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1] Industry 4.0 시대의 기본소득 논의

김진희 주주통신원l승인2017.11.20l수정2017.11.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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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구현시키는 디지털화 기술들이 기존의 아날로그화 기술들과 순환되는 ‘현실과 가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혁명’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혁명인 4차 산업혁명라고 말한다. 소유가 원칙인 오프라인과 공유가 원칙인 온라인이 융합되면서 자연히 일자리 절반 이상이 사라지게 할 거대한 혁명이라고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범위에 더 빠른 속도로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사회는 관심과 함께 더욱 긴장했고, 2016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 생산 현장에 온라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에서 비롯된 혁신이다. 제조업 공장에 인터넷 기술이 접합되면 생산력이 극대화된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병원은 보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며, 온라인으로 통제되는 공장은 개별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항공기 엔진은 고장을 미리 예측해서 사고를 예방하고 운영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실시간 점검하는 발전소는 더 많은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 기술이 산업에 연결되면서 생산성 혁명이 일어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에서 시작된 Industry 4.0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뜻한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생산체계 구축, 생산 과정의 최적화가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사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해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으로 진화한다는 내용으로 독일의 제조회사 지멘스(Siemens)가 주도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 아시아미래포럼은 이처럼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토론의 장이었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생계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는지와 관련해 일자리, 분배의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면에서의 의제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표출하였다. 세계의 석학들, 신문 칼럼니스트, ILO 부총재, 기본소득 네트워크 대표에서부터 4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지멘스, 중국, 일본 기업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가들과 국내의 교수들, 관련 전문가들이 이 포럼에 참여하여 열띤 토론도 벌였다.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명이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느껴지고 있지만, 실은 1,2,3차 산업혁명을 포함한 기술발전은 인간과 함께 지속되어온 자연스러운 경향이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이 더욱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우왕좌왕하고 있는 양상이지만, 이전의 기술혁명도 역시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 지금의 경제 사회는 100%에 가까운 완전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자본으로부터 무언가 얻지 않으면(소비, 임금, 생산 등) 어떠한 삶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즉 자본주의 틀 안에서 한 치라도 벗어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기반 위에서의 기술혁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닥친 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 이전에 이전의 기술혁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살펴보고 진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의 왜곡과 그로 인해 등장한 프레카리아트(가이 스탠딩 교수에 따르면 불안정한 삶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계급을 의미함)라는 새로운 계급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여가도, 직업 안정성도 없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전전하며 떠돌아다니는 ‘도시 유목민’이라 불려진다. 온전한 시민이 아닌 거류민(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으로 점점 그 수가 늘면서 돌봄과 돈벌이라는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시시때때로 부서나 근무지를 옮기면서 직무 불안에 시달리는 회사원, 구조조정으로 잘린 샐러리맨, 퇴직 노인, 부채 덫에 내몰린 청년들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정치․문화 등으로부터 소외된 계급으로 이해된다. 이를 하나의 새로운 계급이 형성된 단순한 상황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지원의 단절로 결과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진단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은 정치적인 대상’으로 자본과의 관계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케이시 윅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에서 노동의 형태 변화와 그 구속이 정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의 위치를 보면 자본․노동, 정규․비정규, 남성․여성이라는 대립적 구도를 띠면서 발전하게 되는데 이 역시 노동이 정치적 산물로서의 의미와 밀접히 관련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다소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그러나 한 번쯤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즉 기술혁명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라는 다소 근원적인 질문이다. 인간의 삶을 단지 편리하게 하기 위한 기능적 의미로만 부각되고 있는 기술 혁명을 철학적 의미로 재해석해볼 여지는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도 대부분 ‘삶은 노동이다.’ 라는 전제 하에 노동하면서 살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에게서 그 노동을 빼앗아간다면? 모든 일은 기계가 대체한다면? 그래도 여전히 일을 해야 하는 이 이해 대립적 관계(자본과 노동의)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력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활동성을 의미하는 육체를 가진 인간은 사고만으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노동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은 존재의 기반이자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이행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는 생존의 문제이자 존재 형식을 위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 스스로에 대한 이러한 가치를 망각하는 순간 인류 사회가 펼치는 모든 정책과 방향은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그저 힘에 비례하는 분배 방식 이상을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성적표는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ILO 전 부총재 샌드라 폴라스키는 ① 최근 수십 년간 노동시장과 소득에 어떤 중요한 변화가 있었으며 ② 새로운 현상이 어떤 규모인지 평가하고 ③ 새로운 기술이 어떤 역할을 줄 것인지 전망(이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기술혁명을 향해 경쟁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현상이 있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인간 중심의 새 패러다임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노동시장과 소득에 어떤 중요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① 국민 총소득이 노동과 자본에게 어떻게 분배되고 있었는지 ② 고용과 관련한 문제들, 주로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와 관련된 문제점 분석 ③ 임금과 관련해서는 2007, 2008 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임금 수준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④ 노동시장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노동소득 분배 약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규제완화, 노조 대표성과 교섭력 쇠퇴 등을 지적한다.

<가디언>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1970년대 저 숙련 노동을 조사하기 위해 영국 전역을 다니며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쓴 저서인 <일하는 삶>과 그로부터 30년 후의 경험을 토대로 쓴 <거세된 희망>에서 결코 노동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역사는 착취를 걷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지금 다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 맞이하려고 보니 분배가 더욱 악화될 것임이 예견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분배의 왜곡 문제는 최근 세계적인 부호들조차도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정도이고 보니, 이대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진단과 함께 다시 주요 이슈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근 여러 선진 국가들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본소득에 대한 것이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견해는 이번 포럼에서도 다소 견해가 갈리고 있었다.

독일의 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 소장이나 경북대 김영호 교수의 경우는 기본소득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가이 스탠딩 교수나 ILO 전 부총재인 샌드라 폴라스키는 긍정적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것인지, 병행할 것인지, 기금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에서 실제 실험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한국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며 준비를 위한 진단은 무엇인가. 아시아미래포럼 연사들이 한국의 현실을 진단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LO 전 부총재인 샌드라 폴라스키의 말을 따르면 세계적으로 1970년부터 2014년까지 노동소득 분배율이 심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임시직, 시간제 등 불안정 고용, 실질임금의 감소, 악화된 노동시장 제도들, 사회보장 적용범위의 격차 등 주요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요인의 영향력 정도는 상대적이며 국가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노동소득 분배율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최근 수십 년간 그 어떤 선진국보다 더 큰 생산성 증가율과 임금 상승률 간의 격차를 경험해 왔다고 한다. 1995년에서 2013년까지 생산성 증가율은 평균 4% 이상이었지만 실질적 보상(임금 및 복리후생)은 연간 2.3% 증가만으로 그쳤다며 증가한 생산성만큼 임금 수준 역시 이미 오래전 상승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즉 그 차이만큼 노동소득 분배율이 지속적으로 왜곡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한국 - 조정되지 않은 노동소득 분배율(밝은 파란색)과

조정된 노동소득 분배율(진한 파란색-자영업자 노동소득 포함)

그러나 올해 결정된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은 좋은 시작으로 볼 수 있으며 저임금 근로자 1/4이 이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의 미래’에 대한 출발점은 ‘일의 현재’가 제공한다며 현재 직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내일의 노동 시장과 사회보장 제도 역시 현재의 불평등, 불안정 및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불균형 위에 세워질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새겨볼 말이다.

연사 폴리 토인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문제는 ‘기술문제가 아니다.’라며, 무조건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이 사회를 만드는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따져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나의 생각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이미 노동인권은 없다. 항상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고 정확한 일의 양도, 임금의 수준도 보장되지 못한 채 그러나 항상 그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채 구속되어 있는 그들 저임금 근로자들은 우리가 과학기술의 진보에만 열중한 채 인간에 미칠 영향을 미루고 준비를 게을리했던 결과들이다.

인간 사회는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이후에야 문제점들을 규제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에 바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희생되어온 사람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들이 스스로에게 거대한 충격으로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분석 하에 미리미리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누군가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채 우리의 삶과 패턴을 전적으로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따라오는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있었다.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되는 분배의 문제에 종종 힘겨루기가 개입되고 힘의 균형이 깨지는 과정에서 삶의 본질도 왜곡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경험한 자본주의를 보더라도 우리는 자본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가치와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달려온 결과들을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는 말도 안 되는 이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했고, 화려한 자본주의 이면에서 시달리고 있는 저임금 근로자들을 양산하고 말았다.

기본 소득 지급에 대한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며 ‘(2) 보편적 기본소득,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나’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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