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 보수 중도 진보 100인 토론 참관기

▲ 행사장 내부. 자리마다 마이크 시설이 되어 있는 훌륭한 장소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보수 중도 진보 100인 토론회 참관기

보수 쪽 발제자는 정낙근 여의도 수석연구원이, 진보 측 발제자는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정책위원장이, 그리고 중도인지 어쩐지는 발제를 보고는 모르겠으나 김종수 더불어 민주당 통일전문위원이 맡아 발표했다. 발제가 끝나고 토론할 때 보니, 보수라고 지칭될만한 참석자는 없이 진보 입장을 표방하는 사람들만의 토론자리가 되고 말았다. 모임이 끝난 뒤에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가 다음 포럼에 대한 방향과 준비를 제안하며 아쉬워했듯이 잘 준비된 행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2%가 부족한 게 아니라 2%쯤만 영양가 있는 모임이었다. 발제 내용들은 인터넷 검색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하나마나 한 평화이야기였고, 발제자 중 한 분은 공사가 다망하여 수십 분을 지각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자신의 발제 발표 후, 꾸벅꾸벅 조는 수준을 넘어 아예 깊은 잠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수십 명의 시선을 앞에 두고 주무시는 담대함과 무례에 어이가 없었으나 얼마나 투쟁이 힘들면 저러랴 하며 오히려 그 절박한 노고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아마츄어들이 이벤트 성으로 치루어 내는 행사에 머리수 채워주러 나간 꼴에 혼자서 성질이 났으나 그나마 객석에 초대된 사람들에게서 나온, 다소 진정성 있는 발언과 그나마 성의 있는 토론 준비로 위안을 삼았고, 또한 이나마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는 자조와, 이렇게라도 계속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지다보면 언젠가는 전문가들의 피땀 어린 발제와 속살을 헤집는 날카로운 토론을 보게 될 날이 있겠지 하는 희망으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곤 회의장을 떠났다.

권영길 전 대표를 비롯하여 전 현직 국회의원들과 민주당 정책위원장 등 명망가들도 참석은 했으나,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그들에게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뇌의 흔적은 들어볼 수 없었다. 어디선가 다 들은 썰(?)들이었고 누구나 한 시간만 생각하면 내놓을 법한 희망사항들이었다. 사실 한반도의 평화라는 게, 대통령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고 고백한 마당에 시민단체에서 급조해 낸 토론장에서 기대해 볼 만한 게 없기는 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기대했던 것은 뾰족한 묘안이 아니라, 우리들의 고뇌의 흔적들 이었다. 어찌해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쥐어짜본 고통의 편린들, 평화라는 화두를 붙잡고 어디를 파 보았든 죽을 힘을 다해 파헤쳐 본 한반도의 속살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었다. 역지사지 ....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한 발제자의 주장이 그나마 제일 기억에 남고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였다.

▲ 행사장 입구.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부영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모습이 보인다.

발제자 중 한 사람인 민주당 통일 정책 전문위원에게 질문을 했었다.

“혹시 지난 참여정부 5년 동안 남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북한을 방문한지 아십니까? 대충이라도.....”

그는 모른다고 했다. 보수쪽 발제자에게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해 같은 질문을 했다. 그 역시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모두 한반도 위기와 평화통일 문제 전문가로 남북한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회를 이끌고 있는 중이었다. 남북교류가 평화통일의 해법이라고 주장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교류의 핵심인 남북한 사람들의 왕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했다. 참여정부 시절 24만여명의 일반 시민들이 방북을 했을 뿐만 아니라 200여명의 남한 사람들이 평양시내 한 복판을 마라톤 팬티 하나 걸치고, 북한 사람들 손을 잡고 달렸다는 사실도 아는 이가 없었다. 참여정부가 얼마나 대국민 홍보에 미숙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은 그 역사적 사실들을 인지하고 알고 있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와 같은 토론과 나눔의 장이 꼭 필요하다는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국제회의장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였음은 틀림 없었던 사실이고,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한반도 운명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위로와 희망을 삼았다. 정권의 입맛대로, 그때그때 달라지는 권력에 의한 평화와 통일의 해법이 아닌, 남북 인민들의 바람과 노력에 의한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 .... 앞으로 시민포럼이 어떤 노선을 정해서 걷게 될지는 모르되 일신우일신 하는 진정한 시민평화통일 포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전문가든 일반시민이든 꼭 초대되고 참석하고 싶어 하는 포럼으로 성장 발전하여, 오늘 쓴 이 글이 오히려 민망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유원진 주주통신원  4thmeal@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