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알고 북을 알면 북미대결전의 향방이 보인다.

2017년 11월 29일. 북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날이다. 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고 나서다. 최역대급이다. 1만3000Km로 추정된다. 워싱턴과 뉴욕을 타격할 수 있다. 세계의 3대핵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갖고 있는 것과 똑 같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북의 완성된 핵무력과 트럼프의 대북적대시 정책인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이 대회전을 벌이고 있는 전선이다. 그 전선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중간지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합의는 둘 중에 하나를 죽이고 그 위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불가역적 합의가 갖는 특징이다. 어느 게 살고 어느 게 죽을지 가늠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미대결전 종식과 관련하여 그 경로와 향방을 아는 문제다. 미국을 알고 북을 알면 북미대결전 종식의 경로와 향방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두 개의 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의 세 가지 정치지형>과 <트럼프의 제재신봉론과 북의 핵무력>을 올렸었다. 세 번째 글 <폐기될 수밖에 없는 트럼프의 대북적대정책, 종식될 수밖에 없는 북미대결전>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 글쓴이 주

▲ 구글에서 펌 이후 편집

최대강도 최고수준으로 구사되는 트럼프의 제재신봉론

북이 핵미사일 완성 작업을 멎고 있었던 두어 달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 바빴었다. 지난 11월 11일 핵항모를 3척이나 동원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벌여놓았다. 사전 예고도 없는 비상훈련이었다. 그 뒤 20일에는 북을 근거도 없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어 21일에는 재무부를 통해 새로운 제재 대상 북 기업 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군사압박을 기본으로 정치외교고립책과 경제제재 등 초고강도의 총체적 압박을 트럼프는 북에게 가한 것이었다.

세계 최강국이 이처럼 최고의 압박을 가하는 예는 사실, 전쟁 빼놓고는 없다. 냉전시대 때나 볼 수 있는 정치안보 풍경이다. 2~3개의 대북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곧바로 새빨간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사상최대 해상훈련도 부족하다는 듯이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F-22 랩터를 주역으로 세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미 최고의 공중전략자산이다. 오산에서 10분이면 평양까지 날아가 가공할만한 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 그런데 한 대가 아니다. 두 대도 아니며 무려 총 6대의 F-22가 동시에 뜬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역사상 있어 본 적 없는 일이다. 전개되는 항공기 총 숫자가 무려 230여대다. 사상최대의 공중훈련이다. 그리 넓지 않은 한반도영공을 그물처럼 촘촘히 꿰고도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의 지도부나 주민들이 발 편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상 전쟁이라고 해도 된다.

미국이 대북대결을 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언제라도 똑 같다. 북의 핵미사일 ‘도발’ 저지다. 비핵화 대화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덤으로 얹는다. 그러나 언제라도 그렇듯, 신뢰가 안가는 논리들이다. 북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의 ‘도발’을 유도해 미국이 새로운 ‘도발’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도는 이유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서 확인된다. 11월 24일 라브로프는 모스크바를 방문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압박은 북이 한 번 더 일을 터뜨리길 기다리는 것이며 이를 빌미로 트럼프가 군사옵션을 취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특별한 언급은 아니다. 북미대결전에 흔히 있어왔던 전형적인 악순환 구도다.

북미대결전 종식의 각기 다른 세 가지 경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북미대결의 그 악순환 구도는 무엇에 의해 깨지게 될 것인가? 대북대미 전문가들이 지금에 와서 야심차게 던지고 있는 화두다. 거대 담론이 아니며 매우 구체적인 문제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이 제시하는 경로와 북이 제시하는 경로가 있다. 그리고 중국이 제시하고 러시아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제재와 압박이며 북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깨기 위한 핵무력 완성이다. 그리고 중국은 핵동결이다. 어느 것이 가장 옳으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어느 것이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으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북핵이 도달한 객관적 수준에 따르면 북핵은 현실적으로 비핵화로 갈 수가 없다. “끝났다. 북한은 현재 핵보유국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즈(NYT)가 29일 북이 화성-15형을 쏘고 난 뒤 전문가들의 분석과 견해를 종합해 정리한 ‘북한에 관한 7가지 진실’이라는 보도 첫머리에 올라있는 내용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5월 당시 미 대통령 버럭 오바마가 독일 프라하에서 주창한 세계비핵화에 한반도비핵화문제를 연계시키는 방법이 그것이다. 핵군축의 한 양태다. 미중러 그리고 북 등 세계4대핵강국이 이후 설정하게 될 필연적인 경로다.

중국이 주창하고 러시아가 동조하고 있는 핵동결 또한 미국의 비핵화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쌍중단에서 쌍궤병행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중국의 북핵해법이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의 핵미사일 동결이 쌍중단이며 쌍궤병행은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비핵화 병행이다. 쌍중단에서 북핵 동결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값으로 매겨져있다. 현실적으로 엄정하지 못하다. 쌍궤병행에서 한반도비핵화는 북미평화협정과 등가로 되어있다. 이 또한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북은 명백히 양탄일성을 실현한 나라다. 북핵이 옛날의 북핵이 아닌 이유다. 이에 따르면 북핵 동결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조응될 정도로 싸구려가 아니다. 또한 북이 북미평화협정 하나 맺어보자고 그 수많은 난관들을 무릅쓰고 핵을 만든 것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부정할 수 없는 그리고 부정해서도 안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북미대결전 종식의 결정적 동력은 북의 완성된 핵무력

합리적인 대북대미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 북미대결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출해놓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의 입장과 100% 일치한다. 트럼프가 북핵을 인정하는 가운데 대북적대정책을 깨고 북미관계정상화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대북핵위협을 멈추고 북 사회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며, 반세기 넘게 운용해온 한반도지배전략을 폐기해 분단체제 해체를 수용하는 일이어서다. 더 나아가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 시도를 멈추는 것으로 동북아패권전략을 폐기해 종국적으로는 세계패권에 치명적인 파열구를 감수해야하는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세계의 체계와 질서가 완전 새롭게 재편되는 일인 것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앞에 차려진 현실과 정세는 냉혹하다. 북핵 인정과 대북적대시정책 폐기 이어 북미관계정상화, 트럼프는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의 완성된 핵무력이 강제한 현실이고 정세다. 북의 화성-15형 시험발사가 갖는 결정적 정세구성력의 구체다. 화성-15형은 미국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인정하는가 안하는가와 상관없이 명백히 ‘게임체인저’인 것이다.

북의 완성된 핵무력은 이렇듯 위력적이다. 북이 이후 보여주게 될 핵무력 완성의 실체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공언한 것만 해도 수두룩하다. 사진으로 보여준 전략잠수함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이 있고, 리수용 외상이 언급한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시험’이 있으며, 우주과학발전 차원에서 하게 될 인공위성 발사도 있다. 일각에는 이번 화성-15형이 고각발사되었다는 것에 착안해 태평양이나 미 대륙을 뛰어넘어 대서양에 탄착하는 실각발사 미사일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꽤 있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북이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핵무력 실체들에 의해 트럼프의 대북적대정책들이 하나 하나 매우 자연스럽고 세련된 모양새로 깨져나가는 세기적 풍경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깨져나갈 것은 트럼프의 대북적대정책만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현실적인 북핵해법 역시 트럼프의 대북적대정책 옆에서 덤으로 함께 질서정연하게 깨져나갈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구성하는 정치안보 풍경들이 다 완성되게 될 즈음, 그때 사람들은 70여년 동안 지속되어왔던 북미대결전이 종식되기 시작함을 알게 될 것이다. 8천만 우리민족이 ‘우리민족끼리’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통일을 향해 힘차게 걸으며 우리민족의 웅비를 준비하는, 가장 늦었으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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