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날을 살리자는 운동으로 빼뺴로 안 주기를 하였더니 가래떡을 보내와 가래떡 데이 만들게 해

2005년 11월11일 나는 따뜻한 뺴뺴로데이 선물을 받아들고 감격하였다. 며칠 전부터 뺴뺴로 데이가 상업적인 행사라는 것을 알리고 <학교 안에서 빼빼로 선물을 하지 말자>고 당부를 하며 농민의 날이라는 것을 강조하였었는데, 봉지 안에는 잘 구운 가래떡이 들어 있었다.

나는 바로 내 블로그에 그 가래떡의 사진과 함께 가래떡을 받은 이야기를 올렸다. 무려 300건의 클릭이 들어오고 메이저 신문인 중앙일보에 블로그 뉴스로 편집이 되어 올라갔다. 이야기가 해를 거듭하면서 널리 알려지고 전국적으로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주고 농민의 날에 농민을 돕자는 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빼빼로 데이 ≠ 가래떡 데이 로 널리 알려지고 색색으로 만든 여러 가지 가래떡이 선보이기도 하게 되었다.

가래떡 데이를 만들어 주신 김령희 어머님, 그리고 이제 대학생이 되어 있을 김령희 양에게 오늘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2005년 11월11일 받은 가래떡 잘 구어진모습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도록 어제 전교생에게 빼빼로 안 사기 운동을 벌였다. 만약 학교에 가져오면 몽땅 압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하였다. 왜냐하면 우리 농산물은 팔리지 않아서 저렇게 애 닳아 하는 농민들이 많은데, 외국 수입 원자재만을 사용하는 빼빼로를 많이  팔기 위한 판촉행사에 무조건 따르고 부화뇌동하는 것을 막아 보자는 생각이었다.

"각 반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빼빼로데이가 상술에 의해 조작된 날이며, 순전히 초코렛을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내일 빼빼로를 가지고 학교에 오면 모두 압수하겠다고 어린이들에게 엄포라도 놓아서 사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면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탁을 드렸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부장회의가 열리고 있는 교장실을 노크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2학년 김령희. 이 어린이는 우리학교의 보물이다. 내가 이 어린이를 이렇게 잘 알게 된 것은 학교 전자도서관의 감상문게시판에 전교생 중에서 유일하게 매주 한 편 이상 꼭 감상문을 올리고 있는 어린이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열심히 독서하고 감상문을 계속 올리는 것이 고마워서 따로 불러서 격려도 하고 칭찬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더욱 열심히 감상문을 올리고, 또한 올리고 나서 혹시 댓글이 안 올라오고 이틀만 지나도,

"교장 선생님, 저 감상문 올려놨는데요."

하고 독촉을 해오곤 하는 너무 고마운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김령희가 교장실 문을 두들기며 들어서는데 손에는 빼빼로 상자 두 개와 작은 비닐 봉지가 들려있었다. 협의를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그 아이를 보며

"어어? 령희, 오늘 빼빼로 사온 거야. 그거 안 된다고 선생님이 말씀 하셨을텐데?"

하자 빙긋이 웃으면서

"이거 아이들한테 받은 거고요. 어머니가 이거 교장선생님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

하면서 비닐봉지에 싼 것을 내민다.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

"이거 뭘까?" 했더니 "가래떡이에요." 하며 나간다.

회의는 잠시 중단하고 봉지를 열어보니 가래떡을 노릇노릇 맛있게 구어서 알미늄 호일로 잘 싸서 보냈다.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어서 정성이 느껴졌다. 봉지를 열어서 한 개씩 먹으면서 협의회를 진행하였다.

"정말 고맙고, 학교의 지시 사항에 대해 이해를 잘 하시는 분인 것 같군요." 하며 진정어린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정을 보냈다. 아울러 우리 학교에서 추진한 빼빼로 안 사기 운동은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 2005년 11월11일 받은 가래떡

 

▲ 2005년 11월11일 받은 가래떡 받은 그대로의 비닐봉지

이렇게 가래떡 데이는 점차 빼빼로 데이라는 말을 대신하게 되었고, 또한 가래떡 선물로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재벌과 초코렛산업, 상인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농민들을 위하고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가래떡 선물을 하는 날로 정착이 되어 가고 있어서 반갑고 감사할 뿐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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