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한반도정책과 북의 핵무력 완성 전략

 

허이팅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 부총장이 지난 21일 방한을 했다. 큰 뉴스거리다. 허이팅은 시진핑 연설문을 작성할 정도로 최측근이다. 시진핑의 브레인인 것이다. 허이팅은 방한한 동안 시진핑의 대한반도정책을 확인해준다. 23일 연합뉴스가 서면으로 질문을 했고 이를 서면으로 답변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시진핑이 19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2기를 시작했을 때 전문가 몇사람들은 시진핑의 대한반도 정책이 바꿔지기를 은근 기대를 했었다. 북 핵의 전략적 지위가 과거와 달라진 것에 따라 시진핑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허이팅이 확인해준 시진핑의 대한반도정책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왕이 외교부장이 수도 없이 설명하고 강조했던 내용 그대로를 허이팅은 반복했다.

한반도비핵화, 한반도 평화, 대화로 문제 해결 등 총 세 가지로 이뤄져있는 것이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이다. 북의 핵무력완성 전략과 트럼프의 최대압박과 관여정책이 치열하게 대회전을 벌이는 현시기에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을 의미있게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걸핏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훈련을 벌이고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전쟁직전으로 몰아가는데도 팔짱을 낀 채 ‘평화와 안정’만을 뇌까리고는 한다. 마치, 풍광 좋은 강가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있던 ‘시성’ 두보가 인생 힘들어해 하는 사람에게 인생의 경구랍시고 한마디 불쑥 던져주는 꼴이다.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강도와 수준이 전례없이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한 정치안보적 의미를 시진핑이 모를 리가 없다. 북에 대해서는 적대성을 확대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지배지휘력을 강화해 미국의 대한반도지배전략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 현시기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갖는 의미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전쟁직전의 전야에서 말로만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진핑의 대한반도정책에는 치명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다. 한반도비핵화가 그것이다. 미국에게는 한반도 핵전략자산 전개를 멎으라는 것이고 이에 조응해 북에게는 핵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민족적 관점에 선 한국사람들이 가장 기분나빠해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내 것도 미국 것도 문제 없으니 다만 니 것만 없애라’라는 것이 시진핑의 한반도비핵화의 골자인 것이다. 북핵이 도달한 핵수준을 일거에 폄하해버리는 태세다. 북핵이 갖고 있는 전략적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더 치명적이다.

시진핑의 북핵 폄하는 왕이가 한반도비핵화의 경로랍시고 설정한 ‘쌍중단’과 ‘쌍궤병행’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의 핵미사일 동결이 쌍중단이며 쌍궤병행은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비핵화 병행이다. 쌍중단에서 북핵 동결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값으로 매겨져있다. 현실적으로 엄정하지 못하며 사실, 고약한 일이다. 쌍궤병행은 한반도비핵화를 북미평화협정과 등가로 놓고 있다. 이 또한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북핵은 옛날의 북핵이 아니다. 북은 양탄일성을 실현해놓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르면 북의 핵동결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조응할 정도로 싸구려가 아니다. 더구나 북이 북미평화협정 하나 맺어보자고 그 수많은 난관들을 뚫고 핵을 만들어온 것이 아니다. 트럼프도 시진핑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바꿔어진 한반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이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이 실현 가능성 없는 공허한 것임은 당연하다. 단순히 공허한 것이기만 하다면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은 신경쓸 게 못된다. 하지만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정되지 않고 계속 고수되고 있는 것은 그 정책에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개입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핵기득권 유지가 그것이다. 세계핵패권은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분할점유되어있다. 이를 보장해주는 것이 핵비확산조약(NPT)체제다. 비록 미국과 러시아에 편중되어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NPT체제로부터 인정받아 누리고 있는 핵기득권은 중국이 세계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서 결정적 요소로 작동을 한다. 시진핑은 결국, 중국이 NPT체제 하에서 보장받고 있는 핵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한반도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에서 확인되는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점은 말로 지적하고 비판한다고 해서 고쳐질 것이 아니다. 말로 하는 비판은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한반도지배전략을 관철시키려는 미국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시진핑의 행위만큼이나 공허한 일이다.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에서 비현실적이며 잘못된 점을 현실에 맞게 수정시켜낼 수 있는 힘은 정치적 물리력을 통해서만 나오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 정치적 물리력에서 가장 결정적인 동력으로 북의 핵무력 완성을 강조한다.

북의 핵무력 완성이 시진핑의 한반도정책에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북핵무력이 트럼프의 한반도 긴장 조성책을 거세하고 이어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을 무력화시키게 되는 즈음 그 때서야 시진핑은 비로소 의미있는 반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연한 표정으로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폐기시키고 한반도비핵화 또한 세계비핵화에 결부시키는 방향으로 접근시키는 결정적 공정을 진행시키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시기를 예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뉴스들이 세세하게 예고해주고 있다. 북핵무력 완성의 경로를 제대로 보아야하는 이유다. 북은 잠시 멎어두었던 핵무력 완성 프로그램을 다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동하게 될 것이다. 정세의 추이에 따르면 그리 멀지 않았다. 곧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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