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결전 종식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인가?

 

 북과의 전쟁이 불가능한 미국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불가능하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 장관이 한 이야기다. 16일자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해왔던 것들이지만 페리의 주장은 아무래도 남다르다. 페리는 1994년 국방장관으로서 순항미사일로 북한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군사작전을 세웠던 인물이다. 그때 페리가 영변폭격작전을 실행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의 반격이 너무 크다는 분석결과 때문이었다. 페리가 북한 문제 해법에는 대화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 부터였다.

북한을 수도 없이 다루어봤고 한때는 침공계획까지 세웠던 현장 대북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쟁이 아니라 대화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페리의 조언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입장에서 확인된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이 도달한 핵능력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내의 수많은 대북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양탄일성을 실현한 나라가 핵을 스스로 폐기한 사례는 없으며 이는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한반도 긴장이 없어서는 안되는 미국

북한의 핵무력이 거의 완성지점에 이르러 북한비핵화가 비현실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여전히 북한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대북적대정책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반도긴장 조성을 위해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대화도 추구하지 않으며 다만 한반도 긴장고조를 위한 것이다. 미국이 수십년 간 유지해오고 있는 한반도지배전략의 핵심이다. 전쟁도 대화도 아닌 중간 지점에서 긴장을 조성시켜서는 한반도를 안정적이고 항구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다.

미국 스스로는 한반도 긴장 조성책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북적대정책 또한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국주의 미국이 갖고 있는 기본특성이다. 90년 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미핵미사일대결전 역사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일반적인 경로나 간단한 방식을 통해서는 결코 폐기될 수 없는 것임을 너무나 또렷이 보여준다.

핵무력 완성 직전에 도달한 북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일반적 경로를 타고 폐기될 수 없다는 것을 미국만큼이나 정확히 잘 알고 있는 데가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외교적 대북압박 그 중에서도 특히 군사적 압박을 견뎌내면서까지 핵무력 완성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가동시키고 있는 결정적 이유가 이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갖는 전략적 의의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것은 단순히 미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한반도 긴장조성책을 거세하기 위해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SLBM 북극성 3형과 고체연료 ICBM 화성-14형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아울러 리용호 외무상을 통해 태평양 상에서의 핵시험을 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핵무력을 완성시키는 주요 요소들이다.

북한이 실제로, SLBM 북극성 3형과 ICBM 화성-14형을 쏴 올리고 태평양 상에서 핵시험 등을 하게 된다면 북미대결전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새로운 국면이란 북미대결전이 그동안 전쟁으로도 대화로도 도달한 적이 전혀 없었던 종식국면을 의미한다. 북한 핵무력 완성이 갖게 되는 구체적 의미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미국의 입장은 물론 특히,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파탄시키는 결정적 동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한반도 긴장고조 책동을 파탄내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트럼프에게 결정적 위력을 갖는 것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북미대결전에서는 본질상 ‘핵확산’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확산문제는 세계 핵군축 범주에서의 최고최대의 문제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으로 핵확산 카드를 쥐게 된다. 미국과 70여년 동안 ‘철전지 원쑤’로 살아온 북한이 쥐게 되는 핵확산 카드는 미국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러중영프 세계5대핵강국이 운영하고 있는 비확산체계를 흔들어대는 것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받을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 북한의 핵확산카드는 미국의 핵패권을 치는 방식으로 세계정치지형 변화의 결정적 동력으로 작동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쥐게 된 핵확산카드는 미국의 면전에 거부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들이밀게 될 것이다.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는 것이 그 하나이며 또 하나의 선택지는 여전히 북한비핵화를 고수하는 것을 통해 반미국가들의 핵개발을 방치하는 것이다. 미국에게 이 두 개의 선택지 말고 다른 선택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갖는 최고의 정치안보적 의미가 이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은 종국적으로는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왔던 북미대결전 종식경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제시하는 북미대결전 종식경로를 순순히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서 문제는 북한이 제시하는 북미대결전의 종식경로를 트럼프가 반발 없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낙관하는 정세분석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세계패권은 갈수록 흔들리며 약화되고 있다. 부분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들고 있는 ‘America First’에서 확인되듯이 미국의 세계패권의 두 기둥인 안보패권과 경제패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총체적으로 밑둥부터 허물어져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많은 미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미국의 위기는 한반도 분단체제의 골간인 한미동맹이 불안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는 전략자산의 항시적인 한반도 순환배치 등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수많은 전략조치들을 취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트럼프의 ‘가랑이 밑을 박박 기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작권 조기환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공언하고 있는 것이 문재인정부다. 문재인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세력들은 지난 6.15시대의 중심세력들이다. 정세가 호전된다면 언제라도 ‘우리민족끼리’의 행보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태세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반전평화세력들의 태세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전의 반전활동에서 더 나아가 반미의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미장갑차 여중생사망사건 투쟁과 2007년 미쇠고기반대투쟁을 거쳐 성장해온 한국반전평화진영이 지금에 와서 반미투쟁을 중심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한국사회운동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에서도, 미국 내에서도 그리고 한반도에서도 미국과 트럼프는 이처럼 전반적인 위기에 내몰려있다. 단순한 위기도, 일시적인 위기도 아니다. 근본위기다. 인류역사가 보여주듯 제국주의는 저 스스로는 사멸하지 않는다. 페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외교가 부재하거나 분별없는 발언은 의도하지 않은 전쟁에 돌입하는 조건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 주목해야 되는 이유다.

미국 역사는 미국이 위기에 벗어나고자 수많은 역사적 도발들을 저질러 왔다는 것을 적잖게 기록해놓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을 침공하기 위해 ‘통킹만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 그 비근한 예다. 미국을 잘 아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한반도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안보사건들 또한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유신정권의 종말로 찾아온 ‘80년 봄’을 되돌려버린 80년 5월 광주학살을 비롯해 87년 한국의 대선 판을 흔들어버린 김현희KAL기 테러사건 2010년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천안함사건 등이 그것들이다.

1983년 아웅산테러사건도 마찬가지다. 최근 연합뉴스 강진욱 기자는 버마아웅산 사건을 추적하는 책 한권을 펴낸다. ‘1983년 버마’다. 강진욱은 그 책에서 북한의 테러로 규정되어있는 아웅산 사건에 대해 질문 하나를 던진다. ‘과연 북의 테러일 것인가? 한국의 안전기획부 그리고 미 정보기관은 가만 있었을 것인가!’라고 말이다.

강진욱에 따르면, 70년대 중반에서 80년 초반 사이 미국은 수세에 몰려있었다. 미국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비동맹운동이 활발해진 것 등이 그 주요 요인이었다. 특히, 75년 유엔이 북의 공세로 북미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를 결의하자 미국의 위기의식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다른 한편, 79년 한국의 유신체제가 흔들리자 미국은 독재자 박정희를 제거하고 군인 전두환을 내세운다. 미국의 슬하에서 12.12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전두환은 80년 5월 광주학살 그리고 80년 9월 체육관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다. 당시 전두환에게 권력의 정통성이 있을 리 없었다. 권력의 지반 역시 총 빼고는 없었다.

강진욱은 그 즈음에 아웅산 테러사건이 일어났다는 데에 집중한다. 정세와 무관한 대형 정치안보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 정치안보사건은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과 상관없이 정세추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진욱에 따르면 미국이 정세구성력이 큰 돌발적인 정치안보적 사건을 발생시켜 자신이 처한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합리적 추론이다. 현시기 북미대결전과 관련해 서해5도를 주목하는 한반도 군사전문가들의 문제의식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구체적으로는 서해5도에서의 국지전이다. 이에 따르면 서해5도 국지전은 북미 간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성립된 조건상 전면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필요한 한반도의 긴장은 한동안 얼마든지 깔아줄 수 있어 상당기간 남북관계 개선을 막아내는 안보 기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 반미평화세력들은 물론 문재인정부 역시 우리민족끼리를 도모하는 데 있어서 실천적으로 가장 크게 주목해야될 대목이다. 정세를 되돌리려는 미국의 도발은 한국이나 북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포괄한다. 전민족적인 힘과 활동이 미국의 도발을 막아내는 데에로 모아져야하는 이유다. 전반적인 정세는 북미대결전 종식국면을 열어내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정치안보적 도발을 막아내는 것이 북미대결전의 순탄한 종식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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