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6. 87. 88, 89일째

터키는 역동적인 국가다. 터키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그것이 눈에 보인다. 터키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금방 느낄 수 있다. 터키는 국토의 3%만 유럽에 속하고 97%가 아시아에 속해 있지만 많은 부분이 서구화 되었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세속주의 개혁으로 많은 부분에서 유럽식 제도와 문화를 도입했다. 터키는 1952년 나토 회원국이 되었지만 유럽연합 회윈국은 아니다. 1987년 유럽연합에 가입신청을 한 이래로 30년간 가입을 원했지만 1999년에 후보국 지위만 인정받았다. 오랜 세월 유럽을 지배했던 역사와 종교 때문에 유럽의 반대가 심했다.

속으로는 이슬람 영향을 깊게 받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서구화를 추구한 터키는 어찌 보면 우스꽝스런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유럽연합 가입이 어렵다보니 중앙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들 눈에는 신을 모독한 나라라서 같이 동화되기 어려웠다. 이제는 굳이 유럽연합 가입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터키 경제성장률이 유럽연합 경제성장률을 앞서가기 때문이다. 이제 터키는 조금 더 종교적인 국가로 보이기 위하여 모스크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도록 한다.

터키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예외적으로 반건조 지역이며, 지중해, 흑해 연안에는 비가 내리는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에는 숲이 없다. 나무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가 없다. 생명력이 강해보이는 작은 나무들이 벌판에 간혹 보일 뿐이다. 이런 곳을 초원지대라 부른다. 비가 오면 시들었던 풀들이 생기를 얻어 살아나고 동물들은 그 풀을 따라 끝없이 이동한다.

▲ 2017년 11월 26일 터키 촐루에서 Silivri까지 달리면서 만난 초원지대

쿨레리에서 촐루까지 100번 도로를 타고 가는 길은 공업단지의 연속이다. 특히 섬유공장들이 즐비하다. 터키 인구의 20%가 종사하는 섬유산업은 세계 6위에 해당한다. 터키 섬유산업은 오스만 시대인 16, 17세기에 이미 발전했다. 그 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공장 경비원이 불러서 갔더니 찌아(차)를 한 잔하고 가라고 한다. 사람들이 어딜 가나 정겹다.

▲ 2017년 11월 25일 터키 Luleburgas에서 촐루를 지나 26일 터키 Silivri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7년 11월 27일 터키 Silivi에서 Büyükçekmece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조금 더 가니 길거리에 야채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주로 수박과 멜론이다. 멜론은 내가 처음 보는 모양이어서 늙은 호박인가 참외인가 궁금해 하면서 달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나를 부르더니 멜론을 맛보기로 깎아 든다. 목도 마른 참에 얼마나 달고 시원한지 하나 샀다.

▲ 2017년 11월 26일 터키 촐루에서 Silivri까지 만난 과일 가게

이 곳에는 초콜릿 공장도 많이 보인다. 대형 초콜릿 매장의 사장님이 잠시 나왔다가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더니 나를 부르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초콜릿을 종류별로 가지고 나와 준다. 하나만 맛을 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 2017년 11월 26일 터키 촐루에서 Silivri까지 달리면서 만난 안갯갈

실리블리의 언덕을 넘어서자 지중해의 따뜻한 온기가 확 느껴진다. 며칠 계속 안개가 짙게 깔린 이유가 있었다. 북구의 찬 기온과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만나면서 안개가 끼는 것이다. 이스탄불의 위도(북위 41도)는 서울(북위 37도)보다 약간 높다. 해가 서울보다 짧은데도 이렇게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것은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이다. 12월이 내일모레인데 바닷가에 장미정원이 잘 가꾸어져있다. 서울과 평양에도 이런 평화의 훈풍이 일어나길 염원하며 오늘도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 2017년 11월 28일 터키 Büyükçekmece에서 이스탄불까지 달리면서 만난 장미

불가리아 국경을 넘어서부터는 양준호씨가 운전을 해주고 김미영, 김은향 두 분이 내 식사를 챙겨주어 잘 먹고 잘 달리고 있는데 가진이네 가족이 전부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온다고 한다. 통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가족이다. 나의 평화통일 마라톤을 응원하기 위하여 온 가족이 열일 제쳐두고 오는 길이니 눈물겹게 고맙다.

 

▲ 나의 수호천사 가진이네 식구들과 천사봉고
▲ 소피아 가진이네서 공수된 우족탕 등 힘이 나는 음식

이제 내일이면 오스만 튀르크의 심장 이스탄불에 도착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면서 몸이 천근만근이다. 몸이 힘들면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다. 달리는데 눈꺼풀이 자꾸 아래로 깔린다.

대부분 세계사에서 비중을 두고 다루지 않았지만 튀르크족은 세계사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부민 카간이 동생 이스테미와 함께 유연을 몰아낸 후 돌궐 제국은 급속하게 성장한다. 돌궐 제국은 분열되어있던 북중국을 공격하고, 비잔틴제국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한다. 570년대 경에 이르러 고구려에서 비잔틴 제국 사이에 존재하는 스텝기후 지대는 사실상 돌궐이 다 차지하는 형국이 된다. 비잔틴제국에 큰소리를 치고, 페르시아를 위협하고, 북중국에 있는 북주와 북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들은 수천 년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일대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나라를 세웠다. 그 중 셀주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 시대에 탄생한 초강대국이었다. 특히 오스만 제국은 세 대륙에 걸쳐 세계 제국을 400년 가까이 평화롭게 다스렸다. 그들은 로마제국이나 대영 제국에 비견될 만큼 세계사의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 2017년 11월 27일 터키 Silivi에서 Büyükçekmece까지 달리면서 만난 지중해의 모습

6세기 후반 중국이 수나라로 통일되면서 동아시아의 국제정세가 요동을 치게 되었다. 돌궐은 40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향해 진격해 들어간다. 그런데 페르시아가 돌궐의 동방원정으로 생긴 공백을 치기 위해 서쪽으로 공격해 들어오자 갑자기 회군을 하게 된다. 이 무렵 페르시아는 돌궐을 압박하는 한편 비잔티움과도 전쟁을 치른다. 수나라는 덕분에 안정을 되찾는다. 돌궐은 수나라와 페르시아로부터 협공을 받고 중국에 통일 왕조가 들어서면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한 돌궐은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수양제의 100만 대군이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에게 패하여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돌궐은 다시 수양제를 공격하여 치명타를 날려 수나라가 붕괴하게 된다.

튀르크제국은 일찍 철기문명을 받아들여 몽골 초원부터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아랄 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광대한 초원과 오아시스 지역을 통합했다. 요동지역에서 고구려와 인접했고, 중국, 인도, 페르시아, 비잔티움에 영향력도 행사했다. 최초로 초원길을 통합해 국제 교류를 크게 활성화시킨 나라이기도하다. 거대한 지역을 통치하는 데는 잘 훈련된 기마병이 필수다. 고대 역사에서 말과 활 그리고 철제무기는 오늘날 대륙간탄도 미사일이나 전략 폭격기와 같은 '전략 무기'였는데, 유목민들은 이들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다.

▲ 2017년 11월 25일 터키 Luleburgas에서 촐루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11월 26일 터키 촐루에서 Silivri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와 터키 모습. 쌍용자동차의 모습도 보인다.

 

▲ 2017년 11월 27일 터키 Silivi에서 Büyükçekmece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11월 28일 터키 Büyükçekmece에서 이스탄불까지 달리면서 만난 터키 모습

 

▲ 2017년 11월 28일 터키 Büyükçekmece에서 이스탄불까지 달리면서 만난 터키 모습

 

▲ 2017년 11월 28일 터키 Büyükçekmece에서 이스탄불까지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좌상단이 달리면서 처음으로 만난 교포. 우상단과 좌하단은 마라톤을 즐겨하는 강승근님과 터키 교민 1분이 일부러 호텔로 찾아왔다. 우하단은 교포분들과 서울에서 달려온 장대섭씨와 함께 "위하여"~~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11월 28일 터키 이스탄불까지 달린 길(누적 최소거리 약 3328.95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선수유라시아평화마라톤 89일째(2017년 11월 28일)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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