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는 항상 우리나라 경제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한국경제의 모순점을 지적하여 새로운 한국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한 사람들 간에 서로 다른 상황진단법과 해법의 제안을 통하여 격론하는 마당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한국의 시골에서 태어나 60년대 말기 이후부터 도시에서 살아왔고, 70년대 초부터 경제학을 공부하고 생업에 종사하였고, 명색이 전문가들의 논쟁을 보고 살아온 50대 중후반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경제현상을 '한 농부의 이야기'를 통하여 풀어 보고자 합니다.

어느 농부 이야기

어느 농부는 아들딸 5명을 두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50-60년대에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라 큰 아들이건 둘째 아들이건 초등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학업도 제대로 마치기 어려운 여건에서 몇 조각 없던 땅 몇마지기의 집안 농사일을 돕거나, 남의 집 일을 돕는 일을 하면서 성장기를 보내고, 농업인으로 살아가게 되었지요.

그러나 셋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제법 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모나 첫째, 둘째가 보기에 가난 때문에 큰애들이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던 안타까움이 있었던 터라, 서로 합심하여 셋째를 고등교육 시키기로 맘먹고 전력투구하게 되니, 셋째는 인류대학도 가고, 고등고시도 합격하게 되고, 공직생활도 화려하게 한 후, 대기업의 중요 위치에서 고소득자 계열에 포함되는 등 나름대로 개인적으로는 성공적인 인생살이를 살게 되었답니다.

셋째의 고등교육에 전력투구하는 동안, 가족들은 당연히 넷째나 다섯째에 대하여는 또 다시 특별한 고등교육을 시킬 염두도 안 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답니다. 그러다 보니 넷째는 막노동판 건설현장의 저소득 일용직으로 살아가게 되고, 다섯째도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살아가게 되었지요.

어느날 가족이 모여 각자의 직업을 통한 소득을 대충 계산해보니, 셋째의 경우에는 연봉이 1억5천만 원이 되는데, 나머지 4명의 형제들은 평균 2천만원내외의 소득이었답니다. 이들의 소득합계는 250백만원(1인당 5천만원)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1인당 GNP가 5천만원이라는 말입니다. 주위사람들이 평가하기에는 성공한 집으로 평가되었지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란 다른 형제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위 고소득층에 이르게 된 셋째가 강남의 80평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부터, 셋째 이외의 다른 형제들이 자기 집에 내왕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고 체면이 손상된다고 생각해 내왕자체를 꺼려했답니다. 이유인즉, 주변과 격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면 셋째의 체면이 손상된다나?? 참내

그는 평소에도 해외여행도 가야하고, 골프약속도 있고, 명품코너를 좋아하다보니 씀씀이가 커, 인간답게 살다보니 여유자금이 없다는 핑계로 다른 형제 가족들의 대소사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이런 저런 바쁜 일정을 핑계로 빠지기가 일쑤이다 보니, 오히려 나머지 형제들이 집안 대소사를 상의하며 해결해 가고 있지요.

집안의 속내를 다 알지 못하는 주변사람들의 눈에는 그 농부의 집안은 성공한 집안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으나, 진정으로 가족모두가 희생을 통하여 허리띠 조여 매고 만들고자 하였던 집안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 이것은 우리가 꿈꾸었던 그런 집이 아니야!" 하고 말하겠습니까?

위 농부의 집안상황의 모습이 한국사회를 닮아 보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의 한국사회는 불균형성장(다른 형제는 조금 희생하더라도 똑똑한 한명을 잘 키우다 보면, 그 똑똑한 잘된 1명이 다른 못난 형제들을 먹여 살리는 세상)을 통하여 가정이나 국가의 성장을 도모해 왔고, 그러다보니 1인당 GDP 2만9천불 정도의 실적에는 달성된 듯한데, 과연 우리는 이대로의 성장패러다임으로 가족경제나 국가경제를 계속하여야 한다는 말입니까?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20%소득의 41배에 달하는 나라, 불평등의 나라, 돈 있는 사람들은 돈 없는 사람들을 천한 백성으로 무시하는 나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적어지는 나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나라...

정부나, 대학이나, 연구소, 대기업 등에 소속을 두고 박사학위를 가졌거나 하는 분들이 언론매체나 주요 경제정책결정에 의견을 개진하시지요. 오피니언 리더님 들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그들은 60년대-70년대의 고도성장패러다임(주류경제학의 내용이기도 하였지요)을 주요한 경제지식으로 주장하거나 의견개진 하는 분들이지요. 현 정부에서는 일부 다른 견해를 갖는 학자나 정치가들이 발언권을 얻기 시작한 점은 있지만, 복합적인 사회불안현상을 정치적으로 책임지도록 강요받는 현실 속에서 경제실패의 책임자 군으로 추궁당하는 현실에 놓여 있고, 그들의 이론적 무장이 공격당하고 약화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보수회귀- 어설픈 불균형성장이론가의 큰 목소리에 제압당해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요.

복잡다기한 경제사회현실에 명료한 정책과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농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리고 생각해봅시다. 방향감을 잃어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고, 지금의 문제를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농부네 셋째네 집의 해외 별장을 구입해야 하는지? 형님집이나 동생집의 자제들을 고등교육이라도 시킬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는 상호배려를 해야 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율하와 진송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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