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춘당지 앞.

애완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길냥이와 마주쳤다.

수북히 쌓인 낙엽 위를 조용조용 걸어 지나가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아주 천천히 걸어간다.

잠깐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시선을 놓지 않는다.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길냥이는

가만히 방향을 돌려 내 앞에 와 다소곳이 앉는다.

한 점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무장해제된 듯 나도 선선한 마음으로 길냥이를 찍었다.

도망가거나 피할 줄 알았는데 조금 더 내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벼운 가을날의 교감.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