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보릿고개르르 겪는 사람들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시니어푸어, 시니어보릿고개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 후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이 되기는커녕 용돈도 모자랄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돈이지만 이 국민연금을 수령할 자격을 얻기까지의 기간 동안 시니어들은 수입은 없고 지출은 일생에서 가장 많아지는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들을 이르러 <시니어 보릿고개>니 <시니어 푸어>라는 말로 부른단다.

요즘 각 기업에서의 은퇴시기가 점점 빨라져서 55세 이전에 은퇴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2010년 무렵만 하여도 평균 은퇴연령이 57세라던 통계가 5년 후에는 53세로 매년 한살씩 줄어드는 형편이다. 이렇게 조기 은퇴로 사실상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장년들의 형편으로는 이때가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자녀를 좀 늦게 둔 경우는 아직 대학생 자녀 때문에 학자금을 대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으로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며, 자녀를 빨리 두었다면 자녀의 혼사를 위해서 일생에서 가장 큰 목돈이 필요한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긴 요즘에는 47세가 평균 은퇴시기라고 하니까 그들의 고통을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직장에서는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몇십년 동안 오직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 해온 고마운 분들이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내쫓기는 몸이 되고 만다.

이렇게 일찍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어디에선가 수입이 있어야 생활을 할 수 있는 처지이지만,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보다는 없는 경우가 더 많으니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처럼 공적부조가 잘 준비 되어서 자기 직업을 가져서 벌어들인 50%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벅부조 50%를 가지고 사는 정도라면 그래도 상당히 안정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 수익 비중이 85%이고 나머지 15%가 공공적인 지원이다. 그 15%의 가장 중심축이 되는 국민연금도 61세가 되어야 비로소 연금수령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 그 전에는 이 15% 마저도 수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수입은 퇴직으로 인하여 거의 “0”가 되었고, 공적인 지원금인 국민연금은 61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금수급대상자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그런 난처한 입장에 빠진 그들은 정말 무엇으로 연명을 하여야 할 것인가? 적게는 6년<55세 정년>, 많게는 14년<47세 퇴직>이라는 긴 시간을 벌이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긴 시간 동안이 저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겪었던 보릿고개만큼이나 힘들고 고달픈 기간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든지 일자리를 마련하여 보려고 애를 쓰게 되고, 어지간한 악조건인 3D업종이라도 일할 곳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수없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그룹이 20대 젊은 청년들의 취업률을 넘어서고 있다는 통계치는 바로 이들이 얼마나 힘겹게 그리고 악착같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이들의 취업이 젊은이들의 취업 자리를 잠식한다고 떠드는 일부세력들의 취업 세대갈등이라고 할 만한 이유는 전혀 없는 일자리들인 것이다.

장년 취업률이 청년 취업률을 넘어서고 있다? 숫자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은퇴를 하는 세대는 베이비부머들이지 않는가? 연령별로 보았을 때에 가장 숫자가 많은 세대들인데, 이들이 재취업을 하려고 악착같이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당연히 청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재취업한 일자리는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가 아니라, 박봉이라도 생계를 위해서 목을 매달아야 하는 형편없이 취약한 일자리들이다. 한 달에 120만원을 받는 경비직이라면 대단한 곳이고, 머리통이 터지도록 취업자들이 몰려드는 형편이다. 바로 시니어보릿고개를 겪어야 하는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그들이다.

이들 시니어그룹의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중견 인구이자 허리부분을 이루는 가장 숫자가 많고, 중장년으로 가장 중요한, 그리고 이 사회를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가장 심각한 애환을 담은 이야기가 될 듯하다.

젊은이들의 취업률을 넘는 장년들의 취업을 비난하거나 걱정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의 안정이 국가 안정, 사회 안정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한다는 것을 사회에서나 정부에서는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들의 가정은 우리 사회의 중심축이 될 위치에 있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나쁜 상황이 되면 바로 이 사회의 각종지표<경제지표와 사회통계, 교육 등의 대부분의 영역>의 중심축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안정여부에 따라 우리 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푸어, 시니어 보릿고개를 해결하는 정치야 말로 이 나라의 앞날을 밝게 만들 희망이요, 앞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 갈 것이다.

세계 경제가 활황기에 짜여진 우리 경제정책을 그대로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낭떠러지가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도 모르는 채 달려 나가는 어리석은 운전수와 다를 바 없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성장률에만 목을 매는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조금 느리더라도 사회안전망을 좀 더 촘촘히 짜 가는 복지 분야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화려한 경제성장률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본 생활의 걱정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국민을 보호하여야할 국가의 할 바가 아니겠는가?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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