데 뭐~

입: 그런가? 아무튼 반갑다. 너를 만나다니...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항문: 나도 그래. 너를 만나니 기쁘다.

입: 그런데 너, 듣자하니 나한테 불만이 많다고 하던데?

항문: 그래 많아. 불만이기보다는 부탁이지 뭐.

입: 그게 뭔데?

항문: 네가 아무거나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대니까 내가 무척 힘들어!

입: 내가? 그랬나?

항문: 너는 배고프다고 먹고... 맛나다고 먹고... 난 어떻게 하라고?

입: 변명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나도 먹기 싫고 곤란할 때가 있어.

항문: 그렇던가? 미처 몰랐네?

입: 하지만 이것저것 많이 먹기는 해.

항문: 그러니까 내가 힘들어. 너는 잡식성이라 그런지 가리는 게 없는 것 같아. 못 먹는 게 없으니...

입: 다 우리 몸을 위해 먹는 거야. 그게 내가 해야 할 책임이고 의무이거든.

항문: 뭐라고? 책임과 의무? 내 원 참~ 의무를 빙자한 거겠지.

입: 너~ 나를 아주 나쁘게 보는구나! 나도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단 말이야.

항문: 그렇겠지. 뱃속이 문제이고 원인이긴 해. 너는 그를 따라야 하니까.

입: 이해해 주니 고맙다. 나도 조심해야지만, 전적으로 내 책임만은 아니란 거지.

항문: 그렇지만 조심은 좀 해 주라. 절제도 하고. 그래야 내가 편해져.

입: 알았어. 그럴게. 그런데 나도 너에게 부탁할 게 있어. 너~ 청결 좀 해라.

항문: 맞아! 너, 한번 옳은 소리 잘했다. 나도 정말 깨끗해지고 싶어.

입: 나는 하루에 3번 이상 칫솔과 치약으로 닦잖아. 넌 몇 번이나 닦니?

항문: 아~ 참, 답답하구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 의지만으로는 불가해.

입: 뭐가 불가해? 그냥 씻으면 되지. 핑계는~ 난 자주 물로 헹구기도 해.

항문: 아~ 부럽다. 넌 노출 돼 있고, 난 감춰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아. 구조상 곤란하단 말이지. 원이라면 하루 한 번이라도 씻으면 좋겠어.

입: 노력해 봐. 그 정도는 해야지. 네가 청결해야 우리 몸이 깨끗해지고 건강해.

항문: 알았어. 말이 나왔으니 하는데, 너보다 내가 더 청결해야 되는 것 아니야?

입: 왜 그러는데?

▲ 출처 : pixabay, 언어로 대화하는 입

항문: 너는 그런대로 싱싱하고 깨끗한 것들을 먹고 있지만, 난 부패하고 더러운 것을 내보내고 있잖아~ 누가 더 자주 씻어야 하지? 자명하지 않나?

입: 듣고 보니 그러네? 내가 우리 주인에게 말해야겠다.

항문: 맞아~ 너는 말도 잘하고 말하기도 좋아하잖아. 주인에게 제발 말 좀 잘해 주라. 나 좀 청결하게 관리하라고. 나는 표현 할 수 있는 게 방귀밖에 없어. 그래서 뿡뿡 귀어대면 냄새난다고 나를 더 무시해. 정말 속상해 죽겠어.

입: 하하하! 너의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네. 나보다 네가 더 청결해야겠구나!

항문: 고맙다. 주인에게 부탁할 때 이 말도 잊지 마. 나도 햇빛 좀 비쳐주라고. 바람 좀 쏘여주고... 풀과 나무, 별들을 보면 더 좋겠다고.

입: 응~ 전할 말이 많네?

항문: 다시 부탁하는데, 맛나다고 마구 먹지 마. 소식(小食)도 하고. 그래야 내가 덜 힘들어.

입: 알았어! 먹을 때마다 너를 생각할게. 우리가 서로 끝과 끝에 있지만, 가장 가까워야 할 사이라는 걸 오늘 알게 됐어.

항문: 다행이네. 주인에게 꼭 말해! 하루에 한번은 나를 씻으라고! 너와 내가 주인의 목숨을 담보하고 있다고. 그것을 알아주라고. 그리고 씻을 때 성기도 한 번씩 만져주라고 해. 고맙다고 말이야. 오늘 유익한 만남이었네! 고맙다. 안녕!

▲ 출처 : pixabay, 소화된 음식을 배설하는 항문

입과 항문 중에서 어디를 깨끗이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이라 할 것이다. 그건 상식이라고, 그것도 모르냐고 코웃음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 그러한가? 입으로 들어가는 게 깨끗한가? 항문으로 나오는 게 깨끗한가? 답은 거기에 있다. 입은 하루에 3번이나 닦지만, 항문은 1번도 제대로 닦지 않는다. 대변을 본 후에도 휴지로 대충 처리하고 만다. 옳은 처사가 아니다. 대변이 끝나면 반드시 물비누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전문 의사는 아니지만 확신할 수 있다. 건강은 입과 항문 관리에 있다고. 특히 항문을 깨끗하게 잘 관리한다면 많은 질병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